오효주 아나운서 제공"야구장에 가면 책 한 권을 읽고 오는 느낌이에요."최근 '프리랜서'로 전향한 오효주 아나운서는 그동안 야구 현장을 누비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 첫 인터뷰부터 현재까지, 야구장에서 삶의 지혜를 배워 왔다는 오 아나운서에게 어떤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을까.
오 아나운서는 지난 14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추신수 은퇴식' 진행을 맡았다. 오 아나운서는 행사가 끝난 뒤 CBS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그렇게 또 야구장에서 책 한 권을 읽었다"며 "인생을 배우고 왔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한국 야구 역사상 최고 메이저리거의 마지막 인사를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며 "은퇴사 중에 '타석에서든 마운드에서든 루상에서든, 늘 내가 최고라는 생각을 가지라'는 말이 있었다. 다시 다짐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오 아나운서는 올해 5월 KBS N SPORTS에서 퇴사했다. 지난 2014년부터 회사에 재직한 이후 햇수로 12년 만이다. 오 아나운서는 야구 리포팅, 프로그램 중계 등을 맡으며 뛰어난 인터뷰 스킬과 절묘한 멘트들로 숱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 덕분에 오 아나운서는 야구장에서 맞닥뜨린 모든 순간을 기억하고 있었다.
오효주 아나운서 제공현재는 삼성 라이온즈 간판타자가 된 '신인' 구자욱이 첫 인터뷰 상대였다. 오 아나운서는 그 순간을 기억하는지 묻는 질문에 "어떻게 잊을 수 있겠냐"며 미소를 지었다. 이어 "2015년 4월 9일 대구시민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의 경기였다"고 정확하게 짚었다.
당시 신인이던 구자욱은 양 팀이 4-4로 맞선 9회말 무사 주자 1, 3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상대 투수 김승회의 초구를 받아 쳤고, 타구는 끝내기 적시타로 이어졌다.
그 순간 오 아나운서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오 아나운서는 "떨리는 마음으로 인터뷰 대기 중이었는데, 구자욱의 끝내기 안타가 나왔다"며 "당시 PD 선배들이 '떨리면 안 해도 괜찮다'고 했는데, 하겠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고 웃었다.
이어 "구자욱은 당시 어린 선수 중 한 명이었는데, 지금 이 정도의 스타가 된 걸 보니 신기하고 뿌듯하다"며 "첫 인터뷰부터 강렬했다. 야구 아나운서 인생의 발판이 된 인터뷰였다"고 회상했다.
오효주 아나운서 제공퇴근 후에는 매일 야구 인터뷰를 일기장에 기록했다고 한다. 그렇게 약 10년 치의 이야기가 쌓였다. 오 아나운서는 "퇴사 후에 일기를 다시 읽어봤다. 지금은 팀의 주축으로 활약하고, 베테랑이 된 선수들의 어린 시절 스토리가 담겨있다"며 "선수, 코치들이 성장해 가는 모습들을 보니 나도 많이 성장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특별하게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는 우선 '2023시즌 LG 트윈스 우승' 순간을 꼽았다. 오 아나운서는 "여느 우승과는 다른 느낌이었다"며 "감동의 연속이었다"고 돌이켰다. 이어 "그때 박용택 해설위원과 함께 일을 했다. 박 위원 옆에서 그 순간을 지켜보는데 오묘한 기분이 들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박 위원으로부터 우승 반지를 끼운 선수들에 대한 고마움과 부러움, 팬들에 대한 미안함과 감사함 등 복합적인 감정을 느꼈다"며 "팬들의 기운까지 어우러져 이전 다른 우승과는 미묘하게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다"고 말했다.
오효주 아나운서 제공올 시즌부터 NC 다이노스 지휘봉을 잡은 이호준 감독의 선수 시절 마지막 인터뷰도 오 아나운서의 몫이었다. 그 순간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오 아나운서는 "기억상으로 그때 NC 감독이 김경문 감독이었다. 팀 내 최고참의 은퇴 순간을 베테랑 감독이 진심을 다해 격려해 줬다. 그래서 인상이 깊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호준 감독은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인터뷰 상대다. 생방송 인터뷰에서도 어려운 질문에 여유 있고 유머러스한 답변을 내놓는다"며 "이호준 감독도 특유의 넉살과 위트로 자신의 은퇴식을 장식했다. 그때 내가 경험이 적었는데도, 부족한 질문에 멋진 이야기를 들려줬다"고 돌아봤다.
오효주 아나운서 제공평소에도 '야구장에 가면 책 한 권을 읽고 오는 느낌'이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고 한다. 오 아나운서는 "야구장에서는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선수, 코치, 감독들이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는 일련의 과정들을 보면 책 한 권보다도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