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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80년, 다시 돌아온 상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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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1925년 일제는 치안유지법을 제정해 조선 민중의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전면적으로 억압했다. 생각하는 것마저 처벌받던 시대. 조선의 민중은 침묵을 강요 당했다. 2025년 치안유지법 제정 100년과 광복 80주년을 맞아 강원CBS는 항일운동사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학생 항일운동을 재조명하는 특집 기획보도를 마련했다. 1937년 춘천공립고등보통학교(현 춘천고등학교) 학생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상록회는 총과 칼 대신 책과 생활 속 실천을 통해 민족정신을 확산시키고자 했다. 그러나 일제는 이들의 독서회, 경로회, 소비조합 활동마저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탄압했다. 1938년 상록회 학생들은 체포돼 혹독한 심문과 재판을 거쳐 실형을 선고받고 옥고를 치렀다. 강원CBS는 언론 최초로 일본 학자가 저술한 춘천 상록회에 대한 연구자료를 입수, 분석하고 알려지지 않았던 연관 국내 사료들을 발굴해 학생 항일운동의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재조명하고자 한다.

[광복 80년 특집⑤]
강원CBS, 일제강점기 춘천고 학생항일운동 '상록회' 일본 연구자료 단독 입수 분석
강원CBS 취재 보도 이후 교육계, 학계, 지역사회 '상록회' 가치 재조명 한 목소리
신경호 강원교육감 "역사교육은 '왜'라는 질문으로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힘"
육동한 춘천시장 "상록회 사건 재조명으로 학생 독립운동 역사 폭넓게 계승"
춘천고 총동창회 "상록회 정신 계승과 지역 역사 정체성 강화에 앞장설 것"

신경호 강원교육감은 "상록회 정신으로 지역에 깃든 항일 유산을 폭넓게 알리는 데 주력할 것이며, 이를 바탕으로 교육이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의와 책임이라는 가치 실현의 장이 되도록 힘쓸 것이다"고 전했다. 강원교육청 제공신경호 강원교육감은 "상록회 정신으로 지역에 깃든 항일 유산을 폭넓게 알리는 데 주력할 것이며, 이를 바탕으로 교육이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의와 책임이라는 가치 실현의 장이 되도록 힘쓸 것이다"고 전했다. 강원교육청 제공
▶ 글 싣는 순서
①학생 항일운동 '춘천 상록회'를 아시나요?
②'광주 1929, 춘천 1938' 학생운동 '민족차별 저항'
③학생항일운동 '구호 넘어 독서회와 계몽'으로
④"상록회 정신, 부조리와 싸운 젊은 용기"
⑤광복 80년, 다시 돌아온 상록회

신경호 강원도교육감 "역사교육은 학생들이 '왜'라는 질문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할 수 있어야"

Q : 치안유지법 제정 100년, 광복 80주년인 올해, 상록회의 의미는?

A : 올해는 일제의 억압을 법제화한 치안유지법이 제정된 지 100년이 되는 해이자 민족이 주권을 되찾은 광복 8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다. 춘천 상록회 사건이 다시 조명되는 것은 단순한 과거의 복원이 아니라 우리 교육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춘천 상록회는 1930년대 일제의 혹독한 식민 통치 아래서도 꺾이지 않은 청소년들의 지성과 실천의 역사다.

특히 청소년들이 자발적으로 조직을 꾸리고 독서와 사상 교양을 통해 민족 의식을 키워 나간 점은 오늘날 교육의 본질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우리는 이 사건을 단지 역사적 사실로만 바라보는 데 그쳐서는 안된다. 강원교육은 앞으로도 지역의 항일 유산을 널리 알리고 이를 통해 교육이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정의와 책임의 가치를 실현하는 장이 되도록 하겠다.
 
Q : 상록회는 책을 읽고 지역 사회에 실천했던 청소년들의 항일운동이었다. 오늘날 교육이 시민적 실천을 어떻게 계승할 수 있을까?

A : 상록회 학생들은 '자기완성, 책임완수, 단결력 배양'이라는 강령 아래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며 사회를 바꾸고자 했다. 당시 그들은 고작 10대 청소년들이었지만 이념과 현실을 잇는 '시민 실천'의 모범을 보여줬다. 강원교육청은 '스스로 공부하는 학교문화만들기(스공학)'를 통해 학생들이 자기주도적 사고와 학습을 실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학교와 지역사회의 연계를 강화한 '더나은교육지구' 사업을 통해 교육이 마을과 사회 변화의 중심이 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초등에서 고등까지 연계된 '초공학-스공학' 체계를 통해 생각하고 실천하는 힘을 기르는 데 집중하고 있다. 교육은 단순한 정보 습득이 아닌 공감과 비판, 참여로 이어지는 전인적 성장의 과정이다.

Q : 항일운동과 같은 역사 교육이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서기 위해 도교육청 차원의 노력은?

A : 역사 교육이 단순한 연대기 암기에서 벗어나려면 학생들이 '왜'라는 질문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이러한 관점에서 지역 중심의 역사교육과 체험 중심의 시민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교육발전특구 지정 등을 통해 지역사와 연계한 교육과정 운영을 지원하고 있으며, 독립운동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반영한 교육 자료도 적극 개발·보급하고 있다. 춘천 상록회 사건처럼 지역의 실제 사례를 교육 내용에 담아낼 때 학생들은 역사적 맥락 속에서 자신의 존재와 책임을 되묻는 성찰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 결국 역사 교육은 '과거를 아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에 대한 교육이다.
 
Q : 미래 세대가 이 사건을 어떻게 기억하길 바라는지?

A : 춘천 상록회 사건과 같은 지역 항일역사를 더 적극적으로 교육과정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교과서 중심의 수업을 넘어서 지역사회와 학교가 함께 만들어가는 '교육 생태계'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강원도 각 지역의 항일 인물이나 사건을 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시, 연극, 영상 등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프로젝트형 수업 운영을 지원할 수 있다. 또한 지역의 박물관, 기념관, 언론사 등과 협력해 체험형 역사 탐방과 토론 활동을 연계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미래세대가 이 사건을 단순한 역사적 사실로만 기억하길 바라지 않는다. 그들이 '그 당시 학생들이 어떤 결단을 내렸는가'를 마음 깊이 새기고 자신 또한 공동체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시민으로 자라나길 바란다.
 육동한 춘천시장은 "광복 80주년을 맞아 춘천학연구소와 함께 상록회 사건과 독서회 사건을 조명하는 특별기획전과 학술 콜로키움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유정 기자 육동한 춘천시장은 "광복 80주년을 맞아 춘천학연구소와 함께 상록회 사건과 독서회 사건을 조명하는 특별기획전과 학술 콜로키움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유정 기자 

육동한 춘천시장 "상록회 사건 집중 조명하는 특별기획전과 학술 콜로키움 준비하겠다"

Q : 춘천 상록회는 그동안 지역에서 충분히 조명되지 못했던 항일운동이다. 재조명의 의미는?

A : 춘천시는 그동안 의암 류인석 선생, 윤희순 의사 등 의병 항쟁에 참여한 지역 독립운동가 선양 사업을 춘천문화원과 의암 류인석 기념관을 통해 꾸준히 추진해 왔다. 그러나 학생 독립운동 관련 인물이나 사건에 대한 선양 사업은 상대적으로 미흡했던 점이 있었다. 이번 '상록회 사건'의 재조명을 통해 독립운동의 역사를 더욱 폭넓게 아우르고 특히 학생들의 숭고한 저항 정신을 기억하고 계승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
 
Q : 춘천시 차원에서 상록회 사건을 역사적으로 기리고 시민사회에 알리기 위한 계획은?

A : 춘천시는 2025년 광복 80주년을 맞아 춘천학연구소를 통해 '상록회 사건'뿐만 아니라 춘천농업학교(현 강원생명과학고) '독서회 사건'까지 학생 독립운동사를 집중 조명하는 특별기획전과 학술 콜로키움을 준비하고 있다. 이는 춘천시민들이 우리 지역의 자랑스러운 학생 독립운동 역사를 깊이 기억하고, 선열들의 숭고한 정신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Q : 춘천이 가진 항일 역사 자원을 도시문화 또는 역사교육 자산으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A : 춘천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의병 발생지다. 춘천시는 2004년 의암 류인석 기념관을 건립해 꾸준히 선양 사업을 추진해 왔으며 최초의 여성 의병장 윤희순 의사의 선양 사업에도 힘쓰고 있다. 특히 춘천교육지원청과 협력해 의암 류인석 기념관에서 15년간 초등학생 대상 독립운동 특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미래 세대에 올바른 역사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이러한 역사교육을 세대를 넘어 꾸준히 이어가 춘천이 자랑스러운 독립운동의 도시라는 자긍심을 시민 모두가 느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Q : '역사를 기억하는 도시 춘천'의 비전은?

A : 춘천은 선사시대부터 이어져 온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며 특히 19세기 후반 수부도시로 발돋움한 이래 일제강점기와 산업화 시기를 거쳐 강원특별자치도의 중심 도시로서 확고한 위상을 다져왔다. '역사를 기억하는 도시 춘천'의 비전은 시민 모두가 지역 역사에 대한 깊은 이해와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춘천시는 전국 최초의 지역학 연구소인 춘천학연구소를 설립해 인문, 사회, 자연 등 지역의 다채로운 자원을 연구하고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며 역사를 향유할 수 있는 사업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나아가 연구 사업을 더욱 확대하고 '춘천시 역사박물관'을 건립하여 지역의 소중한 역사문화를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시민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문화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지난 5일 춘천고등학교 총동창회는 춘천고 교장실에서 강원CBS와 인터뷰를 통해 상록회 정신의 계승과 지역 역사 정체성 강화에 대한 의지를 밝히고 앞으로도 이에 앞장서겠다는 뜻을 전했다. 진유정 기자 지난 5일 춘천고등학교 총동창회는 춘천고 교장실에서 강원CBS와 인터뷰를 통해 상록회 정신의 계승과 지역 역사 정체성 강화에 대한 의지를 밝히고 앞으로도 이에 앞장서겠다는 뜻을 전했다. 진유정 기자 

춘천고 총동창회 "상록회 정신 계승, 지역 역사 정체성 강화에 앞장설 것"

김경수 춘천고 총동문회장(49회)는 "상록회 사건은 1937년 일제강점기, 열여섯, 열일곱의 어린 학생들이 스스로 조직을 만들고 시대를 향해 목소리를 냈던 보기 드문 사례"라며 "우리가 기억하고 계승해야 할 중요한 역사"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춘천에서 이처럼 자발적이고 조직적인 항일운동이 있었다는 사실은 우리 지역의 정체성을 새롭게 비추는 의미 있는 자산이며 동문 모두가 자긍심을 갖고 이 정신을 지역사회와 함께 공유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춘천고 상록탑은 단순한 기념비가 아니라 조국의 독립과 민족의 미래를 고민했던 선배들의 숭고한 뜻이 깃든 장소"라며 "춘천고는 교육기관일 뿐 아니라 시대정신이 자라나는 공간이었다. 상록회는 단순한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의 교육이 되새겨야 할 가치"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번 강원CBS의 기획보도를 통해 상록회의 정신이 더 많은 시민들에게 알려지고 미래 세대에게 이어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언론과 교육 현장의 협력을 강조했다.

김동섭 한림대학교 객원교수(춘천고 50회)는 "우리는 독립운동을 몇몇 위인의 이야기로만 기억해왔지만, 상록회처럼 평범한 학생들이 연대해 저항한 사례야말로 더 넓고 깊은 역사"라고 말했다.

"10대 청소년들이 공동체를 위해 위험을 감수하며 행동한 이 사건은 오늘날 우리가 어떤 사회적 책임을 가져야 하는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이제는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 이 역사를 기억하고 교육의 자산으로 삼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상록회는 침묵하지 않기로 선택한 이들의 모임이었다. 지금 우리는 그 목소리 앞에서 어떤 답을 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상록회는 특정 인물 중심의 독립운동사 서술이 가진 한계를 넘어 공동체적 저항과 집단적 의식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재조명되고 있다. 이 사건이 단지 과거의 기억이 아니라 현재의 민족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뿌리로 인식했다.

상록회 관련 기록을 수집해 온 허준구(춘천고 54회) 강원문화예술연구 소장은 "당시 상록회는 일제의 획일적이고 강압적인 교육 시스템에 저항하면서 학생들이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하며 조직적으로 움직인 사례였다"며 "이는 자율적 사고와 행동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귀중한 기록이다"고 설명했다.

"춘천이라는 지역에서 이런 일이 가능했다는 점은 지금 우리가 지역 교육과 역사인식의 수준을 돌아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며 "과거는 지나간 사건이지만, 상록회는 오늘의 기준으로도 여전히 살아 숨 쉬는 가치"라고 말했다.

특히 "단지 교과서 속 한 문장이 아니라 여전히 되살릴 수 있는 '살아 있는 역사'다. 강원CBS가 기획하고 연속 보도한 상록회의 기록을 통해 춘천이 품고 있는 항일의 유산을 다시 한 번 시민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가길 바란다"고 했다.

춘천고는 강원도교육청 예산 60억 원을 지원 받아 교내 풋살장 부지에 지상 2층, 연면적 1100㎡ 규모의 '춘천고 학생독립운동기념관'을 내년 착공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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