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제공 질풍노도의 계절에 맞서는 청춘의 언어가 다시 깨어났다. 민음사가 출간한 '싱클레어 노트'는 헤르만 헤세가 '에밀 싱클레어'라는 가상의 화자를 통해 남긴 산문들을 한데 모은 책이다. '데미안'에서 이어진 이 청춘의 음성은 시대의 불안과 고통을 직시하면서도 내면의 자각과 성장을 촉구한다.
'싱클레어 노트'는 1차 세계대전 직후 혼란에 빠진 독일 사회에서, '중견 시인'이던 헤세가 익명으로 발표한 기고문과 산문들을 엮은 것으로, '데미안'에 가려졌던 그의 급진적 참여 정신과 철학적 고뇌를 보여준다.
이 책에는 반전(反戰)과 자각, 고통의 수용, 그리고 사랑의 본질에 대한 사유들이 밀도 높게 담겼다. 특히 『데미안』의 후속이라 할 수 있는 이 산문집은 그간 분산돼 있던 글들을 한국어판으로는 처음으로 체계적으로 소개했다.
"세상은 냉정하며, 어린 시절의 따스한 온기를 간직한 보금자리가 아니다." "괴로움을 받아들이는 자만이 진정한 성장을 이룬다." 본문에 실린 문장들은 시대를 초월해 오늘의 독자에게도 묵직한 울림을 준다. 1946년 노벨문학상 수상 소감문까지 수록된 이 책은 헤세의 문학과 사상, 그리고 인간적인 고백이 한 데 어우러진 인문교양서다.
헤르만 헤세 지음 | 박광자 옮김 | 민음사 | 152쪽
에코리브르 제공
숲은 우리에게 말을 건다. 그리고 그 말을 받아 적은 이가 있다. '나무의 말', '숲의 비밀 네트워크' 등으로 한국 독자들에게도 잘 알려진 독일 임업 전문가 페터 볼레벤이 이번엔 한 그루 너도밤나무의 목소리를 빌려 숲의 내밀한 삶을 들려준다.
'너도밤나무가 들려주는 숲속 이야기'는 수백 년을 한 자리에 뿌리내린 나무가 전하는 생명의 순환과 지혜, 공존의 메시지를 담은 생태 에세이다.
볼레벤이 1991년부터 매일같이 안부를 묻던 한 그루의 늙은 너도밤나무. 그는 상처받은 껍질과 균류의 침입, 딱따구리의 흔적 속에서 이 나무의 인생을 읽었다. 그는 "이야기는 동화가 아닌 사실"이라고 말하며, 과학적 지식과 상상력을 엮어 '나무의 자서전'을 써 내려갔다. 씨앗이던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가 되고 늙어가는 과정을 너도밤나무 스스로의 시선으로 기록한 이 책은 그 자체로 생명체의 내면적 연대기를 이룬다.
페터 볼레벤은 "우리는 숲을 지식으로 아는 만큼, 감각으로도 느껴야 한다"고 말한다. '너도밤나무가 들려주는 숲속 이야기'는 그 말에 답하는 책이다. 인간의 시간보다 천 배는 느린 속도로 살아가는 생명체, 그러나 그만큼 더 깊고 오래 지속되는 관계를 만드는 존재. 볼레벤은 이 조용한 존재의 말에 귀 기울이며, 자연을 지켜야 할 이유를 가장 아름다운 방식으로 말해준다.
페터 볼레벤 지음 | 장혜경 옮김 | 에코리브르 | 34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