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시리즈는 상금 456억 원을 얻기 위해 참가자들이 목숨을 걸고 의문의 서바이벌 게임에 참여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시즌3는 더 잔혹해진 게임 속에서 살아남은 참가자들의 마지막 운명을 담았다. 넷플릭스 제공리허설 한 번으로 대사를 수정했다. 황동혁 감독도 "지금 타노스(최승현) 따라한 거냐"며 만족스러워 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3에서 극 중 남규 역을 맡은 배우 노재원은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원래 대사가 '유캔두잇, 렛츠기릿(You can do it, Let's get it)' 정도였는데 남규가 타노스의 영향을 많이 받았을 거 같았어요. 리허설 때 한 번 해봤는데 감독님이 재밌다고 살려보자고 하셨죠."
해당 장면은 극 중 남규가 숨바꼭질 게임에 들어가기 전 박민수(이다윗)에게 "유캔두잇 마이브로 민수, 민수, 씨유 어게인 민수"라고 말하며 타노스를 흉내 내는 내용이다.
이를 지켜본 최승현은 "조롱이 좀 섞여 있다"며 "타노스가 남규에게 뭘 그렇게 잘 못 했느냐"고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노재원은 "최승현 형에게 조롱이 2% 섞여야 더 재미있다고 말했다"며 "특색 있는 목소리다 보니 평소에도 성대모사를 했는데 재밌더라"고 웃었다.
'오징어 게임' 남규. 넷플릭스 제공
그는 "사실 타노스를 연기한 최승현 형이 없었으면 제 남규도 없었을 것"이라며 "형이 타노스를 정말 애정 있게 생각하고 목숨 걸고 하는 게 느껴져서 자극이 많이 됐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서 바뀐 대사는 또 있다. 숨바꼭질 게임을 하는 도중 남규가 "사람 눈이 인형 눈처럼 변한다"고 말하는 대목이다. 이는 황동혁 감독의 아이디어로 즉흥적으로 추가된 설정이다.
그는 "처음에 남규 라는 인물이 타노스 옆에 있는 한 인물로 비춰지고 싶지 않아 좀 튀었는데, 감독님이 타노스가 죽기 전까지 남규가 타노스를 받쳐줘야 한다고 하셔서 (감정을) 눌러주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타노스가 죽고 난 뒤에는 '네 스타일을 알겠으니 네 멋대로 한 번 해봐라'라고 하셨다"며 "감독님이 배려해주셔서 내가 1인자라는 생각으로 진짜 마음껏 연기했던거 같다"고 강조했다.
"남규 표현 위해 독자들과 소통하는 유튜버 떠올리기도"
배우 노재원은 가장 인상적인 게임으로 숨바꼭질 게임을 꼽았다. 그는 "대본을 읽을때도 가장 충격적이었고, 그 안에 감정과 깊은 관계들이 다 묻어나오더라"며 "아이러니하게도 남규는 그 순간이 가장 신나고 기뻐뻐하는 장면이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제공노재원은 극 중 남규 역할을 입체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유튜버'처럼 행동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했다.
"독자들과 소통하는 유튜버라면 무슨 말을 할 지 생각하며 영상을 찍기도 했어요. 비트감 있는 기괴한 음악들을 찾아다니며 혼자 연습실에 불을 끄고 춤도 춰봤죠."
약물의 영향을 받는 남규의 상태를 표현하기 위해 다큐멘터리와 관련 영화도 참고했다. 노재원은 "가장 도움된 건 저만의 이상한 감각이었다"며 "눈에 초점이 맞지 않거나 흥분하면 입이 다물어지는 모습을 극대화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남규가 욕설을 많이 하는 인물이다 보니 불편했던 순간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욕을 많이 하다 보니 '내가 욕을 너무 많이 하나'는 생각도 들었을 때도 있었지만, 중요한 건 남규의 감정이니 강한 사람한테는 약하고 약한 사람한테 강한, 그런 인물로 표현하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노재원은 대본에는 없지만, 남규와 딱지남(공유)의 만남을 상상해봤다고도 전했다. 그는 "남규라면 한 밤 중에 SNS를 통해 약물을 구하려다 딱지남을 만났을 거 같았다"며 "약물을 사기 위해 딱지를 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규를 잘 표현해 주변 배우 동료들에게도 연락이 왔다. 그는 "'마음껏 연기한 것 같다'는 반응이었다. 연락이 온 것만으로도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다"며 "아직 빛을 보지 못한 훌륭한 동료 배우들이 많다. 작품을 고민할 때 친구들과 함께 리딩하며 준비하는데, 제 연기 안에는 그 친구들의 숨결이 담겨있다"고 말했다.
"(남규를 본) 친구들이 제 안에 있는 악함이 부럽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답장을 했죠. 너도 한 악함한다고요.(웃음)"
"연기 분석하는 동생, 기분이 너~무 나쁘다가도…"
배우 노재원은 '사랑을 했다' 밈이 이토록 화제를 모을 줄은 몰랐다고 털어놨다. 그는 "어떻게 해야 잘 표현될지 연습하는 게 진짜 어려웠다"고 돌아봤다. 넷플릭스 제공이번 남규 연기에 대해 가족들도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노재원은 "아버지가 연기를 인정해주셔서 정말 뿌듯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7살 차이나는 여동생과의 일화도 덧붙였다.
그는 "평소에 서로 장난도 많이 치고 작품에 대해 토론할 정도로 얘기를 많이 나눈다"며 "그런데 이번 오징어 게임에선 오빠가 더 오래 살아남았어야 글로벌 팬들이 더 많아지지 않겠느냐는 동새의 말에 기분이 나빴다"고 웃었다.
"동생이 제 연기에 대해서 매번 좋아하지는 않아요. '이번에 연기 좀 어땠어' 막 분석하는데 그때마다 기분이 너~무 나쁜거예요. 그래도 솔직한 시선이니까 기분 나쁜 티 최대한 안 내고 수용하려고 해요."노재원은 앞으로 로맨스 장르에 도전하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그는 "남자를 사랑하든, 여자를 사랑하든 사랑의 형태를 떠나 저만의 사랑을 한 번 표현해보고 싶다"며 "사랑의 형태는 인간마다 다른데 과연 내 사랑의 형태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끝으로 '오징어 게임'에 참여한 소감도 전했다.
"길들여지지 않은 투박했던 나로 남을 거 같아요. 변화를 겪기 전에 마음껏 연기했던 과거의 제 모습이기도 해서요. 미래의 제가 부러워할 만한 여정이었던 거 같아요. 앞으로도 미래에 내가 부러워할 만한 연기를 하고 싶어요."
한편, 지난달 27일 공개된 오징어게임 시즌3는 공개 2주차에도 전 세계 93개 국가에서 집계되는 톱10 순위에서 1위를 달성했다. 모든 국가에서 2주 연속 1위를 차지한 작품은 시즌3가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