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안현민. KT 위즈 제공 "힘들었어요"
KT 위즈의 거포 안현민에게 2025 KBO 올스타전 홈런 더비에 참가한 소감을 묻자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답변이 돌아왔다. 안현민은 아쉽다는 듯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힘들었고, 더블 헤더보다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안현민은 지난 11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홈런 더비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참가자를 결정하는 팬 투표에서 전반기 홈런왕 르윈 디아즈(삼성)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디아즈는 안현민의 파워를 인정한다면서 그를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여겼다.
뚜껑을 열자 반전이 펼쳐졌다. 안현민은 예선에서 홈런 4개에 그쳐 김형준(NC)와 공동 최하위에 머물렀다. 제한시간 2분이 주어진 가운데 21초가 남을 때까지 첫 대포를 신고하지 못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초조해하는 기색이 역력했고 결국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남겼다.
안현민은 "스윙할 때 아무래도 평소보다 힘이 더 들어가지 않았을까 싶다. 홈런이 초반에 나왔으면 힘이 안 들어갔을 텐데 약 1분 30초 동안 하나도 안 나오다 보니까, 1등을 하고 싶은 욕심은 사실 크진 않았다. 근데 치다 보니까 1등 욕심보다는 일단 좀 홈런을 하나라도 쳐야겠다는 욕심이 생겼다"며 웃었다.
이어 "(배)정대 형은 공을 잘 던져주셨다. 제가 어디에 씌였는지 공을 이상하게 쳤다"고 유쾌하게 말했다.
홈런 더비에서는 디아즈가 우승했다. 디아즈는 공식 기자회견에서 "이전에 인터뷰에서 경쟁자를 묻는 질문에 항상 안현민이라고 얘기했다. 가장 잘할 줄 알았다. 가장 힘이 좋은 선수라고 얘기했는데 운이 없었던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안현민은 "홈런 더비를 하기 전에 디아즈 선수의 통역 분에게 원래 연습 때 홈런을 많이 치는 스타일인지 여쭤봤는데 연습 때는 홈런보다 스프레이로 때린다고 하셨다. 그런데 너무 잘 치더라. 역시 외국인은 다르다"며 웃었다.
안현민은 올 시즌 KBO 리그가 배출한 깜짝 스타다. 전반기 60경기에 출전해 타율 0.356, 16홈런, 42득점, 53타점, 5도루를 기록했다. 출루율은 0.465, 장타율은 0.648을 각각 기록했다. 의심의 여지없는 전반기 최고 타자 중 한 명이다.
안현민은 지난해 올스타전을 시청하지 않았다. 손가락 수술을 받고 집에서 쉬고 있었다. 올스타전이 열리는 것 정도만 인지하고 있었다. 1년 사이에 많은 것이 달라졌다. 안현민은 드림 올스타의 감독 추천 선수로 꿈의 무대를 밟는다.
안현민은 "올해 제 목표가 있었다. 퓨처스 올스타에 나가보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한 단계 더 위로 와버렸다. 놀라운 따름"이라고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