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스베이더로 변신한 코디 폰세. 연합뉴스 1977년 첫 번째 영화 '새로운 희망'이 개봉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스타워즈 시대가 열렸다. 지금까지 9편이 넘는 영화가 개봉했고 수많은 스핀오프 영화와 드라마가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스타워즈 인기가 많지 않다. 여러가지 '설'이 있다. 스카이워커 사가의 핵심 줄거리가 나오는 에피소드5 제국의 역습이 한국에서 제때 개봉하지 못한 영향이 크지 않겠냐는 말도 있다.
한화 이글스를 2025시즌 KBO 리그 전반기 1위에 올려놓은 주역 코디 폰세는 스타워즈의 '찐팬'이다. 한화 구단에 따르면 경기 전에 스타워즈를 보며 마인드 컨트롤을 한다. 미국인 남성 사이에서 스타워즈의 인기는 이처럼 대단하다. 세대를 가리지 않는다.
그런데 폰세는 한국에 스타워즈의 팬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올스타전에서 스타워즈 관련 퍼포먼스를 강행하기로 했다. 누군가는 알아볼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그게 바로 '찐팬'의 마음이다.
나눔 올스타 선발투수 폰세는 12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2025 KBO 올스타전에서 다스 베이더로 변신했다.
듣는 순간 누구나 알 정도로 유명한 테마 '임페리얼 마치'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폰세는 스 베이더의 헬멧과 망토를 착용한 채로 마운드를 향해 걸어갔다. 손에는 라이트 세이버가 들려져 있었다. 준비물 모두 이번 퍼포먼스를 위해 사비로 미국에서 '직구'했다고 한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노래가 끝나자 폰세는 파란 유니폼을 하나 꺼내들었다. 유니폼 뒷면에는 등번호 99와 낯익은 영어 이름이 적혀 있었다. Ryu, 바로 류현진의 토론토 블루제이스 유니폼이었다.
폰세는 드림 올스타의 구자욱을 상대로 류현진의 자세를 따라하며 왼손으로 초구를 던졌다. 왼손 타자 구자욱은 오른손 배터박스에 서서 타격을 시도했다. 폰세는 특유의 사람좋은 미소를 보였고 구자욱 역시 유쾌하게 웃었다. 익살스런 장면과 함께 KBO 올스타전이 막을 올렸다.
올스타전은 치열했던 승부의 중압감을 잠시 내려놓고 10개 구단의 야구 팬 앞에서 부담없이 즐기는 축제와 같은 무대다. 올스타 선수들은 자신의 별명이나 요즘 유행하는 밈(meme)을 활용해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력한다.
폰세가 그 시작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수많은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빅터 레이예스(롯데)는 한복을 차려입고 대한 외국인으로 분장했고 송성문(키움)은 자신의 이름 '문'에서 착안해 세일러문으로 변신했다.
안현민(KT)은 '케릴라(KT 고릴라, K-고릴라)라는 별명에 걸맞게 고릴라 분장을 하고 타석에 들어섰다. NC 박건우와 박민우는 애니메이션 패트와 매트를 패러디해 '덤 앤 더머' 연기를 선보여 웃음을 자아냈다. 이 외에도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키움 이주형), 무한도전의 명장면 소년명수(LG 박명근) 등 다양한 소재들이 그라운드에 등장했다.
정규리그에서는 보기 힘든 장면도 연출됐다. 드림 올스타는 1-7로 뒤진 2회말 2사 1,2루에서 우규민(KT)을 내리고 3루수 최정(SSG)을 마운드에 올렸다.
최정은 최고 시속 121km의 느린 공으로 이주형과 정면 대결을 했다. 최정은 이주형을 1루수 직선타로 잡아내고 두 손을 높게 들며 포효했다.
토론토 유니폼을 입은 코디 폰세. 연합뉴스
LG 박동원. 연합뉴스
마스코트에게 여권을 뺏기는 삼성 디아즈. 연합뉴스
꿈돌이로 분장한 한화 문현빈. 연합뉴스
'소년명수' LG 박명근. 연합뉴스 5회말 이후에는 클리닝 타임 쇼가 펼쳐졌다. 가수 이무진과 밴드 잔나비가 대전을 찾아 화려한 공연으로 올스타전을 수놓았다. 올스타 선수들은 가족과 함께 그라운드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공연을 관람했다.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올스타전은 나눔 올스타(KIA, LG, 한화, NC, 키움)의 승리로 끝났다. 박동원의 2점 홈런 활약에 힘입어 드림 올스타(삼성, 두산, KT, SSG, 롯데)를 8-6으로 눌렀다. 드림 올스타는 8회초 안현민(KT)의 솔로 홈런으로 1점 차까지 추격했지만 나눔 올스타는 8회말 김태군(KIA)의 솔로포로 다시 점수차를 벌렸다.
올스타전의 피날레는 한화의 미래가 장식했다. 화려한 조명 아래 영화 메이저리그의 OST에 맞춰 등장한 김서현은 영화 속 주인공처럼 뿔테 안경을 착용한 채로 멋지게 등장했다. 전반기 1위 한화 돌풍의 주역, 올스타 팬 투표 1위를 차지한 프로 3년 차 마무리 김서현이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잡아낸 순간 13년 만에 대전에서 열린 별들의 축제가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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