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부 제공중소벤처기업부 한성숙 장관은 지난 7월 24일 취임식에서 "최우선으로 소상공인의 사회·재난 안전망 구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소상공인 사회·재난 안전망 구축'은 이날 한성숙 장관이 제시한 '5대 정책 추진 방향' 맨 앞에 자리했다.
한성숙 장관은 지난달 28일 취임 한 달여를 맞아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도 중기부가 반드시 이뤄야 할 과제로 안전망 구축을 꼽는 등 취임 이후 줄곧 안전망 구축을 강조해 왔고, 실제 관련 방안 마련을 위한 소상공인 현장 간담회를 잇달아 열며 강력한 정책 추진 의지를 과시하고 있다.
그런데 중기부가 2일 발표한 '2026년 예산안'에서는 이런 한 장관 의지가 두드러져 보이지 않는다.
중기부는 내년 예산을 올해 본예산 15조 2488억 원보다 1조 5961억 원, 10.5% 늘어난 16조 8449억 원으로 편성했다. 중기부는 "중소벤처기업과 소상공인이 어려운 경제 상황을 조속히 극복하고 안정적으로 경영을 유지하며 '진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5대 중점 투자 분야'를 제시했다.
'창업 및 벤처 4대 강국 도약을 위한 혁신 선도'(4조 3886억 원)와 '디지털·AI 대전환 및 진짜 성장을 위한 지원'(3조 7464억 원) 그리고 '소상공인 위기극복과 지속가능한 성장지원'(5조 5278억 원)과 '지역 기업생태계 구축으로 지역경제 활성화'(1조 3175억 원) 및 '함께 성장하는 동반성장 생태계 구축'(5725억 원)이다.
'소상공인 사회안전망 강화'는 '소상공인 위기극복과 지속가능한 성장지원 분야'에 담겼는데 해당 분야 예산 절대액은 5대 중점 투자 분야 중 가장 크다. 그러나 올해 본예산 5조 3922억 원과 비교하면 1356억 원, 2.5% 늘어나는 데 그쳤다.
'창업 및 벤처 4대 강국 도약을 위한 혁신 선도'와 '디지털·AI 대전환 및 진짜 성장을 위한 지원' 분야가 올해 대비 각각 8301억 원(23.3%)과 5247억 원(16.3%) 증가한 데 비춰보면 내년 중기부 예산 초점은 한성숙 장관 취임 이후 '지상 과제'로 강조되고 있는 안전망 강화에서 벗어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영세 소상공인 경영 부담 완화를 위한 '부담경감 크레딧' 사업 예산이 내년에 대폭 줄어든다. 지난 5월 확정된 올해 1차 추경에 힘입어 시행된 부담경감 크레딧은 전기·가스요금 등 공과금과 4대 보험료, 통신비, 차량 연료비 등 결제에 사용할 수 있다.
내년에도 '소상공인 경영안정바우처'로 이름을 바꿔 계속 시행되지만, 예산은 5790억 원으로 올해 1차 추경 1조 5660억 원의 1/3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지원 대상은 현행 연매출 '3억 원 이하'에서 '1억 400만 원 이하'로 축소됐고, 최대 지원 금액 역시 기존 50만 원에서 그 절반인 25만 원으로 줄었다.
이에 대해 중기부는 "올해 두 차례 추경으로 소상공인들에게 대대적인 지원이 이뤄졌고, 내년 재정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점 등이 고려됐다"며 "경영 상황이 더 어려운 분들을 우선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지원 대상을 축소했다"고 해명했다.
내년 소상공인 지원 예산 증가가 소폭에 그친 것은 중기부 예산안 편성 작업이 한성숙 장관 취임 이전에 사실상 마무리돼 한 장관의 강력한 안전망 강화 정책 추진 의지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결과로 해석된다. 불과 2.5% 예산 증액으로, 한 장관이 955만(2023년 기준) 소상공인 마음속에 부풀려 놓은 안전망 강화 꿈을 현실화하기 위한 중기부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