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인리스스틸 주삿바늘(왼쪽)과 달리 가변강성(P-CARE, 오른쪽) 주삿바늘은 혈관에 삽입되면 체온에 의해 부드러워져 환자가 팔을 접더라도 바늘이 혈관을 뚫고 주변 조직을 손상할 우려가 없다. 또한, 혈관에서 제거된 가변강성 주삿바늘은 재사용이 불가능하다. 정재웅 교수 제공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정재웅 교수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9월 수상자로 선정됐다. 정재웅 교수는 체온에 의해 부드러워지는 정맥 주삿바늘을 개발해 환자 안전을 강화하는 등 웨어러블(신체 착용)·임플랜터블(체내 삽입) 전자 소자 및 의료기기 융복합 연구로 헬스케어 혁신에 이바지했다는 평가다.
의료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정맥 주사는 혈관에 약물을 직접 주입하는 치료 방법으로, 신속한 약물 효과와 지속적인 약물 투여가 가능하다. 다만, 기존 정맥 주삿바늘은 딱딱한 금속이나 플라스틱으로 제작돼 혈관벽 등을 손상하거나 정맥염과 같은 합병증을 야기할 수 있다. 주삿바늘 처리 과정에서 의료 종사자의 찔림 사고 및 그에 따른 질병 감염도 우려된다.
정재웅 교수는 액체금속 갈륨이 체온에 반응해 고체에서 액체로 상변화하는 특성을 활용해 상온에서 딱딱한 상태이다가 체내에 삽입되면 생체 조직처럼 부드러워지는 '가변강성' 주삿바늘을 개발했다. 가변강성은 상황이나 조건에 따라 강성의 크기(딱딱한 정도)를 조절할 수 있는 특성을 말한다.
가변강성 주삿바늘은 환자의 자유로운 움직임을 보장함은 물론, 사용 후 상온에서 부드러운 상태를 유지해 의료 종사자의 바늘 찔림 사고를 예방한다. 특히 비윤리적인 주삿바늘 재사용 문제를 원천 차단할 수 있다.
정재웅 교수는 정맥 주사 중 약물이 유출되면 주위 조직 온도가 낮아지는 현상에도 주목했다. 정맥 주삿바늘에 나노 박막 온도 센서를 탑재해 국부 체온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기능을 구현함으로써 정맥 주사 약물 누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요구하는 환자 건강 증진 및 의료진 안전 도모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 정 교수 연구 성과는 지난해 8월 저명한 국제 학술지 '네이처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Nature Biomedical Engineering)' 표지 논문으로 출판되기도 했다.
정재웅 교수는 "가변강성 주삿바늘 기술이 환자와 의료진 모두의 안전을 향상시키는 의료 현장 핵심 기술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연구개발에 힘쓰겠다"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한편,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은 최근 3년간 독보적인 연구개발 성과를 창출해 과학기술 발전에 공헌한 연구개발자를 매달 1명씩 선정해 과기정통부 장관상과 상금 1천만 원을 수여하는 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