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올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무비자 여행을 위한 전자여행허가제(ESTA)를 발급받은 뒤 미국 입국이 거부된 사례가 올 상반기 들어 대폭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4일(현지시간) 미 이민당국의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 단속에서 체포·구금된 이들이 대부분 ESTA와 출장·관광 비자인 B1·B2 비자를 통해 미국에 입국한 것으로 파악된 가운데, 외교부가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이 외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트럼프 2기 출범 이후인 올 상반기에 ESTA 발급 후 실제 미국 입국이 거부된 사례가 대폭 증가했다.
최근 3년간 ESTA 발급 후 미국 입국 거부 사례 건수를 살펴보면, 2025년 올해 상반기 거부 건수는 106건에 달했다. 바이든 행정부 때였던 지난 2023년에는 119건, 2024년에는 129건이었다.
즉,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반 년 동안 입국이 거부된 횟수가 그 이전 행정부의 한 해 동안 입국 거부 횟수와 비슷하게 나타난 셈이다.
실제로 지난 6월에는 미국 미시간 홀랜드 공장에 생산라인을 설치·점검하기 위해 시카고 오헤어 공항에 도착한 LG에너지솔루션 엔지니어가 무더기로 입국을 거부당했고, 지난 5월에는 현대자동차의 기술 인력도 비슷한 이유로 애틀랜타 하츠필드잭슨 입국이 거부된 사례가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이 8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 출석해 미 조지아 한국업체에 대한 미국 이민 단속 당국의 불법체류·고용 단속과 관련한 의원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한 의원은 이날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긴급현안질의에서 이 점을 따져 물으며 "주미공관에 접수된 건만을 기준으로 집계된 것이기 때문에 미신고 사례까지 포함한다면 미국 입국이 거부된 사례가 기업별로 수십명에서 수백명에 달하게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교부는 그간 뚜렷한 대책은 마련하지 않은 채 소극적으로 대응해 왔다"며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경제안보 이슈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소한 경제안보외교센터도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이는 언제든지 다시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며 "향후 유사 사례 재발을 막기 위해 기업들과 공조해 대미 프로젝트 관련 우리 기업인과 직원들의 체류 지위와 비자 체계를 점검·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지적에 조현 외교부 장관은 "앞으로 미국과 협상해 나감에 있어서 말씀하신 내용을 잘 유념해서 성취하도록 하겠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