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 외교부 장관이 8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하고 있다. 영종도=박종민 기자미국 이민당국에 구금된 우리 국민을 태워오기 위한 전세기가 10일 한국에서 출발한다. 구금된 한국인들의 귀국길이 엿새만에 초읽기로 들어갔지만 '추방'이냐 '자진출국'이냐를 놓고 한미 당국의 입장이 엇갈리는 데다, 향후 미국 입국시 불이익 문제까지 아직 해결해야 할 난관이 많다.
전세기 오늘 출발…전원 태우고 '자진출국' 형식 귀국 목표
미국 이민당국이 공개한 조지아주 현대차공장 이민단속 장면. 연합뉴스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공장 건설 현장에서 구금된 한국인 300여명의 귀국을 위해 이날 오전 인천공항에서 조지아주 하츠필드-잭슨 애틀란타 국제공항으로 향하는 전세기를 투입한다.
대통령실 김용범 정책실장은 9일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전세기가 내일(10일) 출발한다"며 "우리 국민이 추방 형식이 아니고 자진출국 형식으로 무사 귀국할 수 있도록, (절차가) 하루 이틀 내에 마무리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입되는 대한항공 여객기는 총 368석을 갖춰 구금된 한국인 300여명을 한 번에 태워올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세기 운항 비용은 10억원 안팎이 들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 비용은 LG에너지솔루션 측에서 부담할 예정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비용은 관련 기업 측에서 부담해 정부의 비용 청구 또는 구상권 행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정부는 10일(현지시간) 전세기가 구금된 300여명을 모두 태우고 애틀란타 공항에서 출발하는 것을 목표로 세부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현지에서는 개인별로 자진출국 의사를 확인하는 면담과 희망자에 한해 출국을 위해 필요한 외국인 등록번호(A-넘버) 부여 등의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번 단속으로 함께 구금된 일본인과 중국인도 전세기에 탑승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안보장관 '추방' 발언에 술렁…불이익 우려 여전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이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 한국인 구금 사태와 관련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귀국을 위한 행정절차와 함께 외교적 조율도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 조현 외교부장관은 9일(현지시간)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만나 사태의 재발방지와 함께 비자문제 개선을 요구한다.
아울러 한국으로 돌아오는 근로자들의 미국 재입국시 제한이 없도록 하는 우리 측 요구사항을 조율한다. 정부는 구금된 이들이 자진출국을 하더라도 "불이익이 없는 방식으로 행정절차가 마무리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미국 이민국적법에 따르면 강제추방으로 추방될 경우 최소 5년 이상 미국 입국이 금지된다.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자진출국' 형태로 출국할 경우 추방기록은 남지 않는다. 하지만 개별 비자의 종류와 체류기간에 따라 입국금지가 적용될 수도 있다.
미국 이민자 단속 정책을 총괄하는 당국자의 '추방' 발언도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 8일(현지시간)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장관은 구금된 한국인들에 대해 "추방될 것(deported)"이라고 말했다. 자진출국을 권고하는 우리 정부의 입장과는 차이가 있는 발언이다.
이에 대해 김 실장은 "일부 법 집행기관에서 '그런 것(추방)에 해당하는 사람도 있다'는 식으로 주장하고 있어서 마지막 협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해당 발언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분주했다.
한 외교소식통은 "놈 장관의 발언은 같이 체포돼 구금된 다른 나라의 불법체류 노동자들을 말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