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대만에서 3번째로 발전량이 큰 발전소에 화재가 발생해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의 공장 가동에 차질이 우려된다고 대만 언론들이 전했다.
11일 중국시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대만전력공사(TPC)는 지난 9일 오후 8시쯤 발생한 남부 가오슝 싱다발전소의 화재로 '전력시스템 경계운전통보' 경보를 전날 발령했다.
한 소식통은 이번 폭발 사고에 따른 경보 적용 기간이 열흘이라며 전력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해당 경보는 전력공급 예비율이 6% 이하로 떨어지는 비상사태가 우려될 때 발령된다.
또 다른 소식통은 TPC가 지난 2022년 퇴역한 가오슝 다린발전소 5호기와 상업발전이 끝난 제2, 3 원전의 디젤발전기까지 동원해 전력 공급량을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TSMC 등이 있는 남부과학단지의 전력 수급에 지장이 발생할 수 있다고 소식통들은 설명했다.
액화천연가스(LNG)를 사용하는 싱다발전소는 총발전 용량이 4325MW로 대만 전체 발전량의 10%를 차지하는 대만에서 3번째로 큰 발전소이다.
한편, 대만은 차이잉원 전 총통 당선 이후인 2016년부터 '탈원전' 정책을 추진해왔다. 이후 2018년부터 순차적으로 원전 가동이 중단돼 지난 5월 마안산 2호기를 끝으로 6기의 원전 가동이 모두 멈췄다.
이에따라 지난 2016년 12%에 달하던 원전 발전량 비중이 현재는 '0'이 됐다. 대만 정부는 원전의 빈자리를 신재생에너지로 채우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그러나 전력 소모가 큰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산업의 폭풍성장으로 전력 부족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만은 전세계적인 AI 열풍과 그에 따른 AI 반도체 수요 급증의 최대 수혜국이다.
원전 재가동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대만은 지난 5월 상업 운전면허가 만료돼 가동을 멈춘 남부 핑둥현 헝춘의 마안산 2호기(951㎿급)의 재가동에 대한 국민투표를 지난 23일 실시했다.
국민투표는 법정 요건 미달(총 유권자의 25% 이상 찬성)로 부결됐지만 투표자 가운데는 재가동 찬성(74.2%)이 반대(25.8%)의 거의 3배에 달했다.
이에 원전 재가동에 반대해온 라이칭더 총통은 "미래에 기술이 더 안전해지고 핵폐기물이 더 적어지며 사회적 수용도가 높아진다면 선진 핵에너지를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발 물러선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