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CBS노컷뉴스와 만난 신인 가수 영빈. 이닛엔터테인먼트 제공뮤직비디오 첫 장면부터 심상치 않다. 진분홍 색동저고리에 초록 치마를 입고 있는 꼬마의 얼굴이 뭔가 기묘하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영빈의 얼굴이다. '순하게 살자'라는 가훈을 뒤로 한 채 앉아 있던 꼬마는 와사비를 들이켜려다 제지당하고, 잔치를 위해 모인 어른들은 잘 훈련된 듯 "프릭쇼"를 합창하며, 꼬마는 가운뎃손가락이 올려진 모형을 들어 보인다.
오늘(17일) 정식 데뷔하는 가수 영빈의 데뷔곡 '프릭쇼'(Freak Show)는 지극히 '영빈다움'을 추구한다. 뮤직비디오는 영빈이 도달하고자 한 "틀 깨는 시도"가 점철된 결과물이다. 치아 가글용으로 추정되는 액체를 꿀꺽꿀꺽 삼키고는, 가만히 서 있는 마네킹에게 "회 쳐 먹자"라며 회를 건네는 식이다. "웰컴 투 더 프릭쇼"라는 후렴이 나올 때는 머리를 반으로 나눠 V자로 드는 동작으로 시선을 뺏는다.
지난 12일 오전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CBS노컷뉴스와 만난 영빈은 "되게 오랫동안 이 일을 꿈꿔왔다"라며 "(이 곡에) 제 정체성을 담았고 굉장히 떨리고 긴장도 되고 설레는 것 같다"라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앞서 영빈은 올해 1월 종영한 '더 딴따라'에서 준우승한 후 JYP엔터테인먼트 자회사 이닛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을 맺은 바 있다.
리드미컬한 베이스와 시원한 기타 라인이 돋보이는 팝 댄스곡 '프릭쇼'는 JYP엔터테인먼트의 수장 박진영이 작곡에 참여했다. 독창적인 표현으로 유명한 작사가 전간디가 가사를 썼다. 아티스트 영빈도 작사에 참여해 본인만의 색을 입혔다. '타고난 다름'을 자랑스럽게 승화하는 태도를 언어유희로 풀어내, 직설적이면서도 재치 있는 표현이 특징이다.
영빈은 KBS '더 딴따라'에서 준우승했다. 이닛엔터테인먼트 제공"처음 나갈 때 기존 틀을 깨는 시도를 많이 하고 싶었고, 신선하고 좀 영빈만의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콘셉트와 곡으로 나가고 싶었다"라는 영빈은 '프릭쇼'에 관해 "곡을 듣자마자 '내 곡이다'라고 생각했다"라고 고백했다.
'프릭쇼'는 "원하던 영빈만의 색깔이 듬뿍 담긴" 곡이다. 왜 듣자마자 '내 곡'이라는 생각을 했을까. 여성의 목소리로 시작하는 도입부부터 느낌이 왔다. 영빈은 "인트로가 좀 독특한데, 제가 뮤지컬 전공이어서 그런지 앞부분 합창 느낌이 뮤지컬리티 느낌도 나고 제 전공을 나타내는 것 같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직접 작사했기에 "내 이야기를 쓰게 되니 내 노래, 내 것이라는 확신"이 더 들기도 했다.
직접 쓴 마음에 드는 구절이 궁금했다. 영빈은 "마음껏 다 음미해. 내가 달아오르게"라는 대목을 짚으며 "음미한다는 표현을 평소에도 좋아한다. 음미한다는 건 천천히 느끼고 생각하면서 그걸 온전히 느낀다는 건데, 뭔가 저의 무대를 마음껏 음미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랄까. 음미를 통해 제 에너지를 그대로 전달받으셨으면 좋겠다"라고 설명했다.
전간디 작사가가 쓴 "기분 날 것 같아, 회 쳐 먹자 나랑"이라는 부분도 언급했다. "사실 저도 처음에 잘못 들었나?" 했다는 영빈은 "회라는 단어가 가사에 나오는데 되게 우연이지만 저희 아버지가 횟집을 하신다. 설마 혹시 저희 집을 아시고 쓰신 건가 했다. 의도하신 게 전혀 아닐 텐데…"라며 "좀 운명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데뷔곡부터 나를 반영하는 노래와 가사를 만나 너무 감사하다"라고 전했다.
데뷔곡 '프릭쇼'는 JYP 대표 프로듀서 박진영이 작곡에 참여했다. 영빈은 작사에 힘을 보탰다. 이닛엔터테인먼트 제공녹음할 때도 이런 개성 있는 가사를 살리고자 노력했다. 영빈은 "가사가 되게 거칠기도 하고, 언어유희를 활용해서 되게 재치가 있다. 말맛을 살리기 위한 노력을 많이 했고, 박진영 PD님이 '어미 끝처리까지 감정이 들어갔으면 좋겠다'라고 하셔서 저도 감정을 담고자 다양한 시도를 해 봤다. 가사 쓰는 것부터 녹음하는 과정이 가장 깊게 집중하고 몰입했던 순간"이라고 돌아봤다.
들었을 때부터 '내 것'이라는 확신이 섰기에, 금방 받아들일 수 있었다. 영빈은 "노래도 그렇고 콘셉트 자체가 오히려 독특한 게 편안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흡수가 빨랐던 것 같다. '프릭쇼'가 저를 소개하는 곡이다 보니 뭔가 크게 더할 게 없는 느낌이어서 좀 수월하게 진행했던 것 같다. 콘셉트나 노래 소화하는 시간이 그렇게 길진 않았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인터뷰 당시에는 아직 뮤직비디오가 공개되기 전이었지만, 가편집본만으로도 '프릭쇼'라는 곡의 '추구미'가 어떤지 바로 감지할 수 있었다. 뮤직비디오에도 본인 의견이 들어갔는지 묻자, 영빈은 '그건 아니'라고 했으나 본인과 비슷한 점이 많아서 신기했다고 전했다.
가훈 '순하게 살자'와는 영 딴판인, 와사비를 들고 반란을 일으키는 첫 장면 속 꼬마가 본인 같았다는 설명이다. 영빈은 "저도 집에서 돌연변이 같은 존재다. 집이 예체능 계열이 전혀 아니고 (부모님도) 차분하신 편인데, 저 혼자 끼를 주체하지 못하고 혼자 상경했다"라고 운을 뗐다.
영빈은 '프릭쇼' 뮤직비디오에 본인을 연상케 하는 장소와 소품이 나와 놀랐다고 밝혔다. 이닛엔터테인먼트 제공뮤직비디오 속 캐릭터에 관해 영빈은 "겉으로 보기엔 차분하고 무기력해 보이는데 뭔가 자기 안엔 굉장한 에너지를 품고 있다. 와사비, 태닝 기계 등 뜨거운 걸 만나면 폭발한다는 거다. (저도) 평소엔 차분한데 무대 위에서는 폭발적인 에너지가 나오고 대담해지는 편"이라고 밝혔다.
"내게 너무 익숙한 공간이자 아버지의 배경인 수산시장이 나오니까 세트장 가서도 너무 놀랐다"라며 '으하하하' 하고 웃은 영빈은 "그냥 제 삶을 반영한 느낌이라 신기했고 그래서 좀 편안하게 촬영할 수 있지 않았나"라고 부연했다.
집안의 돌연변이 같았다고 자기소개한 영빈이 스스로 '끼'가 있다고 느낀 시점은 무척 빨랐다. 영빈은 "다섯, 여섯 살 때부터 EBS '모여라 딩동댕'에서 제 또래 친구들이 춤추고 노래하는 걸 TV로 보면서 엄마한테 '나 저거 하고 싶어'라고 얘기했고, 끼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저기에 서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집에서 혼자서 온종일 노래 부르고 춤추고 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노래라는 게 좀 없는 집안"이다 보니 샤워 부스에서 노래하고 장기자랑에 무조건 나가며 지냈지만, 중3 때 '지금 서울에 가지 않으면 난 평생 이 일을 못 할 수도 있겠다' 하는 2차 직감이 세게 와서 예고 입시를 준비했고 한림예고에 합격해 서울로 왔다.
영빈이 커다란 생선 모형을 들고 있는 모습. 이닛엔터테인먼트 제공한림예고에 합격하고 나서도 부모님이 "(저를 향한) 큰 믿음은 없었던 것 같다"라고 웃은 영빈은 "얼떨떨해하시고, 서울에 연고가 전혀 없다 보니 걱정이 많으셨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영빈은 달랐다. "너무 좋았다. '드디어 열망을 펼치는구나!' 하면서. 노래, 연기, 춤을 정식으로 배우는 게 처음이었는데 주말에도 학교에 갈 만큼 완전히 몰입해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하고 싶었던 일을 정식으로 배운 시점이, 같은 꿈을 가진 다른 친구들보다는 조금 늦었으나 고등학교 시절 영빈은 '그래도 나 여기서 좀 튀는데?' '그래도 나 스타성이 있고 튄다. 나도 할 수 있다'라고 생각했다. 내게 '다른 것이 있다'라는 걸 본격적으로 느꼈을 때는 대학 입학 후였다.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진학했을 때, 영빈은 "저의 창의력과 사고(의 폭)를 넓혀주고, 제가 주체가 돼서 캐릭터를 만드는 수업을 많이 했다"라며 이를 "굉장히 틀을 깨는 수업"이었다고 기억했다. 그는 "제가 뭔가를 만들고 창의력을 발휘하는 과정이 너무 잘 맞았고 '아, 난 이런 일을 해야겠다'라는 세 번째 직감이 왔다. 그때도 반쯤은 거기에 미쳐서 살았던 것 같다"라고 전했다.
영빈은 "어떤, 제 이야기가 들어가야 제가 진심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 같다. 제 이야기를 하고 싶은 열망이 크고, 먼 훗날에는 어떤 '저'라는 장르가 생길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영빈의 데뷔곡 '프릭쇼'는 17일 저녁 6시 공개된다. 이닛엔터테인먼트 제공데뷔 싱글에는 '프릭쇼'의 영어 버전도 수록됐다. 영빈은 "팝 음악이라 그런지 영어 버전이 훨씬 편했다. 저한테 다양한 표현이 나오기도 하고. 많이 기대해 달라"라고 부탁했다. 영어 가사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굉장히 독특하고 재치 있게 쓰여 있고, 자신만의 다름, 자신만의 프릭(freak, 별남)을 인정하고 그걸 좀 당당하게 재밌게 표현해 보자는 내용"이라고 소개했다.
'프릭쇼' 활동으로 얻고 싶은 게 있는지 묻자, 영빈은 "외적인 거에 집중하기보다 무대 위에서 내가 어떤 에너지를 전달할 것인가에 대해서 좀 더 집중하고 싶다. 끝나고 나서 '아, 나 좀 잘 놀았다' 이렇게 되고 싶고, 점점 잘해서 마지막 음악방송 때 제일 잘 하고 싶다"라고 답했다.
거시적인 목표는 '꾸준하게 앨범 내기'다. 영빈은 "그러려면 계속 영감이 흐르는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평소에 잘 살아야 하는 거 같다. 무대로는 제가 어릴 때부터 보고 꿈을 키운 'MAMA' 시상식, 글로벌로는 롤라팔루자나 코첼라 꼭 서 보고 싶다"라고 바랐다.
영빈의 첫 디지털 싱글 '프릭쇼'는 오늘(17일) 저녁 6시 각종 음악 사이트에서 발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