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정치 자금 제공 혐의를 받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 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김건희 특별검사팀(민중기 특별검사)이 통일교 한학자 총재와 교단의 2인자라고 불리던 정모 전 비서실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통일교 관련 제기되는 의혹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국민의힘 중앙 당사에 대한 세 번째 압수수색에 나서고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을 구속 후 처음 소환했다.
박상진 특검보는 18일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오늘 오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한학자 총재와 정모 전 총재 비서실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치자금법·청탁금지법 위반, 증거인멸 교사, 업무상 횡령 등 혐의를 받는다.
특검은 전날 9시간 30분 가량 한 총재에 대한 고강도 조사를 진행했다. 한 총재는 앞서 세 차례 특검 조사에 불응하다 권 의원의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특검에 자진 출석했다. 특검은 이에 "(한 총재가) 공범의 구속여부 결정을 지켜본 후 임의로 출석일자를 택해 특검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출석함으로써 이뤄졌다"면서 "특검은 향후 이 사건을 법에 정해진 원칙과 절차에 따라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 총재는 전날 조사에서 줄곧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통일교가 윤석열 정부를 상대로 한 각종 청탁에 한 총재가 관여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검은 조사에서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모씨가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건희씨에 샤넬 가방과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을 교부한 배경에 한 총재의 지시와 승인이 있었는지 등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날 국민의힘 당원 가입 명부를 확보하기 위해 국민의힘 중앙당사에 대한 세 번째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달 13일과 18일에도 특검은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국민의힘이 완강하게 거부하면서 끝내 철수한 바 있다. 이날도 특검과 국민의힘 측의 의견이 조율되지 않아 아직 영장을 집행하고 있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압수수색은 통일교가 2022년 말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특정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교인들을 국민의힘에 입당시켰다는 조직적 선거 개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차원이다. 특히, 김건희씨가 직접 통일교 교인을 당원으로 가입시켜달라는 요청을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통일교 측에 전달했다고 의심한다. 특검은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국민의힘 당원 명부를 확보한 뒤, 국민의힘에 가입한 통일교 신도 명단과 같은 시기 당에 가입한 당원 명부를 대조할 것으로 보인다.
통일교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특검은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도 구속 후 처음으로 소환해 이날 오후 2시부터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검은 당초 알려진 권 의원의 혐의 중 1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포함해서 관련 혐의들을 전반적으로 추궁하고 있다. 이번 조사는 권 의원이 지난 16일 구속된 이후 첫 소환이다.
특검은 2022년 제20대 대통령 선거 당시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모씨가 한 총재의 지시 하에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 1억 원을 건넸다고 보고 있다. 특검은 윤씨의 공소장에서 권 의원이 통일교 정책을 국정 과제로 반영해주는 대가로 통일교 신도들을 당시 윤석열 후보 지원에 동원하겠다는 약속과 현금 1억 원을 윤씨로부터 받았다고 적시했다.
삼부토건-웰바이오텍 주가조작 의혹 관련 수사도 계속되고 있다. 특검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이기훈 웰바이오텍 회장 겸 삼부토건 부회장과 웰바이오텍 구세현 대표를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지난 2023년 5월 삼부토건은 우크라이나 재건 포럼에 참여하며 주가가 급등했는데, 웰바이오텍도 당시 함께 '우크라이나 재건주'로 묶여 수혜를 봤다. 특검은 이들을 상대로 해당 의혹과 김건희씨와의 관련성을 추궁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