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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中 'AI 굴기의 미래' 화웨이 상하이 R&D센터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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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화웨이가 상하이 서쪽에 2조원 투입해 설립한 '롄추후 R&D 센터'
여의도 절반, 축구장 225배 크기로 미국 빅테크도 압도하는 규모
AI 반도체 등 개발 위해 설립…"미국 제재에 대한 화웨이의 응답"
2024년에만 R&D에 35조원 투자…같은해 한국 투자액 26.5조원
전체 직원 55%가 연구인력…롄추후 센터는 직원 80%가 석·박사
해외 과학자 집앞에 R&D 센터 지을 정도로 인재 모시기에 적극적
'화웨이행' 택하는 한국 연구인력도 갈수록 늘어나…벌써 3백명대

화웨이 '롄추후 R&D 센터'를 가로지르는 트램. 상하이=임진수 특파원화웨이 '롄추후 R&D 센터'를 가로지르는 트램. 상하이=임진수 특파원
지난 22일 중국 상하이 홍차오 공항 인근에서 차로 40여분을 달리자 미국의 대학 캠퍼스, 혹은 서구식 대규모 타운하우스를 연상케하는 화웨이 '롄추후 R&D 센터'(이하 롄추후 센터)가 눈에 들어왔다. 차에서 내려 롄추후 센터 구성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들은 뒤 바로 2량짜리 트램을 타고 곳곳을 둘러봤다.

대부분 5층 이하의 낮은 건물들이 롄추후 센터 가운데 위치한 인공호수를 중심으로 펼쳐져 있었다. 주요 연구시설이 들어선 105개의 건물들은 미국식, 유럽식, 그리고 중국식 등으로 지어져 각자 특색을 뽐냈다. 또, 건물 사이사이에 1~2층짜리 회의동 등도 배치돼 있어 실제 전체 건물수는 수백채에 달한다.

화웨이는 100억위안(약 1조 9500억원) 이상을 투입해 상하이 서쪽 끝 칭푸구에 여의도 면적의 절반, 그리고 축구장 225개 크기(1.6㎢)의 부지 위에 롄추후 센터를 설립했다. 이곳은 구글 모회사 알파벳 본사보다 10배 이상 크다. 부지 면적부터 미국 빅테크와 경쟁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읽혔다.

롄추후 센터는 지난 2020년 9월 공사가 시작됐다. 2024년 10월부터 순차적으로 인력배치가 시작돼 현재는 2만 8천여명의 인력이 입주해 있다. 아직 내부 인테리어 등 마무리 공사가 진행중인 건물도 있는데 연말에 모든 공사가 완료되면 3만명 이상이 상주하며 연구개발에 전념할 수 있다.

정부도 롄추후 센터 설립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상하이시는 대규모 부지 제공과 시설 허가 간소화 등 각종 편의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직원들의 출퇴근 편의를 위해 상하이에서 출발하는 지하철 17호선 노선 종착지를 롄추후 센터 인근으로 연장하기도 했다.

화웨이가 롄추후 센터를 설계하며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직원복지라고 한다. 안내를 맡은 담당 직원이 카페와 식당, 헬스장 등 직원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얼마나 많고 쾌적한지 등 직원복지만 쉴새없이 설명하자 방문자들이 연구시설이나 연구분야 등에 대해서도 좀 알려달라고 사정했을 정도다.


점심시간이 되자 직원들이 하나둘씩 연구실에서 나와 식당으로 향했다. 30도 안팎의 더운 날씨에 상당수가 반팔에 반바지 차림이어서 여기가 격식 보다는 성과를 중요시하는 곳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롄추후 센터 직원의 평균 연령은 31.6세로, 80% 가량이 석박사 출신의 연구자들이라고 한다.

야근이 많냐는 질문에 안내 직원은 "유연근무제라서 늦게 출근하면 저녁이나, 휴일에 나와 일하기도 하지만 추가 근무 수당 문제로 책임자들이 승인을 안해 주는 경우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화웨이 내부 사정을 잘아는 한 인사는 "52시간제 지키다가는 금방 실업자가 될 것"이라고 기자에게 귓속말을 했다.

화웨이는 선전과 둥관 등 중국 각지에 이미 10여곳의 R&D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그럼에도 상하이에 또 R&D 센터를 대규모로 건설한 것은 '첨단 반도체' 개발을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로 인공지능(AI) GPU(그래픽처리장치) 등 첨단 반도체의 공급이 막히자 직접 개발에 나섰다.

화웨이는 공식적으로는 롄추후 센터에서 ICT(정보통신), 스마트 디바이스 등 첨단 기술 분야 전반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자체 개발한 AI GPU인 어센드 시리즈 등 첨단 반도체 연구개발 인력과 시설들을 이곳에 집결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롄추후 센터가 중국 AI 산업의 미래를 짊어진 셈이다.

지난 4월 롄추후 센터를 방문한 바 있는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는 '미래를 보기 위해 이제는 중국으로 온다"는 내용의 칼럼에서 이곳을 "미국의 제재에 대한 화웨이의 응답"이라고 평가했다. 롄추후 센터가 미국의 제재를 뚫을 전초기지 역할을 하리라 예고한 것이다.

실제로 화웨이는 지난 18일 상하이에서 열린 연례 '화웨이 커넥트' 행사에서 올해 1분기 출시한 어센드 '910C'의 후속 모델인 '950PR'과 '950DT'를 각각 내년 1분기와 4분기에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또, 2027년 4분기에는 '960', 2028년 4분기에는 '970'을 각각 출시할 예정이다.

쉬즈쥔 화웨이 순번회장은 이날 행사에서 어센드 시리즈 신제품을 1년에 한번씩 새로 출시할 때마다 컴퓨팅 능력을 2배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특히, 950PR에는 자체 개발 HBM(고대역폭 메모리)을 탑재하겠다고 공언했다. 현재 HBM 시장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 3개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화웨이 '롄추후 R&D 센터' 모형. 상하이=임진수 특파원화웨이 '롄추후 R&D 센터' 모형. 상하이=임진수 특파원
어센드 시리즈 개발 소식을 꼭꼭 숨겨왔던 화웨이가 이날 제품 출시 로드맵까지 공개한 것은 그동안 축척된 기술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당국도 정부와 공공기관은 물론 민간 기업에까지 엔비디아의 AI GPU 대신 어센드 시리즈를 사용하라고 종용하며 화웨이를 측면지원하고 있다.

지난 7월 중국을 방문한 젠슨황 엔비디아 CEO는 미국 정부의 제재로 "엔비디아가 여기(중국)에 없다면, 화웨이는 반드시 자체 해결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물론 어센드 시리즈가 기술적 완성도 측면에서는 엔비디아 제품에 뒤쳐질 수 있지만 황 CEO의 전망이 실현되고 있다는 점이 포인트다.

이렇게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를 뚫고 속속 첨단 반도체 자체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롄추후 센터 설립을 비롯한 천문학적 규모의 R&D 투자에 있다. 화웨이는 2024년에만 한화로 35조원을 R&D에 투입했다. 심지어 연구인력 1인당 수억~수십억원 씩 지급되는 인건비는 포함하지 않은 금액이라고 한다.

화웨이의 2024년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중은 20.8%에 달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전자(11.6%)와 SK하이닉스(7.5%)를 훌쩍 뛰어넘는다. R&D 투자액으로도 한국 기업들을 넘어선 것은 물론 알파벳과 메타, 애플, MS, 폴크스바겐 등 굴지의 글로벌 기업들에 이은 6위를 기록했다.

2024년 한국 정부의 전체 R&D 투자액은 26조 5천억원이다. 화웨이가 세계 10대 경제국인 한국 정부보다 많은 돈을 R&D에 쏟아붓고 있는 것. 그 결과 화웨이가 보유한 활성화된 특허는 15만건에 달하며,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제 특허를 낸 기업 자리를 8년 연속 지키고 있다.

에릭두 화웨이 한국지사 부사장은 "기술 역량이 없었다면 지금 현재 지정학적인 도전 속에서 화웨이가 살아남지 못했을 것 같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기술 혁신과 R&D를 가장 기본으로 생각하고 있고, 런정페이 창업자 겸 CEO도 R&D 투자를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웨이 관계자가 '롄추후 R&D 센터'를 방문한 한국 정부 관계자와 기업인 등에게 화웨이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상하이=임진수 특파원화웨이 관계자가 '롄추후 R&D 센터'를 방문한 한국 정부 관계자와 기업인 등에게 화웨이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상하이=임진수 특파원
압도적인 R&D 투자 규모와 함께 대규모 연구인력이 화웨이의 기술혁신을 뒷받침하는 저력이다. 화웨이의 전체 직원 20만 8천명 가운데 55% 수준인 11만명이 연구인력이다. 앞서 언급한 롄추후 센터의 직원복지를 비롯해 화웨이는 이들 연구인력에게 업계 최고의 대우를 하고 있다.

화웨이가 상하이 서쪽 끝에 롄추후 센터를 설립한 주요 이유중 하나도 상하이는 물론 차로 30분 거리인 쑤저우 등 인근 지역의 인재를 흡수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한다. 두 부사장은 "인재에 대한 존경과 존중, 그리고 그 인재가 개발한 지식재산권 보장이 화웨이 R&D의 기반"이라고 설명했다.


두 부사장은 그러면서 아일랜드에 세운 한 R&D 센터를 예로 들었다. 설명에 따르면 화웨이는 아일랜드의 한 과학자를 중국에 초빙해 연구를 맡길 계획을 세웠는데, 당사자가 고령과 해외 체류를 이유로 거절했다고 한다. 그러자 화웨이는 아예 그의 집앞에 R&D 센터를 세워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국내외 할 것 없이 인재를 끌어모으는 화웨이의 이런 인재 유치 전략으로 인해 한국에서도 화웨이행을 택하는 연구인력들이 크게 늘고 있다. 실제로 화웨이에서 일하고 있는 한국인 R&D 인력이 올해 6월 기준 3백명대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화웨이에 韓연구원 수백명 있다…中에 흡수되는 인재들. CBS노컷뉴스)

글로벌혁신센터(KIC중국) 김종문 센터장은 "1987년 설립 이후 지속적인 투자와 노력이 집적된 결과, 현재 기존 주력 분야인 통신장비 등 ICT인프라는 물론 거의 모든 첨단 산업분야에서 화웨이의 기술과 제품이 응용되고 있다"면서 "이런 발전의 원동력은 지속적인 R&D투자와 인재 유치 전략에서 나온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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