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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쿠폰 차질, 월세도 못 내…국정자원 화재로 '혼란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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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정부 시스템 647개 먹통
"이달까지 써야 하는데"…'정부 바우처' 사용 불가해 발만 동동
소비쿠폰 이의신청 불가, 우체국 금융도 제한…돈도 못 뽑아
나이스(NEIS)·비대면 카드 발급·부동산 거래 신고도 어려워
정부 "직접 피해 없는 551개 시스템 순차 재가동 계획"

28일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인해 불에 탄 리튬이온 배터리가 소화수조에 담겨 있다. 연합뉴스28일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인해 불에 탄 리튬이온 배터리가 소화수조에 담겨 있다. 연합뉴스
정부 핵심 전산망을 관리하는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시민들은 모바일 신분증 사용 불가부터 입출금 장애까지 여러 불편을 겪고 있다. 정부는 최대한 신속하게 행정 서비스를 복구한다는 방침이지만 일부 기능은 당분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곧 만료되는 바우처 어쩌나, 금융 서비스도 막혀

민생회복 소비쿠폰 2차 지급계획이 발표된 12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종합시장 내 점포에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 가능 안내문이 붙어 있다. 류영주 기자민생회복 소비쿠폰 2차 지급계획이 발표된 12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종합시장 내 점포에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 가능 안내문이 붙어 있다. 류영주 기자
지난 27일 오전 경기도 안양에 사는 여성 직장인 장나라(34, 가명)씨는 답답한 마음으로 한동안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렸다.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발급 대상자가 아니란 통보를 받은 장씨는 그날 이의신청 절차를 밟기 위해 국민신문고 앱을 깔아 접속을 시도했는데, 30분째 먹통이었다. 이유를 몰랐던 장씨는 애꿎은 휴대전화 탓만 하다 뒤늦게 국정자원 화재로 인한 접속 장애인 것을 깨닫고 아쉬운 듯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장씨는 "아직 이의신청 기간이 넉넉히 남아 있어 큰 문제는 없다"면서도 "정부 서비스가 급한 사람들은 조급할 것 같다"고 걱정했다.

정부 바우처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이번 화재로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바우처로 서비스 비용을 해결해야 하는데, 바우처 포인트 결제가 막힌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경기도 안산의 한 발달장애센터에서 근무하는 강모(44)씨는 "토요일(27일)에 '발달 바우처' 포인트로 결제하려는 보호자들이 있었는데 전산 시스템 오류로 사용이 안 됐다"고 말했다. 발달 바우처는 발달장애 아동을 대상으로 재활 치료 서비스를 지원하는 제도다. 강씨는 "특히 바우처 포인트는 매달 사용해야 하는데, 월말에 결제가 안 된 상황이다 보니 10월로 넘어가면 포인트가 사라질 수 있다"며 "다음 달로 이월이 되는 등 방법이 필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우체국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도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지난 주말 서울 서대문구의 한 우체국 출입문에는 "입출금과 보험료 납부 등 금융서비스가 중단됐다"는 장애 발생 안내문이 붙었다. 실제 우체국 내부 자동화기기(ATM) 모두 먹통이었다. 동대문구에 사는 대학생 윤모(23)씨는 "원룸 월세를 낼 돈이 우체국 계좌에 있는데 송금을 못 했다"라며 "월요일에 직접 창구에 가서 인출이 가능한지 물어볼 생각"이라고 토로했다.

또 주말 동안 열린 2025 부산 국제 록 페스티벌에서는 모바일 신분증으로 신분 확인을 할 수 없어 발을 동동 구른 시민들이 있었다. 백화점에서도 추석 선물을 배송하려는 시민들과 직원이 불편을 겪었다. 27일 서울의 한 백화점에서는 배송을 담당하는 직원이 "대전에 불이 나서 도로명 주소 검색이 잘 안된다. 수동으로 하고 있어서 시간이 걸린다"고 안내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모바일신분증 사용이 제한되고 각종 정부문서를 발급하는 정부24 접속도 막히는 등 여러 불편이 지속되고 있다.

정부 시스템 647개 먹통…"직접 피해 없는 시스템부터 가동"

27일 정부24 서비스 홈페이지에 서비스 일시 중단 안내문이 표시되고 있다. 정부24 홈페이지 캡처27일 정부24 서비스 홈페이지에 서비스 일시 중단 안내문이 표시되고 있다. 정부24 홈페이지 캡처
지난 26일 오후 8시 20분쯤 대전 유성구 화암동 국정자원 5층 전산실에서 리튬이온 배터리 폭발로 추정되는 불이 발생했다. 국정자원은 대전 본원과 광주·대구센터를 두고 있는데, 모두 1600개의 국가 전산시스템을 관리한다.

이 화재로 정부 업무시스템 647개가 가동을 멈춰 주요 행정서비스와 인터넷 우체국 우편·금융 서비스 등이 중단됐다. 행정안전부는 정부24·모바일신분증·국민신문고 등 1등급 시스템 12개와 2등급 58개 등 70개의 정부 온라인 시스템이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나이스(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를 비롯한 교육 시스템 접속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27일 경기도교육청은 내부 업무포털에 '국정자원 화재에 따른 나이스, K-에듀파인 로그인 불가 안내' 공지를 올린 바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실물 운전면허증, 여권, 외국인등록증이나 이미 발급된 모바일 신분증이 없는 경우 비대면 계좌 개설이나 체크카드 발급도 어렵다. 현재 주민등록증을 통한 본인확인 서비스가 중단돼 실물 운전면허증, 여권, 외국인등록증과 지난 26일 이전 발급된 모바일 신분증(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외국인등록증)으로만 진위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택배 물량이 몰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인터넷 우체국 등 우편 서비스와 우체국 예금·보험 등 금융 서비스도 중단됐다. 다행히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8일 오후 9시부터 체크카드 결제 등 우체국 금융서비스를 정상적으로 재개했다고 밝혔다. 우편 서비스는 29일 오전 복구를 목표로 점검 중이다

부동산거래관리시스템 내 부동산 거래 신고 온라인 서비스도 마비돼 정부는 방문 신고를 당부했다. 현재 인터넷 PC 및 모바일 부동산거래관리시스템 내 부동산 거래 신고 및 주택 임대차 계약 신고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법원 전자소송 포털, 인터넷등기소 등 일부 서비스도 '먹통'이 됐다. 27일 법원 전자소송 포털과 인터넷등기소 홈페이지에는 '국정자원 화재로 인한 일부 서비스 불가' 안내가 공지됐다.

복지부와 소속기관에서 운영하는 대민 행정서비스 접속도 제한되고 있다. 각종 복지서비스를 온라인으로 신청할 수 있는 '복지로', 전국 화장시설을 온라인으로 예약하는 e하늘장사정보시스템 등에 접속이 불가능하다.

경찰의 교통범칙금 납부도 일시 중단됐다. 이를 처리하는 디브레인에 전산 장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미 발부된 과태료·범칙금에 대한 납부 기간을 복구에 걸린 기간만큼 유예할 방침이다.

소방청의 119 신고자 위치정보시스템에도 일시적 장애가 발생했다. 소방청은 행정안전부 긴급신고 공동관리센터와 경찰청·해양경찰청 등 관계 기관과 즉시 공조해 신고자의 위치정보를 확보하고 긴급 출동 체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최대한 신속하게 행정 서비스를 복구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전상망 복구가 지연되면 공공기관, 은행 등 업무가 시작되는 월요일부터 더 큰 혼란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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