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인해 불에 탄 리튬이온 배터리가 소화수조에 담겨 있다. 연합뉴스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본원 전산실 화재로 법원 전자소송 포털과 인터넷등기소 등의 일부 서비스가 차질을 빚고 있다. 국정자원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정보·통신 시스템을 총괄·운영하는 기관으로, 대한민국 '디지털 행정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다. 법조계에선 국가 전산망의 장애가 장기화한다면 형사 절차 운영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법원 전자소송포털, 인터넷 등기소 등 서비스 중단
지난 26일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로 정부 전산망이 사실상 마비된 가운데 28일 서울 시내 한 지하철역에 설치된 무인민원발급기 화면에 서비스 일시중단 안내문이 나오고 있다. 류영주 기자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번 화재로 법원 전자소송 포털과 인터넷등기소, 헌법재판소 일부 서비스가 중단됐다. 전자소송 포털은 소장과 증거 등 소송서류를 인터넷으로 제출해 소송 절차를 진행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다. 현재 실명 확인과 주민등록정보 연계, 전자문서 지갑 증명서 첨부, 등록면허세 납부 조회, 문건 제출 및 휴대전화 알림 서비스 등이 멈췄다.
대법원이 운영하는 인터넷등기소도 부동산·법인 등의 등기부 열람 서비스는 가능하지만, 내국인 실명 확인, 인터넷 발급 시 전자지갑 확인, 토지 이용계획 조회, 전자 신청 시 서울시 이외 타지역 등록면허세 연계 등 일부 기능은 작동하지 않고 있다.
헌법재판소 역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센터 화재로 인해 해당 시스템과 연계되는 전자헌법재판센터 회원가입 등 일부 서비스 이용이 원활하지 않음을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는 공지를 띄운 상태다.
재판 기록 등 법원 업무의 경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법원행정처는 "사법부 전산 시스템은 별도로 관리되고 있어 (재판 기록 등 법원 업무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수사·재판 업무에 직접 연동되는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도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KICS는 경찰·검찰·법원이 사건 접수부터 공소 제기, 재판 진행까지 수사 업무 전반을 공유하는 시스템이다. 다만 현재 다른 기관 소속 특별사법경찰의 자료 송부는 차질을 빚고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검찰에서 법원에 공소장 전자 결재 등을 보내는 데는 문제가 없다. 그렇지만 고용노동부 특별사법경찰관이 검찰 등에 수사 자료를 송부하는 것은 현재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사건 처리 정보 문자 알림, 우체국의 전자우편 시스템을 통한 전자 송달 등이 멈췄다. 전산망 장애가 길어질 경우 수사 절차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24 온라인 증명발급 중단…'출입국 사실 증명' 등 수수료 한시 면제
정부24 서비스 홈페이지에 서비스 일시 중단 안내문이 표시되고 있다. 정부24 홈페이지 캡처법무부는 주요 전산센터가 광주에 있어 직접적인 타격은 없었다. 다만 법무부 온라인 민원 서비스도 정부24와 연계된 변호사시험, 사법시험 합격증명서 발급 서비스가 멈췄다. 교도소·구치소 접견 예약 등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법무부는 정부24의 온라인 증명발급이 중단됨에 따라 '출입국에 관한 사실 증명' 등 문서 9종의 발급 수수료를 면제한다고 밝혔다. 출입국에 관한 사실 증명 등 문서는 온라인 발급 시 수수료가 무료지만, 출입국·외국인 관서를 직접 방문해 발급하면 2천원의 수수료가 발생한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정부 24가 정상 운영되는 시점까지 현장 방문 발급 시에도 수수료가 전면 면제되는 것이다. 법무부는 "국가 중요 정보시스템의 피해가 복구될 때까지 민원인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출입국 시스템과 관련해서도 논란이 제기됐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 27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사고 수습과 전산복구, 개인정보 보호·신원확인 보안대책, 이중화 체계 확립 등 철저한 대책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 시작을 연기할 것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출입국관리정보시스템은 법무부 소속기관에서 별도로 관리·운영되고 있다"며 화재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정부는 예고대로 오는 29일부터 내년 6월까지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을 시행할 예정이다. 전담 여행사가 모집한 3인 이상 중국인 단체 관광객은 최대 보름 동안 무비자로 한국 관광을 할 수 있다. 법무부는 "단체관광객 명단을 사전에 점검해 입국규제자, 과거 불법체류 전력자 등 고위험군은 무사증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정자원 화재로 발생한 대국민 서비스 문제 복구는 아직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국정자원은 화재로 큰 피해가 난 5층 7-1 전산실 내 96개 시스템에 대해 대구센터 내 민관협력형 클라우드 서비스로 이전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 일각에서는 이들 전소된 시스템이 대구센터에서 새롭게 가동되는 데 "약 2주가 걸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복구까지 일부 혼란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