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17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악수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재명 대통령이 30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는다.
취임 후 외국 정상 중 유일하게 여러 차례에 걸쳐 만나면서 복잡다단했던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나섰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니지만, 향후 일본 정국의 향방을 고려할 때 실효성이 얼마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재명-이시바 회동만 3번째…'셔틀외교 복원' 의미
이 대통령은 이날 이시바 총리와 부산에서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의 만남은 지난 6월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지난달말 일본 도쿄에서의 정상회담에 이어 이번이 3번째다.
이 대통령은 첫 양자회담에서 셔틀외교 복원에 대한 의지를 밝혔고, 지난 한일 정상회담에서도 관련 내용이 오갔다. 이번 회담으로 양국 정상이 한 차례씩 상대국을 방문함으로써 한일 셔틀외교는 복원됐다는 평가다.
아울러 2004년 고이즈미 전 일본 총리의 제주 방문 이후 21년 만에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정상회담이 열린다는 점에서도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
회담 격 높이는 대통령실…차기 日총리와의 대화 발판 마련
이시바 총리는 실무방문 형식으로 한국을 찾지만, 대통령실은 사실상 국빈에 가까운 수준으로 그를 환대하며 회담의 격을 높일 방침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전날 브리핑을 통해 "이번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의 8월 방일에 대한 일본 총리의 답방이 한 달여 만에 이뤄짐으로서 셔틀외교가 복원·정착됐다는 의미를 갖는다"며 "이시바 총리는 실무방문 형식으로 한국을 찾지만, 대통령실은 이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환대하며 회담의 격을 높일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이 이토록 이시바 총리를 환대하는 것은 한일 현안에 대한 높은 관심을 표현하는 동시에, 일본 정상에 대한 약속을 지키고, 앞으로도 대화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풀이된다.
특히 일본의 차기 총리 선출을 앞두고 셔틀외교를 복원한 것은 신임 총리가 다소 손쉽게 한일 정상회담에 나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도 평가된다.
日 차기 총리 '극우' 우려에 국내 현안도…"최선 다할 것"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왼쪽)과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담당상. 연합뉴스다만 이번 회담이 차기 일본 정부 지도부와의 외교 순항으로 직결되면서 이재명 정부의 성과로 기록될지는 미지수다.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2강으로 분류되는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과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은 다소 차이는 있지만 모두 극우성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부부가 다른 성(姓)을 쓰는 선택적 부부별성제 도입 등 진보 성향을 보이기도 하지만, 지난달 15일 일본 패전일에는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담당상은 정기적으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해왔음은 물론, 최근 총재 선거 토론회에서는 시마네현이 주최하는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명칭)의 날' 행사에 장관급이 당당하게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두 후보 중 누가 총리가 되든 독도 영유권 분쟁, 사도광산 추도식 등 다양한 갈등 현안에 있어 현 이시바 정권과 결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셔틀외교 복원만으로는 한일 관계의 발전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추석 연휴를 앞두고 있어 민생현안 대응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시점이자,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인한 피해 수습에 한창이어야 할 때에 사실상 임기가 종료된 일본 정상과의 회동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올바른 대처냐는 지적도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외교 일정은 사전에 조율되고, 임의 변경이 쉽지 않은 만큼 수행할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국내 현안 대응을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일본과의 외교는 한미 동맹, 한미일 공조 강화 차원에서 중요한 만큼 성과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