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최근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 후진하던 쓰레기 수거차 후미에 매달린 50대 환경미화원이 전봇대 사이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난 당일, 차량운행일지에는 사고 관련 사항이 전혀 기록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30일 CBS노컷뉴스가 서울 강서구의회 김민석 의원으로부터 확보한 지난 18일 A씨 탑승 차량의 운행일지에는 사고 발생 사실이 전혀 적히지 않았다.
지난 18일 오전 3시 30분쯤 A씨는 쓰레기 수거차 후미에 매달린 상태로 작업하던 중, 마주 오던 순찰차를 피해 후진하는 수거차와 전봇대 사이에 끼였다. A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같은 날 끝내 숨졌다.
A씨가 다니던 K산업의 차량운행일지에는 작업내역과 차량 운행시간 등 기록이 담겼다. 하지만 사고 당일 A씨 차량운행일지 작업내역 칸에는 작업 경로상 차량이 들른 장소들만 적힌 것으로 확인됐다. 또 운행 시간에는 차량이 적환장(폐기물 모으는 장소)과 작업지를 오고 간 시간만 적혀 있을 뿐, 사고 발생 시각 등이 전혀 기록되지 않았다. 이에 더해 일지 속 작업자 명단에는 A씨의 이름이 그대로 적혀 있었다.
차량운행일지에 기록된 내용으로만 당일 근무를 정리하자면, 차량은 적환장에서 오후 11시 55분 출발해 작업지에 오전 12시 15분에 도착했다. 이후 작업 경로에 따라 폐기물 수집·운반 작업이 진행됐다. 작업이 끝난 후에는 작업지에서 오전 5시 35분 출발해 오전 6시 15분에 적환장에 도착했다. 실제로는 작업지에서 출발하기 전인 오전 3시 30분쯤 사고가 발생했지만 기록상으로는 당일 작업이 특이사항 없이 끝난 것처럼 보인다.
성공회대학교 노동아카데미 하종강 교수는 "산업재해 사고는 대부분 은폐하기 때문에 보통 (운행일지에) 적지 않는다"며 "(운행일지는) 보통 회사에 유리한 쪽으로 적고 노동자의 잘못이 많은 쪽으로 적는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재해 발생 시 굉장히 중요하고 가치 있는 근거 자료"라면서 "이번 사고의 경우에는 (작업자가) 사망했는데도 일지를 제대로 기록하지 않은 것으로 인사·노무 관리 수준이 너무 낮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민석 의원은 "운행일지만 보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작성돼 있다"며 "이는 사고 사실을 의도적으로 은폐하거나 축소하려는 정황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진상 규명과 책임 추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18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 끼임 사고로 사망한 50대 환경미화원이 탑승한 차량의 운행일지에는 사고 발생 사실이 전혀 적히지 않았다. 서울 강서구의회 김민석 의원 제공해당 사업을 발주한 강서구청 관계자는 "(구청이) 매번 차량운행일지를 받아보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미처 확인을 못 했던 부분"이라며 "차량운행일지는 나중에 관리·감독 평가나 계약 시점 등에 받아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떤 부분이 문제가 됐는지 다시 한번 점검하고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CBS노컷뉴스는 운행일지와 관련한 K산업 측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접촉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