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산분할금 665억원에서 1조3808억원, 그리고 대법원의 파기환송.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은 그야말로 드라마를 방불케 했다. 최 회장의 충격적인 혼외자 공개부터 노 관장의 '노태우 비자금' 폭로까지 이어지며 세간이 이목을 끌었다.
시작은 최 회장이 돌연 언론을 통해 자신의 혼외자를 공개하면서부터였다. 그는 2015년 12월 한 언론에 보낸 편지를 통해 "10년 넘게 노 관장과 깊은 골을 안고 지냈다. 마음의 위로가 되는 사람과 아이를 낳았다"며 혼외자를 공개하고 부부 생활의 파탄을 선언했다.
2017년 7월, 최 회장은 서울가정법원에 이혼 조정 절차를 신청했지만 노 관장이 반대하면서 합의에 실패했다. 이후 2018년 2월 정식으로 이혼 소송이 제기됐다. 노 관장은 2019년 12월 "원하는 행복을 찾아가게 하겠다"며 맞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위자료 3억원과 최 회장의 SK 주식 절반의 분할을 청구했다. 이때부터 두 사람의 소송을 두고 '세기의 이혼'이라는 표현이 따라붙었다.
1심 재판부는 2022년 12월 최 회장의 이혼 청구를 기각했고, 노 관장의 반소만 인용해 위자료 1억원과 재산분할금 665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때 SK 주식 등은 노 관장의 기여를 배제한 최 회장의 특유재산으로 보고 분할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후 노 관장은 2심을 앞두고 변호인단 전원을 교체하는 등 승부수를 던졌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을 뒤집으며 노 관장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5월 서울고등법원은 재산총액을 약 4조 원대 규모로 보고 재산분할금을 1조3808억원, 위자료는 20억원으로 산정했다. 판결부는 노 관장이 SK 주식 및 그룹 성장 과정에 무형적 기여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특히 노 관장이 폭로한 자신의 아버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관련 증거가 주효했다. 노 관장 모친 김옥숙 여사가 보관한 '선경 300억 원' 메모와 1992년 선경건설(현 SK에코플랜트) 명의의 약속어음 등 증거를 재판부가 인정한 것이다. 해당 금액이 재산 형성의 원천이 되면서 재산분할금도 약 20배 뛰었다.
최 회장 측은 항소심 판결에 불복하며 상고했다. 이 과정에서 최 회장도 칼을 갈았다. 그는 최종현 선대 회장의 육성 녹음파일을 법원에 제출하며 반격에 나섰다. 해당 녹취에는 "사돈 힘을 빌리는 것은 일절 피했다"는 취지의 발언이 포함됐다. 또 최 전 회장이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을 인수한 뒤 "시장 가격보다 비싸게 샀다"는 취지의 녹취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원은 1년 3개월의 심리를 거쳐 지난 16일 항소심 판결 중 재산분할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 가사부로 환송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위자료 20억원 부분은 확정됐다. 대법원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을 재산분할의 기여로 인정한 판단은 법리를 오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노태우 비자금'이 최 회장의 재산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면, 이는 불법 자금이기 때문에 노 관장의 기여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또한 쟁점이었던 최 회장의 친인척 9228억원 증여에 대해서도 "혼인관계 파탄 전에 이뤄졌고, 경영권 양보에 대한 보상"이라고 판단하며 분할 대상으로 두지 않았다.
결국 최종 재산분할금은 서울고등법원의 파기환송심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대법원 판단 취지에 따라 분할금이 기존 1조3808억원보다는 낮아질 것으로 관측되지만, 최 회장 측도 방심할 수 없다. 재판부가 노 관장의 혼인 중 기여가 SK 주식 가치 향상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할 경우, 주식 가치 증식분의 일부까지 분할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아래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대법원 파기환송까지 일지.
최 회장과 노 관장, 대법원 파기환송까지
|
1988년 △9월 13일 -노태우 전 대통령 취임 첫 해 청와대 영빈관에서 결혼
2015년 △12월 26일 -최태원 회장, 언론에 혼외자 공개 후 이혼 의사
2017년 △7월 19일 -최태원 회장, 서울가정법원에 이혼조정 신청 △11월 15일 -서울가정법원, 이혼조정 절차 돌입
2018년 △2월 13일 -노소영 관장 이혼 반대에 조정 불성립…합의이혼 실패 △2월 19일 -최태원 회장, 서울가정법원에 이혼소송 제기 △7월 6일 -이혼 소송 1심 재판 시작 △11월 21일 -최 회장, 친인척 18명에게 SK주식 9228억 원 증여
2019년 △12월 4일 -이혼 반대 하던 노소영 관장 반소(맞소송) 제기
2022년 △12월 6일 -이혼 소송 1심 선고…법원 "재산분할 665억·위자료 1억" △12월 19일 -노소영 관장 측, 1심 판결 불복…항소장 제출 △12월 22일 -최태원 회장 측, 1심 판결 불복…맞항소
2023년 △11월 9일 -이혼 소송 2심 재판 시작
2024년 △5월 30일 -이혼 소송 2심 선고…법원 "1조3808억 재산분할·위자료 20억" △6월 20일 -최태원 회장 측, 서울고법에 상고장 제출
2025년 △10월 16일 -대법원, 이혼 소송 파기환송…"재산분할 다시 심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