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8월15일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당시 일본 총리가 도쿄 총리관저에서 전후 50년 담화('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17일 오전 오이타 시내 병원에서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연합뉴스과거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사과한 '무라야마 담화'로 유명한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일본 총리의 별세 소식이 전해지자, 여야 정치권은 일제히 애도를 표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17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무라야마 전 일본 총리의 서거(逝去)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유가족과 일본 국민께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무라야마 전 총리는 1995년 일본의 과거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진심 어린 사죄를 담은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하며 한일 관계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고 회상했다.
특히 일본 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과거사를 '침략'으로 명시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와 역사 인식을 공식화한 점을 두고 "용기 있는 지도자였다"고 평가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그의 결단은 한일 양국이 불행했던 과거를 넘어, 상호 이해와 함께 미래지향적 협력 관계로 나아갈 수 있는 정신적 토대가 됐다"며 "무라야마 담화는
단순한 정치적 선언을 넘어,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화해의 길을 제시한 역사적 이정표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라고 고인의 뜻을 기렸다.
다만 "오늘날 일본의 일부 지도자들이 무라야마 전 총리의 진정한 반성과 사죄의 정신을 계승하지 못하고, 과거사 문제에 대해 퇴행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모습은 안타깝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일본 정치권이 고인의 뜻을 되새겨 역사 앞에 겸허히 서고 무라야마 정신을 바탕으로 진정한 한일 관계 개선의 노력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1994년 6월 일본 총리로 지명된 직후의 무라야마. 연합뉴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일본의 양심', 무라야마 전 총리를 애도한다"고 밝혔다.
이어 '무라야마 담화'에 대해 "일본이 과거사에 대한 책임을 인정한 첫 사례"라고 먼저 짚었다. 박 수석대변인은 "그는
국책을 그르쳐 식민지 지배와 침략이란 행위를 함으로써 막대한 피해와 고통을 안겼다는 역사적 사실을 인정했고, 이를 전제로 사과해야 할 것은 사과하고, 보상해야 할 것은 보상하겠다는 결의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반면,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하지 않겠다며 '침략엔 정해진 정의가 없다'고 했던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노선을 비판했던 고인의 행적도 언급했다.
아울러 박 수석대변인은 "과거를 직시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려는 용기 있고 확고한 그의 발자취는 오늘날까지도 일본과 주변국들이 역사 문제를 해결하고 진정한 화해를 이루는 데 필요한 지향점을 제시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웃 국가에 씻을 수 없는 상처와 고통을 안겨준
일본은 이제라도 무라야마 전 총리의 정신을 받들어 과거의 잘못을 깊게 성찰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할 수 있는 용기를 내야만 한다"고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