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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아파트 계급사회'를 끝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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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수요 조절-지속적인 공급 병행할 필요
보유세 인상, 예측가능하게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류영주 기자류영주 기자
우리는 '일본처럼 주택을 소유할 수 있는데도 잘 안하는 국민'일까, 아니면 '영끌이라도 해서 무리하게 집을 소유하려는 국민'일까. 우리는 누가 봐도 '주택 소유 의지 충만' 국가다. 이는 우리 사회가 '집을 소유하면 유리한 사회'라는 것을 말해준다. 특히 다른 선진국과는 다르게 수요가 서울 강남 등 한 곳(One core)으로 몰린다. 그곳만 계속 가격이 오른다. 언론은 이를 매일 중계하듯 보도한다. 국민들은 더 '그곳에' 아파트를 사고 싶다.

그러니 그 수요를 누그러뜨려야 한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공급이 더 중요해졌다. 아파트는 소비재다. 시간이 지나면 낡고 닳아서 새로 지어야 한다. 그런데 서울에는 새 아파트를 지을 땅이 없다. 그러니 기존 아파트의 재건축 속도를 높여야 하고, 조합원들이 만족할 만큼 용적률을 크게 올려주고 공공기여를 줄여 빨리 삽을 뜨게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사업성이 크게 좋아진 아파트는 가격이 급등한다. 지난 1년여 동안 서울 대치동과 여의도, 목동, 잠실 등 주요 재건축 단지는 예외 없이 가격이 10억 원 가까이 올랐다. '나도 아파트를 사고싶다'는 수요는 그렇게 자꾸 높아진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아파트 동향'은 매주 이 사실을 국민들에게 공표한다. 언론은 이를 인용하고 국민들은 자신이 소유한 아파트의 성적표를 매주 서로 비교한다, '아파트 계급사회'. 계급이 높은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계속 오를수록 집을 소유하겠다는 마음이 더 커진다. 수요가 또 훌쩍 자란다. 공급이 따라갈래야 따라갈 수가 없다. '집을 안 사면 손해보는 사회'는 그렇게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서울 외곽 수도권에 주택 공급이 잘 안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수요가 예전 같지 않다. 3기 신도시조차 아직 택지가 안 팔린 곳이 수두룩하다. 무주택자들도 사실은 집값이 오르는 지역에 집을 사고 싶다(집이 부족하다면서 서울의 신규 연립주택 수요는 왜 급락했을까). 수도권 상당수 신도시의 주택 가격은 이미 고가 대비 30~40%까지 떨어졌다. 신규 수요가 부족하다 보니 LH가 택지를 개발해서 내놓아도 건설사들이 입찰에 참여조차 하지 않는다. LH의 신규 택지 공급은 10여년 전에 비해 거의 1/10로 줄었다. 그러니 서울은 집을 지을 땅이 부족하고, 서울 외곽은 집을 사겠다는 수요가 부족하다. 지난 10여년 동안 정부는 해마다 주택공급을 외쳤지만, 절반도 공급이 안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가 광범위한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이른바 '한강벨트'의 집값 상승 움직임이 거세지자, 정부는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묶었다. 핵심은 2가지다. 전세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 하지 말고, 25억 원이 넘는 고가주택은 2억 원 이상 대출받아 집을 사지 못하게 했다. '신고가 경쟁이 들불처럼 번지던 한강벨트에 찬물을 끼얹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 갭투자를 통한 서민들의 내집마련 꿈까지 막았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집값이 쉴새 없이 오른 지금, 쉽게 대출을 받아 내 집을 마련하는 정책이 절대 서민을 위한다고 할 수 없다. 전세공급이 줄어들 것이라는 지적도 통계로는 설명이 안 된다. 이미 토허제가 시행중인 강남 3구 등에서 전세매물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풍선효과로 수도권 외곽지역의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주장도 힘이 떨어진다. 지난 2022년 1월을 기준(100)으로 보면 경기 고양시의 주택가격은 18%, 오산시는 21%, 군포시는 21%, 인천 연수구는 22% 가격이 내렸다(KB월간 아파트 가격 지수). 수도권 외곽은 오히려 수요가 너무 줄어서 걱정인 지역이 많다.

류영주 기자류영주 기자
이번 규제대책은 '한국 부동산'이라는 환자에 대한 근본적인 치료가 아니다. 잠깐 환자를 마취시켰을 뿐이다. 지속적인 공급과 함께 지나친 수요를 조절하고 억제해야 한다. 서울 강남구 등 일부 지역은 언젠가부터 '집을 팔 이유가 없는' 곳이 됐다. 집을 소유하는 것이 지나치게 유리한 환경이 계속되면 주택에 대한 가수요는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시장 상황을 지켜보면서 보유세 인상도 검토하기로 했다. 수십억 원씩 시세가 오른 주택은 정당한 보유의 부담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다만 집주인들이 예측하고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보유세 인상은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렇게 주택에 대한 기대 수익을 줄이고, 자본시장에서 수익률을 높여야 한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아파트를 사는 관행을 끝내야 한다. 그렇게 '집을 소유하지 않으면 손해를 보는 시대'를 끝내야 한다. 마침 주가가 계속 오르면서 지난 15일, 코스피 시가총액이 사상 처음으로 3천조 원을 넘어섰다. 이번 대책이 아파트에서 증시로 돈의 흐름을 바꾸는 작은 물꼬가 되기를 기원한다.

김원장 경제 칼럼니스트
-전 KBS앵커

※ 외부 필진 기고는 CBS노컷뉴스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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