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부산신항에서 코카인 600kg 적발 모습. 관세청 제공 국내 마약류 밀반입이 증가하는 가운데 단속 품목 중 '코카인'이 유독 주목받고 있다. 코카인은 다른 품목과 비교해 단속 건수는 적지만, 압수량은 압도적이다.
관세청은 코카인 밀반입을 적발해 올해에만 8월 기준 약 2.3톤(t)을 압수했다. 코카인 밀반입은 한국을 옮겨 싣는 중간 '환적지'로 악용하는 특성이 있어 세관 단계에서의 단속이 더욱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4월 관세청은 해양경찰청과 공조해 페루발(發) 선박 기관실에 숨겨져 있던 코카인 1690kg을 적발했다. 국내 최대 규모 코카인 밀반입 시도로 5633만 명이 투약할 수 있는 양으로 알려졌다.
한 달 뒤에는 부산본부세관이 부산신항에 입항한 에콰도르발(發) 화물선에 실린 빈 컨테이너에서 코카인 600kg을 찾아내 전량 압수했다. 시가 3천억 원 상당으로 부산항 역대 최대 규모의 마약류 밀반입 사건이다.
코카인 밀반입은 단속 건수는 적지만, 물량이 다른 마약류 단속 품목보다 월등히 많다는 특징이 있다. 관세청은 지난 2021년 코카인 밀반입 20건을 적발해 448.5kg을 압수했다. 2022년에는 8건, 0.15kg으로 주춤했다. 하지만 2023년 17건, 11.3kg에 이어 지난해 7건, 67.6kg을 적발해 압수했다. 올해는 8월까지 7건을 단속해 2302.5kg을 압수했다.
같은 기간 필로폰은 △2021년 127건 576.9kg △2022년 120건 261.9kg △2023년 155건 437.7kg △2024년 153건 492.5kg △2025년(8월) 85건 210.7kg으로 집계됐다. 대마는 △2021년 336건 98.8kg △2022년 284건 93.1kg △2023년 212건 143.4kg △2024년 221건 53.5kg △2025년(8월) 233건 100kg이다.

당국은 코카인이 국내 유통 목적이 아니라 국내를 통한 '경유지' 성격을 갖고 있어 세관 단계의 단속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코카인은 국내 소비나 유통을 목적으로 유입된 것은 아니고 최종 목적지인 타국으로 가기 위해 국내 항만 등을 잠시 경유하는 과정에 대량 압수되는 사례가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선박 등 대형 물류 수단을 이용해 대규모 마약을 숨겨 한국을 중간 환적지로 악용한다는 의미다. 검찰은 최근 미국과 유럽의 국경 단속이 강화됨에 따라 국제 마약 조직이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으로 코카인 판로를 확대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관세청 관계자도 "(코카인 국내 경유는) 미국·캐나다의 고강도 국경 강화 조치에 따른 풍선효과로 중남미 마약 조직의 아시아 등 새로운 시장으로 진출하려는 시도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유엔마약위원회(UNODC)도 'World Drug Report 2025'를 통해 아시아 지역이 코카인의 종착지 또는 중간 이동 경로로 이용된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여기에 부산신항에 입항하는 중남미발(發) 정기선의 물동량이 많다는 점도 환적지로 활용되는 측면이 있다. 관세청은 지난해 중남미 전체 정기선 물동량 중 부산신항으로 들어오는 비중이 20~30%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당국은 국제 공조 시스템을 강화해 원천적으로 국경 단계에서부터 마약류 반입을 원천 봉쇄한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 5월 부산항 코카인 단속도 미국 마약단속국(DEA)과 공조가 이뤄진 사례다.
관세청은 "대형 마약 사건은 정보 입수가 단속에 결정적 실마리가 되는 만큼 주요 마약출발국의 관세 당국, 미국 국토안보수사국이나 마약단속청 등 해외 수사기관은 물론 국정원 등 국내 관계 기관과 국내외 공조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