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19일 오전 국회에서 국정감사 및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황진환 기자더불어민주당이 10∙15 부동산 대책 후폭풍으로 코너에 몰렸다. 민주당의 약한 고리인 부동산 문제를 고리로 삼아 국민의힘이 본격 공세에 나선 데다가, 김병기 원내대표의 '장미아파트 보유 논란'이 불거지면서 스텝이 꼬였다.
민주당은 세부적인 공급 계획 발표로 정부·여당에 대한 부동산 시장의 불신 해소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마저도 역부족일 경우 정치권 안팎에서 오가는 보유세 개편 논의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장미아파트 공방'으로 꼬여버린 민주당
민주당 전현희 수석최고위원은 19일 '10·15 부동산 대책은 서울추방령'이라는 국민의힘 비판에 대해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발목잡기용"이라며 "국민의힘의 잘못을 덮기 위한 눈속임용 정쟁"이라고 반박했다.
집값 안정화를 위한 정부의 후속 대책 발표를 암시하는 한편, 서울 부동산 규제를 둘러싼 비판의 화살을 서울 주택 공급량을 대폭 줄인 윤석열 정부로 돌린 것이다.
이같은 반박도 국민의힘 주도로 이슈화된 김 원내대표의 '장미아파트 보유 논란'으로 맥을 못 추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이번 부동산 대책을 두고 "청년 주거 사다리 걷어차기"라며 맹폭을 퍼붓고 있다.
나아가 재건축 예정인 서울 송파구 장미 아파트를 김병기 원내대표가 보유한 사실을 지적하며, 정부·여당을 겨냥한 '내로남불' 프레임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이에 김병기 원내대표는 "주택은 국민에게 아주 예민한 부분이다. 그 감정선을 신중하게 생각해야 했다. 사려 깊지 못했다"며 "자랑스럽지도 않지만 조금도 부끄럽게 형성된 재산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정책적 얘기만 하면 충분히 토론되는 건데, 저에 관한 얘기가 들어오면 5살짜리 어린애 말싸움이 되는 것"이라며 "정책의 본질과 말싸움은 구분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공급지·공급량 못박고, 재건축·재개발 규제 손볼까
황진환 기자전임 민주당 정부인 문재인 정부의 최대 실책으로 '부동산 문제'가 꼽히는 만큼, 민주당은 이번 부동산 대책 발표에 따른 후폭풍 진화에 발 빠르게 나섰다.
당내에서는 정부의 9∙7 부동산 대책 발표만으로 부족했다고 보고 서울 자치구별 구체적인 공급 계획들을 발표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지난 9월 7일 발표된 '주택공급 확대방안'에서 정부는 2030년까지 서울∙수도권에 신규 주택 135만 호(연간 27만 호)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는데, 주택 공급 연도와 지역, 자치구별 공급량까지 명시해 시장의 불신을 해소해야 한다는 취지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공공이 주도해 빠른 시일 내로 주택을 공급한다고만 얘기하니까 반응이 뜨뜻미지근하다"며 "재건축∙재개발을 빨리하게 되면 서울 각 자치구에 언제까지 주택을 얼마나 공급할 수 있는지 자세히 발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지역의 경우 신규 주택부지를 마련하는 것이 여건상 쉽지 않은 만큼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도 하나의 대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다른 여당 의원은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시그널을 확실하게 줘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빨리 부동산 규제를 완화해 공급을 촉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보유세 강화 필요성 커질 듯…당 지도부는 '신중론'
류영주 기자당 일각에서는 부동산 보유세 강화를 포함한 부동산 세제 개편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세금으로 집값 잡지 않겠다'는 게 이재명 대통령 공약이었던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당 정책위의장 출신 진성준 의원은 YTN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거래세, 취득세, 등록세는 낮추고 보유세는 올리도록 하는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그는 세제 개편 시기에 대해 "예측하기 어려운데 저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생각한다"며 "지금까지 정부가 수요 관리 대책, 공급 대책들을 내놨는데 보유를 관리하는 문제와 관련해서는 신중했다. 이것까지 갖춰져야 종합적인 대책이 완성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는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용범 정책실장이 각각 보유세 강화 기조에 힘을 싣고 있다.
구 부총리는 "우리나라는 부동산 보유세는 낮고, 양도세는 높다 보니 '락인 이펙트'(매물 잠김 현상)가 굉장히 크다"며 "팔 때 비용이 많이 들다 보니 안 팔고 그냥 집을 들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당 지도부는 부동산 세제 개편과 관련해 신중론을 펴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공식 입장이 아직 안 나왔다"며 "아무리 중요해도 굉장히 논란이 되고, 찬반이 심각하게 갈리면 어느 정도 아우르고 융합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최대한 좁혀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전 수석최고위원은 "보유세 가지고 부동산 폭등을 막겠다는 것은 어설픈 정책이라고 생각한다"며 "부동산 보유세나 세제로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정책은 자제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