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은 피해보상 바라지도 않습니다. 그냥 제발 유골만 지켜주고 정상적으로 추모관을 운영하게끔만 도와주신다면 그거 하나 바랄 뿐입니다."납골당 운영권을 두고 분쟁 중인 전북 전주 자임추모공원에 부모와 자녀를 안치한 유족들이 전북특별자치도와 전주시를 규탄하는 상여 행진에 나섰다.
자임추모공원 유가족협의회는 20일 전북도청 앞에서 상여 시위를 열고 "전북도와 전주시가 적극적으로 나서 사태를 해결하라"며 "얼마나 절박하면 이러겠냐"고 호소했다.
앞서 유한회사 영취산은 지난해 6월 경매를 통해 재단법인 자임이 소유하고 있던 자임 추모공원 납골당 소유권의 일부를 확보했다.
소유권을 확보했지만 영취산에겐 납골당을 운영할 권리가 없었다. 장사법에 따라 유골 500구 이상을 안치할 수 있는 사설봉안시설을 설치·관리하려는 자는 이를 목적으로 하는 재단법인을 설립해야 하는데, 전북도의 재단법인 설립 허가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후 영취산은 장사법 등을 근거로 납골당을 폐쇄했지만, 유족 측의 반발이 이어지자 다시 문을 열었다. 그러나 다른 납골당에 비해 시간제한을 두고 추모하게 하거나, 청소 등 관리를 하지 않아 유족의 불편이 이어졌다.
상여 행진에 나서는 자임추모공원 유족들. 심동훈 기자
협의회는 "조선시대 나랏님도 천민의 묫자리를 건드리는 일은 없었다"며 "현재 자임추모관 사태는 죽은 자를 안전히 모심으로써 공동체의 정체성과 존엄성을 보호하는 사회의 상식이 통하지 않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문제가 불거진 후 1년이 지났지만 전북도와 전주시는 무응답으로 일관했다"며 "전북도와 전주시가 봉안시설 운영사 등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아 1만여 명의 피해자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유족들은 "부모님과 자녀, 친구들을 납골당에 모신 가족들은 그저 안정적으로 가족을 추모할 수 있기만을 원할 뿐이다"라며 "지금까지 어떤 피해 보상을 하지도 않았고 그저 유골만을 안전하게 지켜달라는 요구였지만 지자체와 납골당 운영업체는 유족 목소리를 무시하기만 했다"고 밝혔다.
유족들은 자임추모관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장사법 개정이 필요함도 언급했다. 송인현 자임추모공원 유가족협의회장은 "납골당 등 봉안시설의 운영주체가 바뀔 때 기존에 안치된 유골의 안정적인 승계 등을 법적으로 보호할 수 있게끔 법이 개정되어야 한다"며 "그래야 우리와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관영 지사에게 면담요청서를 전달하기 위해 도청 진입을 시도하다 제지당한 유족들이 도청 직원에 항의하고 있다. 심동훈 기자이날 전북도청 앞에서 상여 시위를 시작한 300여명의 유가족들은 도청에서 전주시청까지 약 5.1km에 달하는 거리를 행진했다. 행진에 앞서 유가족은 김관영 전북도지사에게 면담요청서를 전달하려 했으나, 현장의 도청 직원들과 경찰 등에 제지됐다.
약 2시간의 행진 끝에 도착한 전주시청에서도 시청 진입과 우범기 전주시장 면담을 요청했지만 경찰관에 의해 제지됐다. 현장의 전북도와 전주시 관계자는 "유가족이 호소하는 어려움이 해결될 수 있도록 전북도와 전주시, 납골당 운영업체들과 긴밀히 협의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