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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축의금 받지 말자" 입법 실패 3년…여전한 정치인 경조사 논란[오목조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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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뜨거운 소식을, 오목교 기자들이 오목조목 짚어 봅니다.

3년 전, 국회의원의 축의금 수령을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최근 최민희 과방위원장의 축의금 논란을 계기로 정치권 경조사 문화의 투명성 확보와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다시 힘을 얻고 있습니다.

2022년 발의된 '축의금 금지법', 여야 정쟁 탓에 폐기
이전부터 정치인 경조사 논란 반복돼…지역구에 청첩장 발송 등
현행법상 정치인 축의금은 '사각지대'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윤창원 기자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윤창원 기자
최근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딸 결혼식에서 피감기관으로부터 고액 축의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3년 전 발의됐다가 무산된 이른바 '축의금 금지법(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재조명받고 있다.

정치권의 경조사는 공직선거법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법 무풍지대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습이다.

'축의금 금지법', 왜 무산됐나


지난 2022년 1월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의원을 포함한 선출직 공직자들이 경조사 행사 시 유권자인 선거구민으로부터 축의금·부의금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당시 김 의원은 "지역구민에게 축의금 부의금을 낼 수 없다면 당연히 받지도 말아야 한다"며 "유권자와 동등한 정치인의 모습으로 국민께 더욱 신뢰를 얻는 모습으로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고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음성적인 금품제공·수수행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개정안을 제안한다는 내용. 의안번호 '2114315'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 캡처음성적인 금품제공·수수행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개정안을 제안한다는 내용. 의안번호 '2114315'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 캡처
현행 공직선거법상 국회의원을 포함한 모든 선출직 공직자는 지역구민에게 음식 접대는 물론 축의금과 부의금을 내는 것이 선거법으로 엄격히 금지돼 있다. 이와 반대로 지역 유권자에게 축의금과 부의금을 받는 것에 대해서는 특별한 규정은 없다.

이에 일부 정치인이나 선출직 공직자들은 자신의 재임기간에 자녀의 혼사를 서두르거나 강행하는 경우가 있어 '현직 공직자라는 지위를 앞세워 경조사를 재산 증식의 기회로 악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개정안은 국회의원을 포함한 모든 선출직 공무원이 축의금이나 조의금을 받을 경우 처벌하고, 내는 사람에게는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향으로 마련됐다. 당시 민주당 정당혁신추진위원회의 제2차 혁신안으로도 채택됐다.

제400회국회(정기회) 제10차 행정안전위원회에서는 '제3자를 통한 우회 제공 등이 가능하고, 금품제공·수수행위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등에 의해 규율할 수 있다는 점 등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검토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 법안은 21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제400회 국회(정기회) 제10차 전체회의에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발생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정쟁이 벌어지면서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국회에서 포착된 '축의금 명단'

딸 결혼식 축의금 관련 메시지 보는 최민희 위원장. 연합뉴스딸 결혼식 축의금 관련 메시지 보는 최민희 위원장. 연합뉴스
지난 26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 도중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휴대전화로 텔레그램 메시지를 확인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국정감사 기간 중 국회에서 딸의 결혼식을 치른 최 위원장이 피감기관과 대기업, 언론사로부터 받은 축의금 내역이었다.

최 위원장 측은 "해당 텔레그램 메시지는 축의금을 돌려주라고 보좌관에게 지시하는 내용"이라며 "과방위 관련 기업 등으로부터 들어온 축의금, 관례보다 많이 들어온 축의금은 반환하기로 하고 금액과 명단을 전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국민의힘은 "이미 수금 사실이 드러난 만큼 김영란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과방위원장으로서 국감 기간 피감기관으로부터 축의금과 축하 화환을 받은 점은 명백한 이해충돌 행위"라고 지적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감 기간 중 국회 안에서 결혼식을 열면서 계좌번호와 카드 결제 기능이 담긴 모바일 청첩장을 뿌리는 것 자체가 피감기관들에 대한 명백한 압박"이라며 "피감 기관들로부터 받은 100만원은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고, 사회적 합의의 상식에도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반복되는 정치인 경조사 논란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정치인의 경조사 논란은 비단 최민희 위원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과거에도 유사한 사례가 반복적으로 제기됐다.

2022년 2월에는 어기구 민주당 의원이 자녀 결혼 청첩장을 지역구 주민 대부분에게 문자로 보내 구설수에 올랐다. 어 의원은 문자 발송 직후 의원 사무실에서 실수로 잘못 보냈다는 사과 문자를 발송했다.

신동근 민주당 전 의원도 자녀 결혼식과 관련해 논란에 휩싸였다. 같은 해 11월 당시 국회의원이던 신 전 의원은 지역구 유권자와 유관기관 관계자 263명에게 모바일 청첩장을 단체 문자로 발송했다. 문자에는 이름이나 개별 인사말 없이 링크만 달랑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신 전 의원 측은 "관례적으로 단체, 유관기관에 있는 사람들에게 보냈다"며 "피감기관에는 전혀 보낸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런 가운데 예외적인 사례도 있다. 김근태 국민의힘 의원은 2024년 2월 국회의원 당선 후 결혼하면서도 결혼식 자체를 치르지 않아 화제가 됐다.

김 의원은 지난 2월 21일 혼인 신고를 하면서 결혼식은 치루지 않았다. 김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결혼식을 치르지 않은 이유에 대해 "허례허식일 수 있는 여지가 많고, 결혼식을 진행하다 보면 한도 끝도 없이 추가해야 될 것들이 많다"며 "축의금을 받으면 되지라는 합리화를 하게 되는데, 남의 돈으로 허세부리는 느낌이 싫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에도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2015년 딸 결혼식 청첩장을 돌리지 않고 축의금과 방명록도 생락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과거 장녀에 이어 장남의 결혼식도 비공개 치뤘다.

법의 사각지대 '정치인의 경조사'


현행법상 정치인의 경조사 축의금 수령은 미묘한 법적 지위에 놓여 있다.

공직선거법 제113조에 따르면 선거나 정치적 목적으로 축의금·부의금을 '주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인이 축의금을 '받는 것' 자체를 처벌하는 규정은 없다. 다만 축의금을 요구하거나 권유한 경우에는 제257조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캡처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캡처
청탁금지법에서는 직무 관련성에 따라 받을 수 있는 금액이 다르다. 직무와 관련이 있으면 원칙적으로 금품 수수가 금지되고, 직무와 관련이 없으면 1회 100만원, 1년에 3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경조사비는 예외 규정이 있다. 직무와 관련이 있더라도 축의금 10만원, 조의금 10만원, 화환 10만원까지는 받을 수 있다. 이는 일반 금품의 3만원 한도보다 높은 금액으로, 우리 사회의 경조사 문화를 고려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직무와 관련성이 없으면 청탁금지법상으로도 100만원 이하까지는 받을 수 있어, 법적 공백이 존재한는 것으로 보인다.

최민희 위원장의 축의금 논란을 계기로 정치권 경조사 문화의 투명성 확보와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다시 힘을 얻고 있다.

김지호 민주당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공직자의 경조사 투명성은 여야를 막론하고 지켜야 할 기본 원칙"이라며 "민주당은 이번 일을 계기로 공직 사회 전반의 경조사 문화가 투명하게 정착되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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