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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왜 "희생양"이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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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1-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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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서울 영등포구 일대에 설치된 정당 현수막 모습. 황진환 기자6일 서울 영등포구 일대에 설치된 정당 현수막 모습. 황진환 기자
요즘 한국일각에서는 혐중정서를 부추기는 반중집회가 일어나고 있다. 그들은 외국인 쇼핑거리 명동으로부터 재한 조선족들의 집거지인 대림동까지 다니면서 "차이나 아웃", "조선족은 꺼져"라면서 막무가내식 혐오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들에게 왜 이런 시위를 하는지 물어보면 "누가 그렇게 말해서" 참가한다는 식으로 중국을 잘 알고 꼭 미워서라기보다 어떤 세력 또는 단체가 뒤에서 일을 만들고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 반중집회가 한중관계를 얼마나 먹칠하고 있는지는 자명한 일이지만 재한 조선족이 알게 모르게 이러한 '반중', '혐중'의 실질적인 피해자로 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어이가 없다.
 
그런데 "붙은 불에 키질"이라고 지난 10월 10일 국회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국민의힘 김은혜 원내 정책 수석부대표가 소위 "중국인 3대 쇼핑"(의료, 부동산, 선거 등)이라는 주장을 내세워 우리 국민은 해외에서 건강 보험 혜택도, 선거권도, 부동산 거래 자유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데 우리 땅을 밟은 외국인, 중국인들은 제도의 빈틈을 파고들어 의료, 선거, 부동산 등 3대 쇼핑을 한다면서 이는 "바로잡아야 할 국민 역차별"이라는 희한한 주장을 폈다.

그 결과 "중국인 3대 쇼핑 방지 3법 제정"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역설했다. 이게 현실화된다면 역시 재한 조선족이 누구보다도 제일 불이익을 당하게 되는 것이 뻔한 일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한중수교 30여년이 지난 오늘 수많은 조선족들이 한국에 와서 제2의 인생을 마련하고 있다. 이 가운데는 영주권자도 많고 열심히 일하여 내 집을 마련한 사람도 적지 않고 건강보험도 한국인과 같게 내고 있다. 통계에 의하면 재한 조선족이 외국인 지방선거참여자의 90%이상, 건강보험 해당자 80%를 차지한다고 한다. 그리고 외국인 주택소유는 전체 주택의 0.52%밖에 되지 않고 이 가운데 중국인이 56%차지하고, 이 가운데 1주택소유가 93.4%로 역시 재한 조선족이 제일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 연합뉴스국민의힘 김은혜 의원. 연합뉴스
이와 같이 김은혜 의원의 소위 '중국인 3대 쇼핑'은 외국인, 중국인이라고 하지만 사실 이에 해당하는 대부분은 재한 조선족으로 법이 추진된다면 결국은 재한 조선족이 "희생양"이 되는 것이다.
 
그러면 재한 조선족이 왜 '희생양'이 되어야 하나? 우선은 재한 외국인 가운데 아주 익숙하지만 갈등의 골 또한 제일 깊은 집단이 재한 조선족이기 때문일 것이다. 한중수교 이후 조선족은 동일민족, 같은 언어 등의 장점에 힘입어 외국인으로서 제일 먼저 한국에 진출하였고 그 숫자도 여느 외국인집단보다 많았다.

현재 재한 외국인이 더 많아지면서 재한조선족이 차지하는 비율은 줄었지만 여전히 제일 많은 집단의 하나이다. 재한 조선족은 한국인과의 실제적인 접촉이 제일 많고 동포이기는 하지만 외국인으로도 한국인에게 제일 먼저 접근하였다.

그리고 초창기에 코리안드림으로 한국을 찾아온 조선족 대부분이 농민들이었으며 그들은 한국인이 기피한 3D산업 종업자로 낙인이 찍혀 차별을 받았다. 이러한 인상이 30여년이 지난 현재도 여전히 남아 재한 조선족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이 좋지 않고 언론 매체에 의하여 가끔 특이하고 유별난 존재로 다뤄지고 있다.
 
다음으로 조선족에 대한 한국사회의 몰이해도 문제가 되었다. 조선족은 구한말 생활난, 일제통치 등에 못 이겨 고향을 떠났지만 이주국에서 황량한 산야를 개척하여 새로운 생활터전을 만들고 나름대로 현지 발전에 기여함으로 민족의 입지를 튼튼히 세웠다. 조선족은 중국에서 문화교육보급에 앞섰고 수많은 인재들이 배출되었다.

혐중 집회 국가인권위 진정 기자회견. 연합뉴스혐중 집회 국가인권위 진정 기자회견. 연합뉴스
지금까지 14억 인구에 몇 천 명밖에 안 되는 중국과학원과 중국공정원 원사 가운데 조선족 원사가 5명이나 나왔고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조남기부주석, 중국국가민족사무위원회 주임을 연임한 리덕수 등 수 십 명의 정부 장,차급 인사들과 중국인민해방군 소장이상의 장군들도 10여명이 배출되었으며 인구 1만 명당 대졸이상 학력소유자도 제일 많았다.
 
이렇게 조선족은 중국에서 위상이 높고 떳떳한 민족의 하나로 성장하였다. 그리고 민족문화와 언어를 보유하고 전승하는데도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소수민족으로 중국의 주류사회에 진출하여 이러한 성과를 이룩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조선민족의 불굴의 노력으로 달성하였다. 여기에는 중국정부의 민족평등정책도 큰 역할을 하였다.
 
그런데 한국은 재한 조선족사회 성장에 어떤 풍토를 마련해주었는가. 지금 한국사회를 보면 이주 초창기의 농민들이 중국 조선족의 전체인 것처럼 착각하고 포용하지 않으려는 성향이 여전히 강하다는 느낌을 준다. 동포를 포용하려는 노력이 더 필요해 보인다.
 
재한 조선족 자신에게도 문제가 있다. 한중교류 30여년의 기간 동안 한국에 진출한 조선족은 수 십 만 명에 달하였다. 이 가운데 한국 국적가입자도 많고 영주권자도 적지 않으며 새롭게 생활터전을 닦아가는 조선족도 많다. 그리고 그들은 초창기의 단일 업종 종사자 신분에서 벗어나 현재는 다종다양한 신분으로 한국사회에 진출하고 있을 정도로 아주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하지만 아직 한국인들의 조선족에 대한 이미지 전환이 뚜렷하지 않은 것을 보면 우리가 아직 힘이 크지 않아 존재감과 발언권이 과시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가령 재한조선족사회가 일정한 힘이 있으면 정치권이나 매스컴에서 섣불리 못 대할 것이다. 재한 조선족사회에서 크게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합뉴스연합뉴스
따라서 재한조선족이 한중 관계 속에서나 정치권에서나 "희생양"이 되지 않으려면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하나는 재한 조선족내부의 단합의 힘을 키워야 한다. 재한조선족단체는 적지 않지만 힘을 모으는 구심점이 결핍한 것 같다. 이러한 상황을 빨리 변화시켜야 구심점 형성이 가능하고 한국사회에서 입지를 세울 수 있다. 두 번째는 현지 진출에 심혈을 기울이고 우호적이고 책임감 있는 한국인들과 먼저 소통하고 화합하여 그들의 힘을 빌어 국회나 매스컴에 재한조선족의 존재를 알리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세 번째는 재한조선족의 '경계인'특색을 잘 살려 한중관계 발전에 가교역할을 충분히 하여 양국의 인정을 받음으로 실력을 부각시키는 것이다. 네번째는 한국정부의 재외동포정책의 유리한 여건들을 잘 검토하여 재한조선족의 힘을 키우고 주류사회진출에 활용하는 것도 중요한 것이다.

글로벌시대에 세계가 날로 다원화의 길로 나가고 있을 때 배타적인 국가주의, 민족주의는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시대흐름의 추세는 화합과 공존이다. 다민족 환경 속에서 상생의 체험을 많이 경험한 재한 조선족은 현지사회의 화합과 공존을 위한 길에서 더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마지 않는다.
 
정신철 전 중국사회과학원교수
 
※ 외부 필진 기고는 CBS노컷뉴스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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