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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콘서트처럼 광클해야…한국어시험, 5분이면 '순삭 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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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콘텐츠 열풍 속 응시자 55만 명 돌파, 서울 지역 '5분 컷' 마감
시험 횟수·고사장 확대 추진되지만 외국인 유학생 불편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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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능력시험(TOPIK) 접수가 아이돌 콘서트 티켓팅만큼 치열해졌다. 인기 지역인 서울은 접수 시작 5분 만에 마감되고, 수도권 역시 10~15분 내 자리가 모두 찬다.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들이 몰리면서 시험마다 '광클 전쟁'이 반복되는 것이다.

TOPIK 시험을 주관하는 국립국제교육원 관계자는 "서울은 유학생과 체류 외국인이 가장 많은 지역이라 접수 시작 후 5분 정도면 마감된다"며 "IBT(인터넷 기반 시험) 도입 확대 등으로 시험 횟수를 점차 늘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TOPIK 응시자는 2021년 33만 명에서 2024년 49만 명으로 늘었고, 올해 9월 기준 55만 명을 돌파했다. K-콘텐츠의 세계적 인기와 함께 한국어 학습 열기가 확산된 결과다. 그러나 급증한 수요를 시험 인프라가 따라가지 못해 응시자 불편과 '광클'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들의 고충은 특히 심각하다. 한국에서 유학 중인 베트남 국적 시안 씨는 "웹사이트가 자주 멈추고 대기 시간이 너무 길다"며 "서울은 너무 빨리 마감돼 7번이나 시험을 봤지만 매번 다른 지역에서 시험을 봐야 했다"고 말했다. 대만 출신의 수민 씨 역시 "동시통역 일을 하기 위해 TOPIK이 필요했는데 수도권은 자리가 없어 시흥에서 응시했다"고 전했다. 중국 창사 출신 유학 준비생 ZI Han 씨도 "중국에서는 시험 횟수가 적어 한국에서 보려는데, 한국에서도 주요 지역은 신청이 어렵다"며 "예전에는 한국 본토에 (중국인들이) 무비자로 갈 수 없고 제주도만 비자 없이 갈 수 있었는데, 그래서 TOPIK을 응시하러 제주도로 가는 경우도 꽤 많이 봤다"고 전했다.

정부는 폭증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시험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교육부와 국립국제교육원은 2025년부터 IBT 시행 국가를 기존 6개국에서 13개국으로, 시험 횟수를 연 3회에서 6회로 확대했다. 2026년에는 17개국(네팔·라오스·바레인·인도 추가)에서 IBT가 시행될 예정이며, 지필시험(PBT)과 IBT를 합쳐 연 12회 치러진다. 말하기 평가도 IBT 형태로 연 3회 추가된다.

TOPIK은 1997년 첫 시행 이후 올해로 100회를 맞은 국제 공인 한국어 시험으로, 89개국에서 실시된다. 외국인 유학생의 대학 입학·졸업, 국내 기업 채용, 체류 자격 심사 등에 활용된다. 합리적인 응시료와 명확한 등급 체계 덕분에 국제 표준 평가로 자리 잡았다.

한편,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 예정이던 TOPIK 민간 위탁(민영화)은 교육계의 우려로 재검토에 들어갔다. 교육부는 최근 국정감사에서 "더 높은 공공성을 위해 방향을 다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교육부 산하 국립국제교육원은 2026년 민간 위탁을 목표로 공고를 냈지만, 교원단체와 노조는 "시험 상업화와 응시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대했다. 지난 9일 민주노총 전국일반노조 소속 대학 한국어강사들은 서울 광화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TOPIK의 공공성을 훼손하는 민영화 정책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국립국제교육원 관계자는 "응시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시험 일정과 고사장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며 "TOPIK은 단순한 언어 평가가 아니라 한국어 교육의 신뢰도와 직결된 만큼, 안정적 운영을 위한 인프라 개선에 지속적으로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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