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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만에 '태풍 없는 한반도'…"지구온난화로 특이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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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팔부터 패딩까지 나들이 옷차림 다양
잦은 특이기상에 "예측 불가해진 것 같아"
올해 태풍 0개, 10월 강수 역대 최고 등
전문가 "북태평양고기압 확장이 원인"
"온난화로 극단현상 더 빈번해질 것"

6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경복궁 앞 나들이를 나온 사람들의 옷차림이 다양하다. 송선교 기자6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경복궁 앞 나들이를 나온 사람들의 옷차림이 다양하다. 송선교 기자
6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경복궁 앞은 나들이를 나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맑은 하늘에 낮 기온 18도가 넘는 따스한 날씨로 사람들의 얼굴은 미소로 가득했다.
 
맑은 날씨에도 시민들 옷차림은 다양했다. 반팔을 입은 사람도 있는 반면, 패딩을 입고 목도리까지 두른 사람들도 있었다. 데이트를 나온 한 연인 중 남성은 길가에 서서 "덥다"며 겉옷을 벗었고, 여성은 "그럼 내가 입겠다"며 옷을 받아 입었다. 옷차림만 봐선, 계절을 가늠하기 어려운 풍경이었다.
 
패딩을 걸치고 퇴근길에 오른 김모(22)씨는 "그제까지 엄청 추웠는데, 예보를 따로 안 봐서 오늘도 추운 줄 알았다"며 멋쩍어했다. 그는 "요즘 들어 날씨가 들쭉날쭉한 것 같다"며 "가을에 예상 못한 비가 자주 내려서 당황했다. 오늘도 혹시 몰라 우산을 들고 나왔다"고 말했다.
 
최근 예측이 어려워진 날씨에 시민들의 혼란은 커지고 있다. 동생과 함께 나들이를 나온 서채희(32)씨는 "요즘 날씨가 이상해서 불편하다"며 "지난주에 갑자기 너무 추워져서 겨울옷을 다 꺼내놨는데, 또 따뜻해지니까 반팔을 넣어둘 수가 없다. 방이 작아서 지금 온 사방에 계절별 옷이 다 쌓여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씨는 "원래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였는데 이젠 여름 지나면 곧바로 겨울이 되는 것 같다"며 "동남아처럼 비도 예측 불가능해지고 원래 우리나라 날씨들이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고 토로했다.
 

태풍 없고, 월 강수량 역대 최다…한반도 특이기상 기승


서씨의 말처럼, 최근 우리나라에는 특이기상 현상이 자주 관측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올해 태풍이 한 번도 오지 않았다는 점이 꼽힌다. 기상청 태풍발생현황통계에 따르면 올해 총 26개의 태풍이 발생했지만, 한반도에 영향을 미친 태풍은 단 한 개도 없었다. 1951년 이래 11월과 12월에는 한 번도 태풍이 오지 않았던 것을 감안하면 올해 태풍은 0개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1988년, 2009년에 이어 16년 만에 기록되는 '태풍 없는 해'다.
 
최근 내린 '가을 폭우'도 특이기상 현상이었다. 지난달 강수량과 강수일수는 1973년 기상 관측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에 따르면 지난 10월 전국 평균 강수량은 173.3mm로 역대 가장 많다. 강수일수도 14.2일로 가장 많았으며, 평년값인 6.3일의 두 배 이상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특이기상 현상들을 올여름 이례적으로 확장했던 북태평양고기압을 이유로 들어 설명했다.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손석우 교수는 올해 태풍이 0개였던 것이 "특이기상"이라며 "올해 북태평양고기압이 이례적으로 확장한 것이 주된 원인 중 하나 분석된다"고 말했다. 그는 "보통 북태평양고기압은 8~9월에 한반도 밖으로 나가는데, 9월이 넘도록 한반도 남쪽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며 "태풍이 만들어지더라도 한반도에 접근하기는 어려운 환경이었던 것"이라고 했다. 강한 북태평양고기압이 한반도 위에 오래 자리 잡으면서 태풍 경로가 만들어질 틈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10월 이례적으로 많이 내린 비의 원인도 북태평양고기압의 확장이었다. 기상청 우진규 통보관은 "따뜻한 공기를 품은 북태평양고기압이 우리나라 남쪽에서 버티고 있는 와중에, 북쪽에서 찬 공기가 내려와 충돌을 일으키면서 비가 자주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달 만에 20도↓…"지구온난화로 극단적 현상 빈번"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11월 첫 월요일이었던 지난 3일에는 중부지방 등 각지에 한파특보가 내려졌다. 특히 서울에는 올해 첫 한파특보였다. 실제로 기온은 한 달 사이에 급격하게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평균최저기온은 지난달 4일 18.4도였지만, 지난 3일에는 1도까지 내려갔다. 특히 서울은 같은 기간 평균최저기온이 20.9도에서 1도까지, 한 달 만에 약 20도가 떨어졌다.
 
이에 대해 우 통보관은 "기압의 흐름이 최근 매우 원활해진 것이 원인"이라며 "서쪽에서 동쪽으로의 기압 흐름이 원활하고 빠르기 때문에, 지금처럼 찬 공기가 한 번 내려올 때 급격히 추워지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라며 "그만큼 기온이 다시 회복되는 속도도 매우 빠르다"고 설명했다.
 
특이기상 현상이 잦아지는 주된 이유로는 지구온난화가 꼽힌다. 손 교수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빈번해지고 있다"며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가뭄, 홍수, 폭염, 한파 등 형태는 정확히 예측할 수 없지만 앞으로도 극단적 현상이 빈번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구온난화가 완화되지 않는 한 이런 특이기상 현상은 매년 더욱 잦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우 통보관도 "올해 서태평양 부근의 해수면 온도가 높아져 대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북태평양고기압이 평년보다 강하게 확장했다"며 "이에 따라 태풍이 우리나라 쪽으로 향할 기회가 적어지고 비가 자주 내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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