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의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 수사가 중대 분수령을 앞두고 있다. 비상계엄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던 추경호 의원에 대한 구속 여부는 수사 동력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검은 추 전 원내대표의 수상한 행적을 상세히 분석해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추 전 원내대표는 '무리한 영장'이라며 거세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정치권 지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여야의 공방도 치열한 양상이다.
추경호 계엄 당시 행보는…尹 등 전화하고 의총 장소 바꾸고
내란 특검팀은 지난 3일 추 전 원내대표에 대해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지영 특검보는 "범죄의 중대성, 증거 인멸 우려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추 전 원내대표는 지난해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의 요청을 받고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하는 등 다른 의원들의 계엄 해제 표결 참여를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추 전 원내대표의 당시 행보는 지속해서 재조명 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한 공지, 주요 인사들과의 통화 내역 등을 두고 갖가지 해석을 불러일으켰다.
지난해 12월 3일 오후 10시 25분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30분쯤 뒤 추 전 원내대표는 홍철호 전 정무수석과 3분간 통화한다.
다시 3분 후인 오후 10시 59분에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국민의힘 비상의원총회를 소집한다. 그러다 오후 11시 9분쯤 의총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긴다.
오후 11시 11분쯤 추 전 원내대표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7분간 통화한다. 오후 11시 22분에는 윤 전 대통령과 2분간 통화를 갖는다. 그리고 오후 11시 33분 의총 장소를 국회 예결위장으로 다시 바꿨다.
이튿날인 12월 4일 0시 1분,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회의원 전원에게 '본회의장 소집' 단체 문자를 보낸다. 그로부터 2분 후인 0시 3분 추 전 원내대표는 의총 장소를 당사로 최종 변경한다. 또 같은 시각 국회 본회의장에 있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에게 전화해 "내려와 달라"고 한다. 0시 29분에는 우 의장과 통화하며 '본회의 연기'를 요청하기도 했다.
결국 오전 1시 5분에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에는 국회의원 300명 중 190명이 첨석해 전원 찬성표를 던졌다. 국민의힘 의원의 경우 108명 중 90명이 참여하지 못했다.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한 의혹을 받는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 추경호 의원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 마련된 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특검 "계엄 불법성 알고도 해제 의결 방해"…추경호 "무리한 내용"
특검은 추 전 원내대표의 행보 사이사이 의심스러운 점을 포착해냈다. 먼저 추 전 원내대표가 비상계엄의 불법성을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계엄 해제에 적극 참여하지 않았고, 윤 전 대통령을 말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검은 구속영장청구서에 추 의원이 홍 전 수석과의 통화에서 "비서실장과 수석들이 다 반대했는데 대통령이 강행했다"는 내용을 들었고, 한 전 총리로부터는 "국무위원들이 비상계엄 선포에 반대했는데도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위헌 위법한 계엄을 견제할 유일한 수단인 계엄 해제요구안 의결에 참여하는 것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정보'를 추 전 원내대표가 인지했다고 봤다.
특검은 추 전 원내대표가 윤 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계엄 해제 등을 요구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문제 삼았다. 계엄에 협조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표시한다면 비상계엄을 주도한 세력의 의지를 꺾고 헌법질서 파괴 등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시각이다.
추 전 원내대표가 우 의장의 '본회의장 집결 요청' 문자를 받은 직후에 의총 장소를 국회에서 당사로 바꾼 것도 특검은 '표결 방해'가 있었다는 핵심 증거로 보고 있다. 또 한동훈 대표의 본회의장 집결 요구와 양립할 수 없는 공지라며 "의원들에게 혼란을 초래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추 전 원내대표가 4시 0시 38분 우 의장으로부터 '오전 1시 본회의 개의' 사실을 통보 받고도 이를 의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특검은 애초 추 전 원내대표가 윤 전 대통령의 위헌·위법한 계엄 선포에 동조할 수 있었다고도 봤다. 계엄 선포 전 '예산 삭감', 줄탄핵' 등의 표현으로 민주당을 비판했고,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휴대전화 등에서 '비상조치'를 언급한 문자메시지가 있었던 점을 근거로 들었다.
아울러 지난해 11월 29일 윤 전 대통령과의 관저 만찬 등을 통해 '사전 공감대'가 강화됐다고 판단했다. 이를 종합하면 계엄의 실패할 경우 여당인 국민의힘과 본인까지 정치적 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고, 결국 범행 동기로 작용했다는 점을 영장에 담았다.
박 특검보는 추 전 원내대표와 윤 전 대통령 공모 관계에 대해서 "구체적인 말씀을 드리기는 어렵지만,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추 전 원내대표는 특검의 영장 청구에 "여러 가지 무리한 내용이 많이 담겨 있다"며 "다분히 정치적 접근, 더불어민주당의 주문에 의한 수사 결과를 만들고 꿰맞추기 작업을 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강하게 한다"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지난 4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계엄 당일 상황에 대해 "의총은 항상 예결위장 아니면 국회 본관 246호를 번갈아 한다. 민주당과 늘 번갈아 (의총) 장소를 사용하는 관행 속에서 운영해 왔다"며 "의총 장소를 그날 실무진 판단으로 예결위 회의장으로 해서 공지가 나갔는데, 그것을 본회의 참석을 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예결위 회의장으로 공지했다는 내용이 (영장에) 포함됐다"고 지적했다.
계엄 전 윤 전 대통령과의 만찬 회동에 대해서도 "거기엔 우리(당) 의원들 다수, 대통령 비서실 수석 등 여러 분들이 계셨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서 그건 계엄 또는 여러 가지 국정 현안에 대한 무거운 얘기를 나누는 자리가 전혀 아니었다"며 "그런 가벼운 만찬 자리에 제가 늦게 합류하고 참석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촬영 이성민, 장지현] 연합뉴스추경호 구속될까, 법조계는 '분분'…법원의 판단은
내란특검이 불체포 특권을 가진 현직 의원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검 전체로 따져봐도 지난 8월 김건희 특검이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이후 두 번째다.
법무부는 추 전 원내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고, 민주당은 오는 27일 본회의 표결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체포동의안은 재적 의원 과반이 출석하고 출석 의원 과반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가결 시 영장심사 기일이 정해진다. 부결 땐 법원은 심문 없이 영장을 기각한다. 추 전 원내대표는 불체포특권 포기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법조계에선 추 전 원내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될지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내란 범죄와 연루돼 있다는 중대성 등을 고려하면 구속 요건이 충족되는 여지는 있다"면서도 "도주나 증거 인멸 부분에서 볼 땐 이미 상당 부분 증거가 확보됐고 현직 국회의원 신분이라는 점을 법원이 따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추 전 원내대표에 대해 정황상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명확한 물적 증거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했던 상황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특검의 '승부수'가 이유가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특검이 그동안 혐의를 광범위하게 다진 것으로 보인다"며 "의원들 조사도 상당수 이뤄진 상태라, 구속이 가능할 만큼의 '스모킹건'이 있을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영장 발부 여부의 최종 변수는 역시 법원이다.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를 맡고 있는 정재욱, 박정호, 이정재 부장판사에 눈길이 쏠린다. 정 부장판사는 지난 8월27일 내란방조 등 혐의로 청구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지난달 23일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 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 피의자 5명의 구속영장도 전부 기각했다. 박 부장판사는 지난달 14일 내란 특검이 청구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 부장판사는 지난 6월25일 내란 특검이 청구한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을 기각했다.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31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 마련된 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 사무실에서 조사를 마치고 장동혁 대표, 송언석 원내대표 등의 마중을 받으며 나와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존폐' 위기까지 걸린 국민의힘…여야 공방 치열
추 전 원내대표의 구속 여부가 특히 주목되는 이유는 특검 수사가 국민의힘 전반적으로 확대될 수 있는 가늠자가 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추 전 원내대표를 필두로 내란을 사전 인지하고 주요 임무를 수행했다면 거센 파장이 불가피하다.
민주당은 '위헌정당 해산 청구' 가능성을 거론하며 압박하고 있다.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되면 헌법재판소 심판을 통해 정당 해산이 가능하다. 정청래 대표는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추 의원 혐의가 유죄로 확정을 받으면 내란에 직접 가담한 국민의힘은 열 번이고, 백 번이고 정당 해산감"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특검의 추 전 원내대표 구속영장 청구에 반발해 지난 4일 이재명 대통령 국회 시정연설에 불참하고 규탄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정권의 치졸한 야당탄압 정치보복과 특검의 야당 말살 내란 몰이 목적의 무리한 정치 수사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작년 12월 3일 밤 국민의힘 107명 의원 누구도 의총 공지 문자메시지로 표결을 포기하거나 방해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는 것을 국민 앞에 증언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내란 특검팀의 수사 결과에 따라 국민의힘에 대한 위헌정당 해산 심판 청구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은 지난달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제가 판단을 말씀드릴 순 없지만 (국민의힘이) 계엄 해제에 참여하지 않은 것에 계엄에 부화수행하기 위한 고의가 있었다는 점이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다면 그에 따른 처분이 있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