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주 기자서울 전역과 경기도 일부 지역을 3중규제로 묶어버린 10.15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한 달이 되기도 전에 부동산 시장의 이상징후가 포착됐다. 경기도 비규제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 속도에 가속이 붙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이 6일 발표한 11월 1주(11월3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 자료는 경기도 비규제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심상치 않게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줬다. 화성시, 용인시 기흥구, 구리시 등의 상승률이 직전주 대비 2배 이상 뛰었다. 올해 들어 좀처럼 하락세를 면치 못했던 인천에서도 아파트 가격이 들썩이는 지역이 나타났다.
동탄 신도시의 화성, 용인 수지구 인접한 기흥구, 서울 동부권 인접한 구리시 상승률 급상승
동탄을 낀 화성시(0.13%→0.26%). 서울 동부권에 인접한 구리시(0.18%→0.52%)는 전주 대비 상승폭이 크게 확대됐다. 화성시는 61주 만에, 구리시는 279주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이다. 10.15 대책 이전까지 찾아보기 힘든 가격 변동폭이다.
규제지역인 용인 수지구에 인접한 기흥구는 직전주(0.05%) 대비 4배 넘게 오른 0.21%를 기록했다. 인천은 직전주(0.05%) 대비 0.01%p 상승한 가운데 서구가 0.09%로 직전주(0.01%)보다 9배나 뛰었다. 신도시가 있거나 서울, 혹은 10.15 이전까지 아파트 가격 급등 지역에 인접한 지역들이다. 전형적인 '풍선효과'로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화성은 동탄 신도시 역세권 주변 아파트들이 상승세를 견인하고 있다. 동탄시범다은마을 우남퍼스트빌 84㎡는 지난 10월 24일 7억 2500만원에 거래됐다. 올해 7월 초 6억 2900만원에 거래됐던 것을 감안하면 4개월도 되지 않아 1억 가까이 급등한 것이다. 10.15 대책 이후 거래 자체는 줄어든 상태지만 호가는 좀처럼 내려갈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동탄의 경우 중심부 역세권과 외곽 지역의 온도차는 상당하다. 비규제 지역에서도 이른바 '똘똘한 한 채'를 찾는 매수자들의 성향은 여전하다.
급감하는 전세매물에 불안해진 세입자들…계속되는 '패닉바잉'
연합뉴스
부동산 업계에서는 10.15 대책 이후에도 경기도 비규제지역을 중심으로 15억 이하 신축 아파트를 사려는 매수세는 이어지고 있다고 본다. 10.15 대책은 매매가가 15억 이하인 아파트에 대해서는 주택담보대출 최대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현 상황에서 최대한 대출을 받아 매매할 수 있는 아파트 가격의 마지노선인 셈이다.
특히 10.15 대책 이후 전세대출 제한으로 전세가 급격히 줄고 있는 추세가 세입자들의 불안감을 자극하면서 비규제지역 매수세에 합류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면서 생기는 부담을 지느니 차라리 아파트를 구매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내린다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 아파트를 사기 위해서는 비규제지역을 선택해야 하고 최대 대출이 가능한 15억 미만에 상품 가치가 높은 신축 아파트가 인기를 끄는 이유다.
김인만 부동산 경제연구소 대표는 "결국에는 정부 정책이 지속적인 안정감을 주지 못한다는 생각이 드니까 아파트를 사야 될 사람들은 더욱 절박하고 불안해지는 경향이 있다. 특히 전세 세입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데 내년에는 전세가 큰 이슈로 부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본격적인 '풍선효과'로 보기에는 시기상조…신중론도 있어
다만 10.15 대책 이후 일부 경기도 비규제지역을 중심으로 보이고 있는 아파트 매매가격 급등 조짐을 본격적인 '풍선효과'로 규정하기에는 성급하다는 신중론도 있다. 이미 스트레스 DSR이 적용되는 등, 비록 비규제 지역의 LTV가 70%까지 허용된다 하더라도 전반적인 가계 대출 총량 규제가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폭발적 급등세가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구리나 남양주, 용인 기흥구, 화성 동탄같은 지역에서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조금은 더 이어질 수도 있겠지만 이제 거래가 많지 않은 겨울 비수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비규제지역의 아파트 가격 상승이 지속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