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국내 매출액 1천억 원대 주요 기업의 수익성이 20년 전보다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조사 결과가 10일 나왔다. 기업이 자산을 활용해 창출하는 부가가치가 줄면서 경제 전반의 성장 잠재력도 약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날 발표한 'K성장 시리즈(6) 매출액 1천대 기업의 20년 수익성 추이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2004년 4.2%였던 국내 1천억 원대 상장기업의 총자산영업이익률이 2024년 2.2%로 하락했다고 밝혔다.
이는 자산 1억 원당 벌어들이는 영업이익이 420만 원에서 220만 원으로 줄었다는 의미다.
총자산영업이익률은 기업이 자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해 수익을 내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기업의 투자 여력과 경제 활력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꼽힌다.
이를 두고 대한상의는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면 투자·고용·R&D(연구개발)가 함께 위축돼 경기 회복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지환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최근 국내 기업의 채산성이 큰 폭으로 악화된 만큼, 그간의 지원정책이 기업의 성장 역량 강화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는지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이 같은 추세가 장기화될 경우, 기업의 투자·고용·혁신성이 연쇄적으로 둔화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경제 전반의 활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제공보고서는 또한 '한계기업 보호정책'이 자원 배분의 비효율성을 고착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계기업 보호정책은 수익성이 낮고 이자비용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기업을 정부나 금융권이 지속 지원해 존속을 돕는 정책을 뜻한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한계기업 비중이 10%포인트 늘어나면 정상기업의 매출 증가율은 2.04%포인트, 총자산영업이익률은 0.51%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수익성이 낮은 기업이 시장에 계속 남아 있게 되면, 자금과 인력이 비효율적으로 묶여 다른 기업의 성장까지 둔화시킨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를 두고 대한상의는 "정책의 방점이 혁신기업보다는 한계기업의 연명에 찍히다 보니 부정적 외부효과를 양산하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기업 수익성 악화가 단순한 실적 부진을 넘어 국가 경제 전반의 성장 둔화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곽관훈 중견기업학회 회장은 "총자산영업이익률의 하락은 기업이 저수익·저투자 구조에 갇혀 있다는 경고 신호"라며 "이 상태가 이어지면 설비투자와 연구개발이 위축되고, 결국 국가의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수익성 반전을 위해 역진적인 인센티브 구조를 개편하고, 대·중소기업을 막론하고 수익성과 성장성을 입증한 기업에 정책적 보상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중소 상장사 중 자산수익률(ROA) 상위 100개 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경우 약 5조 4천억 원의 추가 부가가치가 창출돼 GDP의 0.24%를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종명 대한상의 산업혁신본부장은 "수익이 줄어드는 기업을 보호하기보다 성장과 혁신을 이루는 기업을 장려해야 경제 활력이 살아난다"며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규제가 급증하는 '계단식 규제'를 완화해 성장을 주저하는 구조적 모순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