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이상범 감독과 김정은(오른쪽), 양인영. WKBL 제공"사실 남자 감독이 편해요."
여자프로농구(WKBL) 하나은행은 지난 3월 시즌 종료와 함께 새 사령탑을 선임했다. 새 사령탑은 남자프로농구(KBL)의 베테랑 이상범 감독이었다.
앞서 KBL을 거쳐 WKBL 지휘봉을 잡은 사령탑이 없었던 것(5명)은 아니지만, 지도자로서 이름값이 다른 사령탑의 선임이었다. 이상범 감독은 정관장(당시 KT&G/KGC)과 DB를 거치면서 챔피언결정전 우승과 정규리그 1위를 경험했다. 남자 농구 대표팀 코치 경력도 있고, 최근까지는 일본 B2리그 고베 스토크스 코치로도 일했다.
어느덧 하나은행에서 보낸 시간이 8개월 가까이 흘렀고, 이제 개막을 앞두고 있다. 이상범 감독에게는 새로운 도전의 시작이다.
이상범 감독은 10일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농구는 똑같다고 하는데 와서 선수들을 가르치니 사실 남자 감독이 편하다"면서 "남자 팀의 2배, 많게는 3배까지 생각할 것이 많다. 조목조목 하나씩 해줘야 하는 부분도 있다. 감독이 디테일해야 하고, 에너지도 많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도 운동을 하면서 체력을 기르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에너지를 따라갈 수가 없다"고 웃었다.
하나은행은 약체다. 2012년 신세계 농구단을 인수한 뒤 단 한 차례도 승률 5할을 넘기지 못했다. 플레이오프 진출도 한 번(2023-2024시즌)이 전부였다. 2024-2025시즌은 9승21패 최하위.
2025-2026시즌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시아쿼터 전체 1순위로 이이지마 사키를 뽑은 것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보강도 없었다. 개막 미디어데이를 앞두고 진행된 우승 후보 사전 설문조사에서 선수 3표, 미디어 0표를 받았다. 4강 진출 팀 설문조사에서도 선수 21표, 미디어 4표가 전부였다.
이상범 감독은 "(설문조사 결과는) 당연한 것 같다. 지난 시즌 꼴찌했으니까"라면서 "어떻게 될지 모른다. 받아들이고 열심히 해서 올라가야 한다. 그러면 달라질 것이다. 감독으로서는 꼴찌로 지명되면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여기서 1~2계단 올라가면 된다. 굳이 꼭대기를 안 봐도 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상범 감독은 하나은행을 '잡초'라고 표현했다. 나머지 5개 구단 감독들이 해바라기, 동백꽃, 무궁화, 푸른 장미 등을 내세운 것과 조금은 결이 달랐다.
이상범 감독은 "잡초 꽃도 있다고 들었다. 선수들과 정말 열심히 해서, 잡초처럼 굳건하게 해서 꽃을 피우고 싶다. 선수들이 자신감도 있고, 남다른 투지와 열정으로 임할 것 같다. 김정은의 마지막 시즌이기에 멋지게 잡초를 꽃으로 만들어보겠다"면서 "어떤 농구라기보다는 심플하고 단순할 것이다. 전술, 전략이 복합된 것보다 가장 단순하고 심플한 농구를 보여줄 것"이라고 출사표를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