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계엄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국회에 보고하지 않은 혐의 등을 받는 조태용 전 국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직무유기와 국정원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구속심사가 약 4시간 만에 마무리됐다.
서울중앙지법 박정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1일 오전 10시 10분부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시작해 약 4시간 만인 이날 오후 2시 5분쯤 심사를 끝냈다.
조 전 원장은 이날 영장 심사에서 혐의 대부분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윤석열 정권에서 주미대사와 국가안보실장, 국정원장도 했는데 잘 보필하지 못해 송구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조 전 원장은 구속심사가 끝난 뒤 '오늘 혐의를 다 부인한 게 맞느냐', 'CC(폐쇄회로)TV 영상 본인 부분은 왜 제공 안 한 것이냐', '위증 혐의도 부인하는 것이냐'고 질문에 "다음번에 하겠다. 다 진술했다"라고 말한 뒤 서울구치소로 향했다.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지난 7일 조 전 원장에 대해 정치 관여 금지 위반, 직무유기, 위증, 증거인멸,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조 전 원장이 국가안전보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보를 인지하고도 국회에 지체 없이 보고하지 않아 국정원법 제15조의 보고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구속심사에 장우성 특별검사보와 국원 부장검사 등 검사 6명을 투입한 특검은 조 전 원장의 국가안보 보고 의무 위반과 정치 관여 금지 위반이 명백하다는 점을 부각하며 구속 필요성을 소명할 계획이다. 특검은 이를 위해 482쪽 분량의 의견서와 151장의 PPT를 준비했다.
조 전 원장은 서울구치소에서 법원 판단을 기다리는 중이다. 심사 결과는 이르면 이날 밤 늦게 나올 전망이다.
조 전 원장은 계엄 선포 이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계엄 관련 문건을 본 적 없고, 다른 국무위원들이 문건을 받은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후 공개된 대통령 집무실 CCTV에는 그가 문건을 받아 양복 주머니에 넣는 장면이 포착됐다. 또 다른 국무위원들이 포고령 등으로 추정되는 문건을 받아 보는 모습도 담겼다.
조 전 원장은 헌법재판소 등에서 지난해 3월 '삼청동 안가 회동' 당시 윤 전 대통령이 '비상한 조치'를 언급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지만 특검은 이를 허위라고 보고 있다.
조 전 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이전 이미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알고 있었음에도 국회에 보고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계엄 선포 뒤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으로부터 '계엄군이 이재명·한동훈 잡으러 다닌다'는 보고를 받고도 이를 국회에 알리지 않았다는 의혹도 있다.
또 계엄 당시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의 동선이 담긴 국정원 CCTV 영상을 국민의힘 측에만 제공하고, 자신의 동선이 담긴 영상은 더불어민주당 측에 제공하지 않아 정치 관여 금지 의무를 위반한 혐의도 받는다.
국회와 헌법재판소에서 허위 증언을 하고, 국회 내란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위 등에 허위 답변서를 제출한 혐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