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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AI와 동행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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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덮친 AI

피할 수 없다면 AI 윤리 기준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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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커닝은 참기 힘든 유혹이다. 학창시절 하면 떠오르는 교실의 풍경에는 책상과 벽을 빼곡히 채운 깨알같은 글씨의 흔적이 있다.
 
시험이라는 제도에 부정행위가 따라다닌 건 중국이라고 다를 리 없다. 중국의 과거시험장은 커닝을 막기 위해 '호사(號舍)'라 불리는 반평 남짓한 무수한 칸막이방들로 이뤄져 있으나 이를 뚫기 위한 기기묘묘한 아이디어들도 속출했다.
 
청나라 때 한 수험생은 4만 자가 넘는 글자로 62편의 모범적인 문장을 적은 커닝 옷을 입고 시험을 치르려다 적발됐다. 손바닥보다 훨씬 작은 커닝 북을 신발 속에 숨기고 들어가 시험을 치른 사례도 있다. 중국 난징의 옛 과거시험장에 전시된 초소형 책자는 가로 3.8㎝, 세로 5㎝, 두께 0.5㎝크기로 시험에 참고할 글이 깨알같이 적혀있다.
 
조선에서는 조직적인 대리시험이 성행했다. 자리를 확보하는 선접꾼, 답안을 작성하는 거벽, 필사에 능한 사수로 역할 분담된 조직이 유력 집안 자제의 대리시험에 동원됐다. 조선 중기 문장가인 차천로는 고향 친구의 답안을 대신 지어주어 장원급제시킨 일이 발각돼 유배되기도 했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커닝은 진화를 거듭했다. 1993년 이동통신기기를 이용한 부정행위가 대학입시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선수로 불리는 수험생이 도중에 시험장을 빠져나와 일당에게 정답을 알려주면 일당은 다른 수험생들에게 삐삐(무선호출기)를 통해 정답을 전송하는 수법이었다.
 
2004년에는 광주에서 대규모 수능폰 부정행위 사건이 벌어졌다. 그해 성적이 무효 처리된 수험생은 314명에 달했다. 2006년 토익시험에서는 지름 2mm 크기의 초소형 이어폰까지 등장했다.
 
챗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의 활용이 늘자 인공지능을 활용한 부정행위가 캠퍼스를 덮쳤다. 연세대 신촌캠퍼스 비대면 수업 중간고사에서 AI를 활용한 집단 부정행위 정황이 드러났다. 담당교수는 수강생 600명 중 적발된 학생들의 점수를 모두 0점 처리하겠다고 공지했고, 학교측은 담당교수에게 처분을 일임하기로 했다.
 
고려대 안암캠퍼스에서는 약 1400명이 수강하는 온라인 강의 중간고사에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한 집단 부정행위의 정황이 드러났다. 학교측은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해 부정행위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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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경우 대규모 온라인 강의는 학교측의 편의에 따른 것으로, 학생들에게만 책임을 미루기엔 비대면 시험 자체가 부정시험을 유혹하는 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강좌의 특성에 맞게 AI활용 여부를 엄격히 구분하되 AI를 활용하더라도 적절히 평가할 수 있는 문항 개발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커닝은 새로운 기술혁명을 결코 비켜가지 않는다. 필기시험이 아니더라도 이미 대학가는 AI를 무단 복제한 수업 과제물의 처리 방향을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비슷한 고민은 음악과 미술, 문학 등 여러 창작물에도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 AI 시대를 피할 수 없다면 AI 윤리에 대한 고민과 보다 촘촘한 기준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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