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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이재명만 바라보지 말고 정대택에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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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1-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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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항소 포기엔 들끓고, 윤석열 구속 취소엔 잠잠했던 검찰
'선택적 정의' 회로 작동한 결과…개혁에 대한 반발심 투영된 듯
항소 자제 첫사례가 대통령 관련 시건이면 순수하게 보기 어려워
국민을 위한 개혁해야…'22년째 분투' 정대택씨 언제쯤 구제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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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비리 사건 1심에 대한 항소 포기를 놓고 검찰 내부가 들끓고 있다. 검찰 조직의 핵심인 정진우 서울중앙 지검장은 즉각 사퇴했고, 검사장부터 평검사까지 너 나 할 것 없이 들고일어나 노만석 총장 대행을 '부역자'로 몰아붙이며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검찰청 해제를 앞둔 '마지막 검란'이란 관측도 있다.

'수치심'이라는 말까지 나온 걸 보면, 최고 권력 앞에서 눈치를 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져 크게 자존심이 상했나 보다.

그런데 검찰이 바람 앞의 풀처럼 조용히 누워버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닌데, 유독 이번에만 이렇게 시끄러운 걸 보면 아무래도 또 '선택적 정의' 회로가 작동한 것 같다.

가장 가까운 사례는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검찰 지휘부가 핵심 증거를 '고의로' 누락하는 방식으로 쿠팡을 무혐의 처분했다는 폭로가 나왔을 때다. 일용직 노동자 퇴직금을 주지 않으려고 꼼수를 부린 자본 권력 앞에 꼬리를 내린 결과였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이를 질타하는 목소리는 거의 없었다. 담당 검사만 국회에서 눈물을 훔쳤다.

윤석열 전 대통령(오른쪽)과 김건희씨. 박종민 기자윤석열 전 대통령(오른쪽)과 김건희씨. 박종민 기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련 김건희 씨에 대한 검찰의 무혐의 처분은 또 어떤가. 검찰은 4년 6개월간 수사를 해놓고도 지난해 10월 김 씨에게 면죄부를 줬다. "주식 거래나 주식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일반 투자자"라는 김 씨의 말에 근거해 내린 결론을 뒤집고, 특검은 단기간에 여러 정황 증거를 찾아내 지난 8월 마침내 기소했다. 이때도 책임을 지라는 목소리도, 책임을 지겠다는 사람도 없이 조용히 지나간 검찰이었다.

지난 3월 법원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 취소 결정을 내렸을 때 즉시항고하지 않았던 것도 마찬가지다. 검찰 내부에서 일부 문제 제기는 있었지만, 이번처럼 격앙되지는 않았다.

다른 사건에서는 잘 느끼지 못했던 치욕과 수치심을 왜 유독 대장동 사건에서만 크게 느낄까? 정권에서 강하게 추진하는 검찰청 폐지 등 검찰 개혁에 대한 반발심과 이기적인 조직 논리가 투영된 결과라는 합리적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이 대통령과 측근들이 관련된 사건만큼 좋은 소재가 있을까 싶다.

여권의 검찰·사법 불신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사건에 개입해 항소 포기를 종용한 것은 또 다른 논란거리가 아닐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 국회사진기자단이재명 대통령. 국회사진기자단
이 대통령의 말대로 검찰이 항소를 자제한 게 하필 이 대통령의 측근들이 피의자인 사건이고, 더군다나 대통령과도 무관치 않다는 점에선 더욱 그렇다. 검찰이 몽니를 부리듯 기계적으로 항소하는 게 옳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책이나 제도 변화의 수혜를 국민보다 권력자가 먼저 입는다는 것은 '권력의 사유화'로 비칠 수 있다.

여당인 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법개혁도 같은 선상에서 순수하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검찰의 항소 제도 개선이든 사법개혁이든 모든 일에 대통령을 중심에 두면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찬성할 수 있겠는가. 되레 변화의 동력을 떨어뜨리는 구실이 될 뿐이다.

대통령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검찰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피해를 보는 일이 없어야겠지만, 대통령은 일반 국민들이 상상할 수 없는 권력을 가졌다.

퇴임을 하더라도 그의 목소리는 일반인에 견줄 게 아니다. 여전히 주변에는 그를 옹호해 줄 정치인이 많을 것이다. 경력이 화려한 변호사도 살 수 있는 능력도 된다.

개혁의 혜택이 이런 형편이 못 되는 국민에게 흐르도록 물꼬를 다시 잡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검찰·사법 개혁과 제도 개선의 중심에 국민의 한 사람을 놓는 것은 어떨까. 바로 김건희 씨의 어머니이자 윤 전 대통령 장모인 최은순 씨와 싸우다 두 번의 억울한 옥살이까지 한 정대택 씨다.

류영주 기자 류영주 기자 
누군가의 손을 탄 검찰 수사와 부동산 거래 등으로 얼룩진 재판 결과로 정대택 씨는 22년을 힘겹게 버티고 있다. 그는 정권이 바뀐 후에도 이렇다 할 희망을 보지 못하고 있다. 변호사를 살 형편도 못 돼 '나홀로' 재심을 준비하고 있다. 정 씨는 최근 통화에서 "사건을 정리하려니까 너무 머리가 아프다"며 "이것도 내 운명"이라고 했다.

그의 운명을 결정했던 검찰도, 사법부도 침묵이다. 정치적 사건에서는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더니 국민 한 사람의 망가진 삶 앞에서는 일말의 책임감도 없는, 비겁한 도망자의 모습 뿐이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선거법 사건의 이례적인 빠른 판결에 대해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참으로 옳은 말을 했다. 그런데 누군가의 22년은 지연돼도 될 만큼 하찮고 짧은 시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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