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주요 당직자들이 11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본관 정문 앞에서 대검찰청 긴급 현장 규탄대회를 마친 뒤 청사로 진입하자 검찰 관계자에게 가로막히고 있다. 류영주 기자국민의힘이 대장동 일당 1심 항소 포기 사태에 윗선의 외압이 있었을 거라고 주장하면서 검찰을 피해자로 묘사하고 있다.
항소를 포기한 주체가 검찰이라는 점에서 전선 설정에 고심이 깊지만 당장은 '일부 검사'를 분리하는 전략을 취하는 모양새다. 한동훈 전 대표가 '자살'이나 '폐지' 같은 강한 표현으로 검찰 조직에 날을 세운 것과 구별된다.
국민의힘 의원 수십명은 11일 오전엔 대검찰청, 오후엔 법무부를 직접 찾아 '항소 포기' 사태 경위를 따져 물었는데, 검찰을 향해서는 발언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이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대검찰청 앞에서 "대다수 검사들은 억울한 국민의 편에 서서 공익의 대변자로서 범죄를 소탕하고 정의를 바로세우기 위해 어려운 상황 속에서 수사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태의 '키맨'으로 꼽히는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나 검찰 내 여권 성향으로 분류되는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 등을 "일부 정치검사"라고 표현하면서 그쪽에 영점을 맞췄다.
자칫 검찰 전체를 싸잡아 몰아세울 경우 여권이 꾸준히 제기해온 '검찰 개혁' 의제에 명분만 키워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일종의 '투트랙' 프레임을 들고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는 더불어민주당이 '항소 포기' 결정을 검찰의 내부 반성으로 평가하면서 동시에 여기에 반발한 담당 수사팀을 '항명'이라고 규정해 역공하는 것과, 입장은 다르지만 비슷한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황진환 기자국민의힘 내부에선 이번 사태 초기부터 항소 포기를 결정한 검찰을 원망하는 반응도 많았지만 그런 메시지가 표출될 경우 사안이 검찰내 권력 투쟁으로 비치진 않을까 경계해왔다.
반면 검사 출신 한동훈 전 대표의 경우 항소 포기 결정 직후 "대한민국 검찰은 자살했다"며 친정을 향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권력 오더 받고 개처럼 항소 포기해 주는 이따위 검찰을 폐지하는 데 국민이 반대해줘야 할 이유는 뭐냐"고 몰아세우면서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윤창원 기자국민의힘은 이와 함께 노만석 직무대행 등 검찰 고위급과 정권의 사정라인을 콕 집어 비판하고 있다.
이날 오후 법무부를 찾은 송언석 원내대표는 정성호 법무부장관이 검찰에 "신중하게 판단했으면 좋겠다"고 밝힌 일을 언급하며 "이게 무슨 조폭인가. 깡패인가. 이것이 바로 외압"이라고 강조했다.
또, 지난 7일 △이진수 법무차관이 노만석 직무대행에게 전화로 항소 포기 필요성을 시사한 일과 △대검 지휘부가 밤늦게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는 점을 거론하며 "정성호 장관보다 더 윗선의 외압이 있었다는 방증"이라고 해석했다.
관련 기사 : [단독]이진수 차관, 노만석 대행에 '항소 포기' 법무부 의견 전달장동혁 대표는 나아가 "국정조사와 특검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며 이 대통령을 정조준했다.
장 대표가 그동안 '탄핵 사유'라거나 어떤 전제를 들어 '탄핵 대상'이라고 표현한 적은 있었지만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을 명시적으로 밝힌 건 정권 교체 후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