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김민석 국무총리가 1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회의 공개 범위에 대해 조율하고 있다. 연합뉴스정부가 공직 사회 내 12.3 내란사태 극복을 위한 '인사 조치'의 칼을 뽑아들었다.
일부 인사들이 내란에 전적으로 또는 일정 정도 가담했음에도 승진 대상이 되자, 공무원들 사이의 분위기가 뒤숭숭해지면서 국정동력이 상실되고 있다는 것이 이유다.
박근혜 정부의 적폐로 정권 교체에 성공한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시도 실패라는 전례가 있는 만큼, 신속하고 간결한 대응이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김 총리 "TF 통해 내란 참여자 인사조치 근거 확보"
김민석 국무총리는 11일 국무회의에서 "종합적으로 판단을 한 끝에 '헌법존중 정부혁신' TF를 정부 내에 구성했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드린다"며 "헌법존중 정부혁신 TF는 12.3 비상계엄 등 내란에 참여하거나 협조한 공직자를 대상으로 신속한 내부조사를 거쳐 합당한 인사 조치를 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하는 것을 하는 임무로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김 총리의 제안에 이재명 대통령은 즉각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화답했다.
그러자 총리실은 관련 자료를 통해 대통령 직속기관과 독립기관을 제외한 49개 중앙행정기관 전체에 TF를 설치, 조사에 나선다고 설명했다.
감사원과 국가정보원,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대통령 비서실, 대통령 경호실 등 대통령 직속기관은 대통령실에서 관리하고, 인권위원회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국가교육위원회 등 독립기관은 자율적으로 조사를 실시하도록 해 조사 대상에서 제외되지 않도록 했다.
공직기강 해이·특검 수사 한계도 TF 필요성
정부가 내란사태 발발 6개월이 지난 시점임에도 '가담 공무원 인사조치' 카드를 꺼내 든 것은 공직기강 해이에 대한 우려가 큰 영향을 미쳤다.
앞서 이 대통령은 내란 가담자들이 군 진급인사에 포함되자, 지난달 14일 국무회의에서 "확인이 되면 당연히 배제할 수 있고, 승진 후라도 취소하면 된다"며 인사조치에 대한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총리실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후 김 총리에게 관련 지시를 했고, 이에 김 총리는 TF를 통한 대응으로 가닥을 잡았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김 총리의 말을 보자면 국정감사, 언론을 통해 문제제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직사회 내부에서 반목을 일으키거나, 국정추진 동력을 저하하는 경우, 그리고 때때로는 인사승진 대상자 목록에도 있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라고 출범 배경을 설명했다.
현재 진행 중인 특별검사(특검) 수사로는 관련자들을 형사처벌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특검이 주목하고 있는 혐의점에서 벗어난 인사의 경우 별도의 제재 없이 공직생활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내란에 관한 책임은 관여 정도에 따라 형사처벌할 사안도 있겠고, 또는 행정책임을 물을 사안도 있고, 또는 인사상 문책이나 또는 인사조치를 할 정도의 낮은 수준도 있기 때문에 (TF가) 필요할 것 같다"며 "특검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고, 독자적으로 해야 될 일 같다"고 강조했다.
文정부 '적폐청산 시즌2' 되지 않으려면 실효성 거둬야
관건은 정부의 자체 TF 구성이 얼마나 성과를 거둘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정부·여당은 지난 6월 정권교체 이후 그 동안 윤석열 전 대통령과 대통령 권한대행들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에 가로막혀 있던 각종 특검을 일제히 출범시키며 내란사태와 관련해서도 수사를 개시했다.
내란이라는 사안의 중대성에 따라 관련 수사 또한 특검에 의해 진행 중이며, 2차례 연장으로 오는 14일이던 수사기한은 특검의 요청을 이 대통령이 수용하면서 다음 달 14일까지 수사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인사'를 카드 삼아 내란 가담자를 별도로 찾아낸다는 것은 과도한 대응이라는 우려를 살 수 있다.
직전 민주당 정권이던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이 과도한 에너지 낭비로 인해 실효를 거두지 못한 채 오히려 국정에 방해가 됐다는 점도 반면교사의 지점이다.
TF는 '내란행위 제보센터'를 운영해 공무원들에게 가담행위를 적극 제보 받을 방침인데, 자칫 인사 경쟁자 견제를 위한 과도한 제보가 쏟아져 들어오거나, 전 정권 인사라는 점만으로 인사 불이익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정치권 출신인 '어공'과 달리 각 기관 '늘공'들의 경우 상부의 지시를 거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정권에서 윗선의 지시에 따랐던 동료 늘공들의 대응을, 이번에는 다시 색출해 내라는 현 정권의 지시에 적극적으로 임할지도 미지수다.
기관별로는 대통령실 직속기관의 경우 대통령실이, 독립기관의 경우 각 기관이 알아서 조사 등에 나서도록 한 점이 객관성 우려를 사고 있다.
'한시' '목적성'에 방점…"빠른 안정으로 국정동력 회복"
이같은 지점을 의식한 듯, 정부는 이번 TF를 '한시적'으로, '목적성'을 가지고 운영할 계획이다.
총리실은 이날 지시 후 TF 구성은 10일 후인 이달 21일까지 완료하고, 한 달 후인 12월 12일에는 기관별 조사대상과 행위를 확정하기로 했다.
조사는 그로부터 50일 후인 내년 1월 31일까지 총괄 보고를 마무리하고,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 내부 인사조치 또한 설 연휴 전인 2월 13일까지 끝낼 방침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번 TF의 방점은 내란과 관련한 행위를 다 들여다보겠다는 것이 아니라, 가담 여부를 빠르게 확인하고 어떻게 조치할지 기준을 세우겠다는 것"이라며 "국정동력을 인사조치에 쓰겠다는 것이 아닌, 공무원 사회를 빠르게 안정시켜 동력을 회복하고 이를 필요한 곳에 활용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