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하지 말고 평소하던대로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습니다." 2026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는 13일, 전북 전주시 전주사대부고와 영생고등학교에선 오전 7시가 채 되지 않은 시각에도 수험생들이 하나 둘 고사장으로 입장하고 있었다.
평년보다 1~2도 높은 날씨가 예상돼 '입시 한파'는 없을 것으로 예보된 이날 학생들은 저마다 트레이닝복이나 플리스 등 간편한 옷차림으로 고사장에 도착했다. 옆구리에 도시락 통을 낀 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시험장에 들어가는 학생들도 있었다. 13일 오전 7시 기준 전주시의 아침기온은 3.2도로 예보됐다.
자녀·형제자매·친구 등 대상은 다양해도 응원하는 마음은 같아
고사장 앞에는 각양각색 수험생들을 응원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군대에서 수능 공부를 해 시험을 치르는 친구를 응원하러 나왔다는 여찬웅(22)씨는 "군대에서 열심히 준비한 친구가 노력의 가치를 평가받는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여씨는 "친구가 반드시 원하는 학교에 합격할 것이라 믿으며 온 마음을 다해 응원한다"며 준비한 피켓을 들어보이기도 했다.
여찬웅(22)씨가 친구를 응원하며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심동훈 기자교회에서 친하게 지내는 형을 응원하기 위해 왔다는 최하진(17)군은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친한 형에게 중요한 날이라 새벽같이 나왔다"며 "형이 최선을 다해서 꼭 원하는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자녀들과 포옹와 악수로 인사를 나눈 후 시험장으로 들어가는 자녀들을 뒷모습을 하염없이 지켜봤다.
첫째 아들을 수험장에 보냈다는 A(50대)씨는 "아이가 일찍 고사실에 도착하고 싶다고 해서 데리고 왔다"며 "그저 응원하는 마음 뿐이다. 모든 수험생들이 힘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처음으로 수능 치르는 딸과 포옹하며 배웅한 정선미 씨는 "딸이 1년간 고생을 정말 많이 했다"며 "하던대로만 잘 해서 최선을 다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속이 편한 게 중요하기 때문에 도시락도 정성껏 쌌다"며 "미소된장국과 고기 반찬, 딸이 좋아하는 주먹밥으로 도시락을 준비해줬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고사장에 들어가는 자녀를 지켜보는 학부모. 김현주 크리에이터시험을 치르는 제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나온 선생님들도 있었다.
양현고등학교에 재직중인 소연정씨는 고사장에 들어가는 아이들의 이름 한 명 한 명을 호명하며 준비한 물티슈와 연필을 건넸다.
소씨는 "핫팩과 담요 같은 것들은 아이들이 알아서 준비를 잘 하는데, 물티슈와 같은 사소한 것들은 오히려 놓칠 수 있어서 따로 준비했다"며 "고사장에선 지정된 샤프 펜슬만 사용해야 하는데 학생에 따라 맞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연필도 준비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떨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며 "하던대로 하면 잘 볼 수 있을거야"라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소연정씨가 제자들을 위해 준비한 물티슈와 연필. 심동훈 기자'전북사대부고'를 '전주사대부고'로 착각…올해도 어김없이 등장한 장면
전주사대부고를 전북사대부고로 착각한 수험생. 김현주 크리에이터올해도 전주사대부고와 영생고등학교 앞에선 어김없이 수험장을 착각한 수험생들이 등장했다.
입실이 제한되는 시각을 코앞에 둔 오전 8시쯤 전주사대부고 앞에 '전북사대부고'와 '전주사대부고'를 헷갈린 한 남성 수험생이 도착했다. 그는 현장을 통제 중인 경찰에 의해 경찰차를 타고 서둘러 전북사대부고로 향했다.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전주사대부고에서 시험을 치러야 하는 한 여학생이 전북사대부고를 고사장으로 착각해 경찰차를 타고 전주사대부고로 이송됐다. 전주사대부고와 바로 옆에 위치한 영생고등학교를 착각해 감독관의 안내를 받는 학생들도 여럿 볼 수 있었다.
수년간 수능 당일 학교 앞 교통통제를 해왔다고 밝힌 모범운전자 나상길(68)씨는 "경찰차로 이송된 학생들이 문제 없이 시험을 치를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고사장에 들어가는 학생들을 볼 때마다 짠하고 안쓰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만큼 고생했으니 최선을 다해서 시험 보고 모든 학생들이 원하는 결과를 얻어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학생들을 응원했다.
수험생을 격려하는 지인들. 김현주 크리에이터
한편, 이번 수능은 오는 13일 오전 8시 40분부터 오후 5시 45분까지 전주·군산·익산·정읍·남원·김제 6개 시험지구, 66개 시험장에서 치른다.
응시생은 지난해와 견줘 896명 늘어난 1만 7천 937명이다. 재학생은 1만 3595명, 졸업생은 3728명, 기타 616명 등이다. 전국에선 55만 4174명이 응시한다. 전북은 3.2%로 9번째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