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원 기자여야가 대장동 일당 1심 판결 항소 포기와 그 이후 검찰내 반발을 짚는 국정조사를 서로 요구하면서도 협상에선 계속 난항을 겪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다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복잡한 속내가 엿보인다.
국정조사를 이용해 검찰의 항의를 진압하면서 동시에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의 '조작 기소'를 주장할 틈을 찾겠다는 게 기존의 계산이지만, 정쟁적 사안에 국민적 관심이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집권여당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민주당은 이 같은 '동전의 양면'적 성격 탓에 망설이는 분위기다. 아울러 지도부로서는 순방 중인 이 대통령 외교 성과를 가리게 되진 않을까 걱정하기도 한다.
'합의' 못 봤지만, '일방 처리' 안 한다
국민의힘 유상범 원내수석부대표는 18일 양당 원내지도부 회동 뒤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주장하는 대장동 사건 조작수사와 검사들의 집단 항명,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항소 포기 외압 의혹 내용을 다 포함하는 것까지는 합의가 됐다"면서도 "국정조사 추진 방식에 대해 합의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핵심 쟁점은 국정조사를 어디서 수행하느냐다. 민주당은 자당 소속 추미애 의원이 위원장이고 다수를 점하는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국정조사를 희망하는 반면, 국민의힘은 별도 특위를 꾸려야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국정조사 특위를 별도로 꾸리면 보통은 여야 동수로 구성된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문진석 원내수석부대표는 "당분간은 (국정조사 관련 사안을) 일방적으로 처리하지 않는다는 정도로 합의가 됐다"고 설명했다. 야당과 협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수 의석을 이용해 서둘러 의결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앞서 민주당은 여야 협의 결렬시 단독으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겠다고 으름장을 놨지만, 한 발 물러선 모습이다. 지난 16일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합의가 안 됐을 때 어떻게 할지도 고민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합의를 통한 국정조사를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9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청문회를 당일 속전속결로 의결했을 때와는 상반된 태도다. 당시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지도부와 사전 논의 없이 해당 청문회 안건을 밀어붙였고, 이 때문에 같은 시기 이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연설한 내용이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는 지적이 당내에서 나왔었다.
거론할수록 '대장동' 커지는 데 부담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이 같은 기조가 은연중에 드러나는 지점은 바로 최근의 당 지도부 언행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김병기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순방을 떠난 17일부터 18일까지 공개 최고위원회의·원내대책회의에서 관련 현안을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경주 APEC 정상회의와 한미 관세협상 조인트 팩트시트 공개를 이야기하며 경제 분야 성과에 대한 집중 부각에 나섰다.
원내에선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대한 국정조사를 두고 샅바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인데, 당 지도부는 지난 주와 달리 최대한 '로 키(low key)'로 대응하며 관련 문제를 부각하지 않으려 하는 셈이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소속의 한 의원은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검사 집단항명 징계나 국정조사 등을 추진할 수는 있지만, 그럴수록 (대장동 관련) 이슈가 커진다는 게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이라며 "다같이 논의하고 고민하는 중이다. 대통령이 외국에 나가 있는 부분에 대한 고민도 있다"고 토로했다.
이슈 자체가 중도층 민심에 유리하지 않은 데다, 때마침 대통령이 외국을 찾아 방산협력 등 외교 메시지를 강조해야 할 타이밍인 만큼 신중하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 김 원내대표도 전날 "대통령이 (외국에) 나가 계실 때 이상한 얘기를 해서 성과가 묻히는 경우는 없애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대로 물러서거나 머뭇거릴 경우 검찰에 통제력을 잃고 야당에는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는 점이 일종의 딜레마다. 때문에 개별 의원들이 방어 차원에서 관련 문제를 짚고는 넘어가지만, 전반적으로는 시간을 갖고 협상을 하겠다는 것이 대체적 기류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이 "대장동 문제는 당이 자꾸 설명을 하면 반대급부로 국민의힘 논리가 확대된다"며 "윤석열 계엄·내란 국면에서 사법부와 검찰이 우리 편이었나, 국민의힘의 근거 없는 딴지에 명확하고 간결한 답변만 해야지 말려들지 말자"고 페이스북에 쓴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원내지도부의 다른 관계자는 "(대통령이 외국에 나갔다고 해서) 일을 하지 말자는 이야기는 아니고, 사고를 치지 말자는 이야기에 가깝다"며 "대장동 사건의 내용 그 자체를 가지고 국정조사를 하자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아주 큰 고민까진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