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2025-2026 V-리그 포스트시즌 여자부 준플레이오프 GS칼텍스와 흥국생명의 경기. GS칼텍스 지젤 실바가 공격하고 있다. 연합뉴스 5시즌 만의 봄 배구에서 승리를 거둔 프로배구 여자부 GS칼텍스. 디펜딩 챔피언 흥국생명 격침의 주역은 역시 가공할 공격력을 펼친 주포 실바지만 플레이오프(PO)에서 더 높은 곳을 바라보려면 더욱 세밀하고 현명한 전략이 필요하다.
GS칼텍스는 2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진에어 2025-2026 V리그' 흥국생명과 준PO 홈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1(19-25 25-21 25-18 25-23)로 이겼다. 정규 리그를 3위로 마친 GS칼텍스가 4위 흥국생명과 PO 진출권을 걸고 펼친 단판 승부를 승리로 장식했다.
이제 GS칼텍스는 오는 26일부터 2위 현대건설과 3전 2승제 PO를 치른다. PO에서 이기면 1위 한국도로공사와 5전 3승제 챔피언 결정전에서 격돌한다.
실바는 이날 59%가 넘는 공격 성공률로 양 팀 최다 42점의 괴력을 뽐냈다. 올 시즌 여자부 유일이자 남녀부 최초 3시즌 연속 1000점을 돌파하며 득점 1위(1083개), 공격 성공률 1위(47.33%)의 위력을 떨쳤다.
하지만 처음부터 좋은 건 아니었다. 실바는 1세트 양 팀 최다 9점에 공격 점유율이 62%가 넘을 만큼 토스가 집중됐지만 성공률은 40%를 조금 넘었다. 흥국생명이 그만큼 실바의 이른바 '몰빵 배구'를 예상해 대비했고, 강한 서브로 리시브 라인을 흔들기도 했다.
레이나가 흥국생명을 상대로 강타를 터뜨리는 모습. KOVO
그런 실바는 2세트 살아났다. 아시아 쿼터 레이나가 교체 출전하면서다. 레이나는 2세트에만 8점을 올리며 상대 블로커들을 끌어들였고, 실바가 12점을 퍼부어 본격 대포를 가동하면서 GS칼텍스는 25-21로 반격했다.
흥국생명 수비의 혈을 뚫은 GS칼텍스는 3세트를 손쉽게 따내 승기를 잡았다. 4세트 중반 흥국생명에 5연속 실점하며 13-16으로 뒤지기도 했지만 GS칼텍스는 작전 타임 뒤 실바의 재치 있는 페인트 공격, 유서연, 오세연의 블로킹 등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 승부처에서 잇따라 실바의 강타가 터져 경기를 마무리했다.
경기 후 GS칼텍스 이영택 감독은 "역시 실바"라면서도 "레이나가 교체로 들어가서 정말 큰 역할을 해냈다"고 칭찬했다. 레이나는 이날 17점을 올렸고, 공격 성공률도 53.57%였다.
실바의 공격 성공률도 이날 59.15%까지 올라갔다. 경기 후 실바는 "다른 공격수들의 점수가 나오니 블로킹이 덜 붙어 점수를 내기 수월했다"면서 "레이나가 특히 활약하며 제몫을 해준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레이나가 살아야 실바의 위력이 더 배가된 모양새다.
올 시즌 정규 리그에서 실바의 공격 점유율은 43.03%였는데 이날은 50%였다. 체력적 부담이 없을 수 없고, 고질적인 무릎 통증도 걱정이다. 실바는 "다른 선수들도 통증이 있는데 내 역할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도 "코트에서 쉬는 걸 원치 않지만 모든 공을 때리고 싶다고 말하긴 어렵다"며 부담을 에둘러 표현했다.
올 시즌 뒤 유니폼을 벗는 양효진(오른쪽)이 은퇴식에서 배구 여제 김연경의 위로를 받는 모습. 한국배구연맹 현대건설은 정규 리그 팀 블로킹 1위(세트당 2.58개)다. 올 시즌 뒤 은퇴를 선언한 베테랑 미들 블로커 양효진의 마지막 투혼도 예사롭지 않을 전망이다. 실바는 "현대건설은 수비력이 좋고, 나에 대해서 라인 잡아놓고 나머지는 수비로 하는 전략"이라면서 "양효진 언니도 엄청나게 블로킹 잡으려고 달려들 것"이라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결국 실바의 체력과 통증 부담을 덜어주고, 상대 블로킹을 분산시키기 위해서는 레이나 등 동료들의 지원 사격이 필수적이다. 물론 세터 안혜진은 "승부처에서는 실바에게 집중해주겠다"고 했지만 긴장감이 덜한 상황에서는 공격 분담이 이뤄져야 GS칼텍스에게 승산이 있다.
이 감독은 실바에 대해 "너무나 소중한 무기"라고 했다. 다만 그 무기가 과부하로 망가지지 않으려면 슬기로운 '실바 사용 설명서'가 마련돼야 한다. 5년 만에 찾아온 GS칼텍스의 봄 배구에 걸린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