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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사건 10년 '불안한 일상' 여전…젠더폭력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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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시사매거진 제주> FM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 (17:00~17:30)
■ 방송일시 : 2026년 5월 18일(월) 오후 5시
■ 진행자 : 류도성 아나운서
■ 대담자 : 젠더플러스연구소 강경숙 대표

<시사매거진 제주 – 아이엠 오피니언>
법은 말들어졌지만 사각지대는 여전…제주 안전체감도 하위권
'평화의 섬' 제주의 그늘… 강력범죄 피해자 89.2%가 여성
"가해자로부터의 격리가 최우선"…'원스톱 온라인 플랫폼' 시급
남성·성소수자도 피해자이자 조력자…'구조적 성차별' 해소해야

젠더플러스연구소 강경숙 대표젠더플러스연구소 강경숙 대표
◇류도성> 오늘은 어떤 얘기를 나눠볼까요?
 
◆강경숙> 지난 5월 17일 '강남역 살인사건' 10주기를 맞아, 여성혐오범죄 예방을 촉구하는 행사가 열렸는데요. 오늘은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우리 사회의 여성혐오범죄와 젠더폭력 관련 실태 그리고 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 어떠한 변화가 있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류도성> 벌써 10년이 흘렀군요. 당시, '강남역 살인사건'으로 전국이 떠들썩했었는데요. 어떤 사건이었나요?
 
◆강경숙> 강남역 살인사건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16년 5월 17일 새벽, 서울 강남역 인근 화장실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입니다. 가해자인 30대 남성 김 모 씨가 일면식 없는 20대 여성을 흉기로 살해한 사건인데요. 가해자는 '평소 여성들에게 무시당했다'라는 이유로 살인을 저질렀다고 범행 동기를 밝혀, 많은 여성들의 분노와 두려움을 일으켰습니다. 
 
언론을 통해 제주도민들도 이 사건을 접하셨을 텐데요. 이처럼 피해자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살해당했다는 점 때문에 여성혐오범죄 논란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었고, 당시 강남역 10번 출구를 중심으로 시민들의 포스트잇 추모 물결이 일어날 정도로 전국적인 관심과 우려가 컸던 사건입니다. 
 
◇류도성> 이 사건을 계기로 '여성혐오범죄'라는 용어가 이슈가 되었던 것 같은데요. 이후 이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은 어떻게 마련되었습니까?
 
◆강경숙> 이전에도 여성폭력 방지와 관련된 법과 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성폭력과 가정폭력, 성매매 등 분절적이고 단편적으로 시행되었기 때문에, 여성폭력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대책 마련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에 강남역 살인사건을 계기로 여성 대상 범죄 예방 및 처벌 강화와 공공장소의 안전 강화 등에 관한 법령이 제정되거나 개정되었는데요. 
 
대표적으로 지난 2018년, 여성에 대한 차별과 혐오로 인한 범죄를 방지하기 위한 「여성폭력방지기본법」 이 제정되면서, 여성에 대한 폭력 방지와 피해자 보호 및 지원에 관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여성폭력방지정책의 종합적·체계적 추진을 위한 기본적 사항을 규정하였습니다. 
 
이러한 여성폭력방지법의 제정은 여성폭력의 정의를 법으로 규정하고 여성폭력 예방을 위한 계획 수립 및 지원책의 체계적 마련 등 종합적인 정책 추진 구조와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는데요. 
 
이에 따르면, '여성폭력'이란 '성별에 기반한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신체적·정신적 안녕과 안전할 수 있는 권리 등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관계 법률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성희롱, 지속적 괴롭힘 행위와 그밖에 친밀한 관계에 의한 폭력,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폭력 등을 말합니다. 
 
◇류도성> 그럼에도 여성에 대한 범죄가 끊이지 않고 반복되고 있지 않습니까? 여성폭력 관련 법과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만, 여전히 한계가 많다고요? 
 
◆강경숙> 바로 며칠 전에도 광주의 한 길거리에서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 일면식 없는 20대 남성에게 살해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는데요. 가해자는 '사는 게 재미가 없어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미 이틀 전에 스토킹 가해자로 신고를 당한 상태였습니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강남역 살인사건을 떠올리면서, 여성혐오범죄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데요. 
 
그러나 우리 사회의 여성혐오범죄에 대한 개념 정의나 실태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건이 발생하면 단순히 가해자의 정신질환이 의심되거나, 불특정 다수를 향해 벌이는 '이상 동기 범죄'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한 것이 사실인데요. 여성이 피해자라고 무조건 여성혐오범죄로 판단해서는 안 되지만, 여성혐오가 발생하는 맥락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이를 통해 여성을 겨냥한 폭력에 대한 인식 제고와 제도 개선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앞서 여성폭력방지법이 제정되었지만, 여전히 법에 의한 지원 대상이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성희롱 등으로 협소하게 정의되어 있다는 문제가 있는데요. 예를 들어, 경남 진주시의 편의점에서 발생한 '숏컷여성 폭행사건'을 살펴보면, 이 사건은 가해 남성이 "페미니스트는 좀 맞아야 한다"라는 이유로 여성을 무차별로 공격했지만, 피해자가 여성폭력 피해자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국선변호인의 지원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여성혐오범죄와 피해자 지원 공백이 되풀이되는 원인으로 여성혐오 실태 파악의 부재를 꼽고 있는데요. 구체적인 현실에 기반하여 여성혐오범죄 개념을 재정의하고 이에 대한 실태 파악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류도성> 제주도는 '평화의 섬'이지만, 여성폭력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제주 지역의 여성폭력 실태는 어떻습니까? 
 
◆강경숙> 제주 지역 또한 여성이 안전한 섬이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과거 올레길 살인사건이나 최근 아라동에서 발생한 교제 살인사건 그리고 길거리에서 벌어진 10대 남성에 의한 20대 여성 피습사건 등 관광지나 집, 길거리 등 안전해야 할 공간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제주도의 지역 성평등 지수는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에 반해 안전 영역은 지속적으로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데요. 2022년 기준, 제주 지역의 강력범죄 피해자 중 여성 비율은 89.2%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며 5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요. 2024년 기준, 제주 여성의 50.1%가 '범죄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라고 느끼고 있어, 남성 38.2% 보다 불안감을 더 크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류도성> 이러한 결과는 관광지라는 특성도 반영하는 것 같은데요. 제주 지역의 여성 안전과 실질적 범죄 예방을 위해 어떠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까요? 
 
◆강경숙> 2025년 제주여성가족연구원에서 실시한 '제주 지역 젠더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젠더폭력 피해자들이 가장 필요한 정책은 '가해자로부터의 보호'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피해자들이 경찰이나 전문기관에 도움을 요청하는 비율이 낮게 나타났는데요. 연구진과 전문가들은 초기 상담부터 심리 치료, 법률 지원, 주거 지원 등 하나의 창구에서 해결할 수 있는 '원스톱 통합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 구축 지원' 과제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현재 제주도에는 여성폭력 관련 상담소와 1366 등 오프라인 통합지원체계가 있지만, 이와 더불어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 구축을 통해 피해자들의 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것인데요. 또한 이외에도 '젠더폭력 예방 교육 및 인식 개선 프로그램 확대', '청소년 대상 성폭력 실태조사' 등의 개선 과제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지난 4월, 제주 지역에서도 강남 살인사건 10주기를 맞아 여성폭력 해결을 위한 캠페인이 개최되었는데요. 
 
이 자리에서 제주 여성들은 마을이나 직장, 가족 등 일상의 공간에서 공포를 느끼게 만드는 여성폭력의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구조적 성차별을 해소하고 성평등 사회를 실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처럼 지역의 젠더폭력 피해자와 여성들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국가 차원뿐 아니라 제주도정의 정책 지원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겠습니다. 
 
◇류도성> 여성폭력방지법이 여성은 피해자, 남성은 가해자 구도를 강화한다는 우려도 있는데요. 마지막으로 이러한 우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강경숙> 앞의 법적 개념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여성폭력이란 '성별에 기반한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여성폭력은 여성 개인이 아닌 우리 사회의 구조적 성차별의 문제입니다. 그럼에도 현재 법과 제도에 따르면 여성만을 피해자로 한정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인데요.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현재 여성폭력 정의에 남성을 포함한 개정안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남성과 성소수자도 젠더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광주 10대 여성 살해 사건에서도 이를 도운 10대 남학생이 있었고, 진주 편의점 여성폭력 사건에서도 이를 도운 중년 남성의 도움이 있었습니다. 이처럼 남성은 젠더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 있으며 피해자를 돕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여성혐오범죄'를 개념화한다고 하여 여성은 피해자, 남성은 가해자라는 이분법적 도식을 강화하는 것은 아니며, 이는 우리 사회의 '여성혐오 범죄'가 발생하는 맥락에 대해 이해를 높이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여성폭력 및 젠더폭력이 구조적 성차별에 기인한 폭력이라는 인식과 '성평등 해야 안전하다'라는 성평등 인식 확산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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