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당 최한별입니다.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이른 더위가 아침부터 기승을 부리던 지난 26일 오전 7시, 전주시 송천동의 초포초등학교 사거리엔 출근길 차량의 소음 속에서도 그의 목소리는 우렁차게 허공을 갈랐다.
지나는 차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허리를 90도로 굽히는 이 사람,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 이어 다시 한번 시의원(전주시 카선거구)에 출마표를 던진 진보당 최한별 후보다.
CBS노컷뉴스는 이날 하얀색 셔츠에 하늘색 조끼를 입고 운동화 끈을 단단히 동여맨 최 후보의 선거 유세 일정에 동행해 민심을 마주했다.
26일 오전 7시 전주시 송천동 초포초등학교 사거리에서 출근길 인사를 하고 있는 최한별 후보. 심동훈 기자"그래도 민주당" 쉽지 않은 '텃밭'의 벽
"열심히 발로 뛰며 일하겠습니다. 이번에 3명 뽑는데, 더불어민주당 2명 주시고 한 명은 진보당 뽑아주세요." 아침 유세를 마친 오전 10시, 최 후보의 발걸음은 송천동 농수산도매시장으로 향했다. 생업의 열기가 넘치는 곳이지만, 소수 정당인 진보당 후보에게 돌아오는 시선은 마냥 따뜻하지만은 않았다.
'민주당 강세'라는 전북의 굳건한 정치 지형 속에서 소수 정당이 겪는 부침은 현장에서 더욱 뼈저리게 다가왔다.
"발로 뛰면서 경청하는 정치 보여드리겠습니다" 인사를 건네며 내민 명함은 멋쩍게 거둬지기 일쑤였고, 명함을 받더라도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주머니에 넣어버리거나 후보가 다가오자 이어폰을 끼고 지나는 상인들이 많았다.
26일 전주시 송천동 농수산도매시장에서 상인에게 인사하는 최한별 진보당 후보. 심동훈 기자시장 한편에서 묵묵히 쪽파를 다듬던 한 어머니 곁에 다가가 몸을 낮췄지만, "진보당에 힘 좀 실어주실거죠?"란 질문에 돌아온 대답은 지역의 냉혹한 현실을 그대로 대변했다.
"우리들은 하던 사람이 하면 좋지."
"잘 할랑가는 몰라도 우리는 저기(민주당)여."
겸연쩍은 미소를 지으며 돌아선 최 후보에게 "명함도 받지 않고 돌아서거나 현실적으로 냉담한 반응을 받으면 서운하지 않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것은 "익숙해 가지구요 내성이 생겼나봐요"라는 씁쓸한 대답이었다.
"낮밤 없이 열심" 발바닥 닳듯 뛴 결과…시민들은 알고 있다
26일 전주시 송천동 농수산도매시장에서 만난 서효순(78)씨가 지난1월 초 최한별 후보와 찍은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심동훈 기자하지만 아침저녁으로 골목을 누비며 흘린 땀은 결코 배신하지 않았다. 철옹성 같던 벽에도 조금씩 금이 가고 있었다.
"우리 저번에 사진도 같이 찍었잖아"며 휴대전화 갤러리를 한참 뒤적이던 서효순(78)씨는 지난 1월 최 후보가 상인 인사에 나섰을 때 함께 찍은 사진을 자랑스레 꺼내 보이며 최 후보를 부둥켜안았다. 냉랭했던 시장 골목 한가운데서 피어난 따뜻한 응원이었다.
서 씨는 "예쁘고 젊은 사람이 너무 열심히 하잖아. 이제는 나이 먹은 사람보다 젊은 사람들이 정치를 해야 모든 사회가 잘 돌아가"라며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최한별 뽑아줘야지"라고 말했다.
26일 오후 송천동 상가에서 만난 변영례(80대)씨가 최한별 후보를 보고 반갑게 포옹하고 있다. 심동훈 기자오후 2시쯤, 송천동 상가를 돌며 인사를 이어가던 중, 멀리서 최 후보를 먼저 알아본 변영례(80대)씨도 환한 웃음으로 다가와 최 후보의 두 손을 덥석 잡았다. 변씨는 "아침저녁으로 한 두 번 본 게 아니다"며 "이렇게 열심히 뛰니 내 딸 같이 예쁘다"고 말했다.
노상준(75)씨도 "길거리에서 몇 번 만났는데 오늘 또 만나니 이렇게 반갑네"라며 "시의원도 TV 토론을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최한별 후보를 알고 응원해줄텐데 토론이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냉랭하거나 뜨겁거나,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시민들의 반응에 최한별 후보는 "지난 2022년 처음 출마했을 때와는 다른 분위기다"며 말한다.
그는 "지난 선거에서 이름을 알린 것도 있고 그동안 꾸준히 지역 활동을 해왔던 게 빛을 발하는 것 같다"며 곁을 지나는 유권자를 행여 놓칠세라 달려갔다.
끝없는 강행군, 그럼에도 웃을 수 있는 이유
선거운동은 그야말로 체력전이다. 식당, 미용실, 세탁소… 끝없이 이어지는 상가의 문을 열고 닫으며 하루에도 수만번 고개를 숙이고 수천명의 시민의 손을 맞잡고 간절함을 전해야 한다.
눈 밑 다크서클이 턱까지 내려오고 다리가 천근만근 무거워질 법도 한 저녁 유세 시간, 최 후보의 손을 꼭 잡은 유권자의 "이렇게 열심히 하는 사람 처음봤어"란 말과 호탕한 웃음에 최한별 후보는 "너무 감사합니다. 발로 뛰는 정치하겠습니다"고 화답했다.
26일 저녁 송천동 상가 인사를 돌던 중 최한별 후보를 응원하는 시민과 최 후보가 함께 웃고 있다. 심동훈 기자최한별 후보의 지역구인 송천1·3동은 오랫동안 민주당 계열 정당이 독차지해왔던 곳이다. 최 후보의 지역구 뿐 아니라, 진보당 소속으로 출마한 광역·기초의원 후보들이 '민주당 텃밭'이라는 거대한 벽을 마주하고 있다.
"거대 정당 독식 속에서 시민들은 정치를 체감하지 못했다"며 출마 의사를 밝힌 최한별 후보는 "전주시의회에 다른 목소리를 불어넣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시의회에 견제의 목소리가 나타난다면 시민들이 정치에 거는 기대가 더욱 커지지 않을까 생각하고, 그게 점차 많아진다면 그 영향력은 더욱 클 것이다"고 말했다.
26일 저녁 명함을 돌고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먹자골목을 돌아다니는 최한별 후보. 최 후보는 이날 밤 9시가 넘는 시각까지 시민들을 만났다. 심동훈 기자'기득권 타파'라는 험난한 길을 걷는 최한별을 두고 지인들은 '시의원의 적임자'라며 입을 모은다. 황선호 민주노총 법률자문 노무사는 "그가 가진 노동자와 서민을 향한 진정성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다"고 평가했고, 대학생활부터 함께한 15년지기 정도영 씨 역시 "항상 변함없이 우직하게 곁을 지키는 사람"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어느덧 해가 지고 상점들의 간판 불빛이 하나둘 켜지는 시간. 추적추적 비가 내리기 시작했지만, 오늘도 몇천 번의 인사를 건넸을 최한별 후보의 발걸음은 또다른 골목을 향하고 있었다.
"힘내라"며 건네는 상인의 뻥튀기 한 봉지와 "진보당 응원할게요"라는 무심한 듯 다정한 한 마디가, '텃밭'이라는 견고한 벽을 뚫고 나아가는 그에게 가장 큰 무기가 되고 있었다.
26일 저녁 상가방문 중 상인이 "힘내라"며 준 뻥튀기 봉지를 들고 웃는 최한별 진보당 전주시의원(전주시카) 후보. 심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