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사진공동취재단12·3 비상계엄 선포를 앞두고, 윤석열 전 대통령은 정말 '국무회의'를 열 생각이었을까요.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한 전 총리가 '합법적 외관을 갖추기 위해 국무회의를 소집하자'고 건의했는지" 묻는 특검 측 질의에
"국무위원들이 외관을 갖추려고 온 인형도 아니고, 너무 의사가 반영된 질문 아니냐"라고 맞받아쳤습니다.
이에 내란특검은 윤 전 대통령을 위증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한 전 총리의 건의 이후에야 국무회의 형식을 갖추려 했으면서,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었던 것처럼 법정에서 진술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위증 혐의를 심리한 1심 재판부는 그 발언이 위증죄의 대상인 '사실 진술'이 아니라 '주관적 평가'에 불과하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앞서 국무회의의 절차상 문제 등을 지적하며 내란 혐의를 인정한 판결들과 배치되는 판단인데요. 적자를 흑자로 둔갑시키는 분식회계처럼, 재판부가 논란이 된 그 진술에 합법의 외피를 씌워준 건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늘의 법정B컷은 판결문을 통해 그 논리를 따져봤습니다.
1심 법원 "의견 내지 주관적 평가에 불과"
윤 전 대통령이 받은 혐의는 위증입니다. 위증죄는 증인이 '기억에 반하는' 허위 진술을 해야 성립합니다.
내란특검은 비상계엄 선포 당일 한 전 총리의 건의 이후에야 추가 국무위원 소집이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처음부터 국무회의 개최를 계획한 것이 아니라 뒤늦게 형식을 갖추려 했는데도 법정에서는 정반대로 증언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처음부터 국무회의를 소집할 생각이었다"는 발언을 객관적으로 참·거짓을 가릴 수 있는 사실 진술이 아니라 윤 전 대통령 자신의 인식과 평가를 설명한 진술로 봤습니다.
윤 전 대통령이 실제로 '적법한 국무회의'를 개최하려 했는지 여부와는 별개로, 적어도 국무위원들을 추가로 소집하고 국무회의 절차를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은 거짓말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겁니다.
|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류경진 부장판사) 윤석열 위증 혐의 1심 판결문 |
윤석열이 2024년 12월 3일 당일 1차로 회동 참석자를 소환하고, 2차로 국무위원들 추가로 소집할 계획이 있었다면 1·2차로 소집된 국무회의가 실제로 국무회의 형식적 실질적 요건을 갖췄다고 볼수 있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처음부터 국무회의를 소집할 생각이었다는 피고인의 진술은 1·2차로 나눠 소집한 국무위원들의 모임이 국무회의로서 법률적 효력을 갖는지에 대한 피고인의 의견 내지 주관적 평가에 관한 진술에 불과해 위증죄의 대상이 되지 않으므로 이는 사실관계에 관한 기억에 반하는 진술이라고 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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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더 나아가 윤 전 대통령이 한 전 총리의 건의 전부터 추가로 국무위원들을 부를 계획이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뒤늦게 온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에게 교부할 문건이 이미 준비됐던 점, 한 전 총리 건의 후에 '빨리 도착할 수 있는 4명'이 아닌 6명을 특정해 연락시킨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 ▶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류경진 부장판사) 윤석열 위증 혐의 1심 판결문 |
(…)그러나 한덕수의 진술처럼 한덕수가 이 사건 집무실 회동에서 피고인에게 국무회의 개최를 건의했다고 하더라도 ㄱ. 앞서 본바와 같이 이 사건 집무실 회동에 참석하지 아니한 최상목에 대한 계엄 관련 문건이 미리 준비돼 있었던 점, ㄴ. 피고인은 이 사건 집무실 회동을 마치자마자 A에게 추가로 최상목 등 국무위원 6명을 특정해 소집을 지시한 점(당시 피고인은 A에게 대통령실에 와 있지 않은 나머지 국무위원 중 빨리 도착할 수 있는 국무위원을 4명 이상 소집할 것을 지시한 것이 아니라 연락할 국무위원 6명의 명단을 특정해 소집을 지시했다) (…) 등에 비춰보면, 피고인이 처음에는 이 사건 집무실 회동 후 추가로 국무위원을 소집할 계획이 없었다가 피고인의 건의로 인해 추가로 국무위원을 불렀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오히려 피고인은 이 사건 집무실 회동 후 최상목을 포함한 국무위원들을 2차로 소집할 계획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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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윤 전 대통령에게 계엄선포문을 국무회의 안건으로 올려야 한다고 보고한 점도 국무회의를 하려했다는 판단의 근거로 사용됐습니다.
▶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류경진 부장판사) 윤석열 위증 혐의 1심 판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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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은 이 사건 공소제기가 이뤄지기 전 별건 수사단계에서 "피고인이 제게 만약 계엄을 하게 되면 필요한 게 무엇인지 물어보셔서 제가 3가지를 말씀드렸다. 첫 번째로 계엄 선포문이 있어야 하고, 이를 국무회의 안건으로 올려야 한다고 말씀드렸고, 두 번째로 대통령의 담화문, 세 번째로 포고령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피고인이 그걸 준비할 수 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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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한덕수 건의 이후 소집' 인정한 재판부들
그러나 같은 12월 3일 밤을 다룬 다른 재판부들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특히 한 전 총리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사건 항소심 재판부는 한 전 총리가 대통령 집무실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국무회의 개최를 건의했다고 인정했습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정례 국무회의처럼 정식으로 할 필요는 없다"는 취지로 말했지만, 한 전 총리가 계속 필요성을 제기했고 이후 추가 국무위원 소집이 이뤄졌다고 판단했습니다.
▶ 서울고등법원, 한덕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2심 판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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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피고인은 (…) 처음에는 대통령 집무실에서 윤석열에게 비상계엄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으나 윤석열이 비상계엄 선포 의사를 굽히지 않자, '과거 비상계엄이 선포됐을 당시 국무회의 심의가 있었던 사실'을 떠올려 윤석열에게 국무회의를 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 피고인이 대통령 집무실에서 윤석열에게 국무회의를 건의했을 당시 윤석열이 피고인에게 정례 국무회의처럼 정식으로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던 점, 윤석열이 피고인이 최초 대통령 집무실에 들어갔다가 나온 직후인 21:11 B를 불러 6명의 국무위원들을 추가로 소집하라고 하면서 '빨리 연락을 해서 의사정족수를 갖출수 있게 해보라'고 했던 점, 이에 따라 B와 C가 21:14부터 국무위원들에게 대통령실로 오라는 전화를 했다는 점, 김용현이 대통령 집무실에서 윤석열의 지시를 지켜본후 21:13경 대접견실로 나와 피고인에게 손가락 4개를 펴보였고 21:15경 대접견실로 나와 피고인과 대화를 하면서 재차 손가락 4개를 펴 보였는바 (…) 피고인은 대통령 집무실에 최초로 들어갔을 때부터 윤석열에게 의사정족수를 갖춘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하고 윤석열과 그 의사정족수 요건을 갖추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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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한 전 총리의 건의를 받은 직후 의사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추가 국무위원 소집을 지시한 점, 김 전 장관이 한 전 총리에게 추가로 필요한 국무위원 수를 손가락으로 표시한 점 등을 종합해 의사정족수를 갖춘 국무회의 개최가 한 전 총리의 건의를 계기로 결정됐다고 봤습니다.
실제로 한 전 총리는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일관되게 "비상계엄을 선포하려면 국무회의를 거쳐야 한다고 윤 전 대통령에게 건의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윤 전 대통령이 처음에는 정식 국무회의 필요성에 소극적 태도를 보였지만 한 전 총리의 건의 이후 추가 국무위원 소집이 이뤄졌다는 취지입니다.
▶한덕수 전 총리의 경찰 제2회 피의자 신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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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 제가 국무회의를 건의한 것은 집무실에 도착하자마자 국무위원들이 모여있을 당시였습니다. 경찰 : 다시 집무실에 들어갔을 때에도 윤석열에 국무회의를 건의했나요? 한덕수 : 그렇습니다. 그렇게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윤석열에게 처음 국무회의를 건의했을 때, 윤석열이 "그렇게 해 보시죠"라고 했습니다. 다시 집무실에 들어가 윤석열에게 국무회의를 건의했을 때도 비슷한 내용으로 "좀 기다려보시죠"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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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전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사건 1심 재판부도 비상계엄 선포 당시 윤 전 대통령의 국무회의 소집통지 절차가 적법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일부 측근 국무위원들만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대통령실로 불러냈고, 한 전 총리가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하고 나서야 나머지 국무위원들을, 그것도 역시 무작정 소환했다는 겁니다.
| ▶서울중앙지법, 윤석열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판결문 |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무회의 소집통지 절차가 적법했다고 보기 어렵다. ① 피고인 윤석열은 2024. 12. 3. 저녁 무렵 피고인 김용현과 삼청동 안가에서 피고인 조지호, 피고인 김봉식을 만난 후 국무총리 한덕수, 법무부장관 박성재, 행정안전부 장관 이상민, 통일부장관 김영호, 외교부장관 조태열과 국무위원이 아닌 국정원장 조태용을 대통령실로 소집했다. 한덕수는 같은 날 20:45경 피고인 윤석열로부터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듣고, '경제가 아주 어려워진다. 대외신인도 하락이 우려된다.'라는 취지로 말하였으며, 피고인 윤석열에게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하였다. 이에 피고인 윤석열은 나머지 국무위원 중 6인(기획재정부장관 최상목,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송미령, 보건복지부 장관 조규홍, 중소벤처기업부장관 오영주, 국토교통부장관 박상우,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안덕근)에게만 대통령실 수행실장 김정환과 대통령실 부속실장 강의구를 통하여 전화 연락의 방식으로 대통령실로 올 것을 지시하였고, 국무위원 7인(교육부장관 이주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유상임, 국가보훈부장관 강정애,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 환경부장관 김완섭, 고용노동부장관 김문수, 해양수산부장관 강도형)에게는 위와 같은 연락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② 모든 국무위원은 국무회의의 구성원으로서 국정을 심의할 권한과 책임이 인정되는데(헌법 제87조 제2항), 피고인 윤석열은 일부 국무위원들에게만 연락을 하였고, 나머지 국무위원들은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으므로, 이러한 국무회의 소집 통지는 적법하다고 볼 수 없다. ③ 국무위원들에 대한 소집통지를 할 경우에 최소한 국무회의가 개최된다는 점에 대한 고지는 있어야 할 것이나, 피고인 윤석열은 국무위원들에게 대통령실로 들어오라는 취지로 지시하였을 뿐 연락을 받은 국무위원들이 국무회의가 개최된다는 사실을 통지 받은 적도 없다. 이러한 점에서도 국무회의 소집 통지가 적법하다고 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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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점은 위증 혐의 1심 재판부 역시 한 전 총리의 국무회의 건의 사실이나 이후 추가 국무위원 소집이 이뤄졌다는 점 자체는 부정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다만 재판부는 "처음부터 국무회의를 소집할 생각이었다"는 발언을 주관적 평가로 분류함으로써 위증죄 성립을 부정했습니다.
그러나 이 발언에 대한 위증 여부 판단이 중요한 건, 그것이 단순한 기억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처음부터 국무회의를 하려 했다"는 주장은 곧 "계엄은 처음부터 합법적 절차를 밟았다"는 주장입니다. 윤 전 대통령 측이 줄곧 내세운 '합법적 계엄'에 힘을 싣는 발언입니다. 재판부가 그 맥락을 걷어내고 '주관적 생각이 있었을 수 있으니 거짓말은 아니다'라고 본 건 타당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결국 위증 혐의 재판부가 '주관적 평가'라며 무죄를 선고한 순간, 내란의 밤을 합법으로 가장하려는 시도는 한 걸음 더 나아간 셈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