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색
  • 댓글 0

실시간 랭킹 뉴스

'친목모임'이라던 12·4 삼청동 안가회동의 전말[법정B컷]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편집자 주

수사보다는 재판을, 법률가들의 자극적인 한 마디 보다 법정 안의 공기를 읽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드립니다. '법정B컷'은 매일 쏟아지는 'A컷' 기사에 다 담지 못한 법정의 장면을 생생히 전달하는 공간입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중요한 재판, 모두가 주목하지만 누구도 포착하지 못한 재판의 하이라이트들을 충실히 보도하겠습니다

연합뉴스연합뉴스
▶2024.12.6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장경태 의원 "4일 날 그러면 행안부장관하고 대통령 안가 가셔서 무슨 얘기 하셨습니까? 누구누구 오셨어요?"
박성재 장관 "그것은 사실은 그날 저희들이 다 사의를 표명한 날이었습니다. 평소에 국무회의에서 자주 보고 하지만 자리를 못 해서 해가 가기 전에 한번 보자 이런…."
장경태 의원 "친목 모임을 하신 거예요?"

박성재 장관 "사의를 다 표했으니까 다시 자리를 만들기가 어려울 거다, 다 다른 약속은 취소됐으니까…."
이성윤 의원 "송년회 해요?"
박성재 장관 "송년회 아닙니다."
 
12·3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로 온 국민이 뜬눈으로 밤을 지새고 맞은 다음 날. 2024년 12월 4일 저녁 삼청동 대통령 안전가옥에서 법무부 장관(박성재)과 행정안전부 장관(이상민), 민정수석비서관(김주현), 법제처장(이완규)이 만났습니다. 모두 전날 밤부터 하루 종일 정신없이 분주했을 텐데 "해가 가기 전에 한 번 보자"는 한가로운 자리였다고 했습니다. 이상민 전 장관은 "신세 한탄만 하고 도시락을 먹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펼쳐질 수사와 재판에 대비해 입을 맞춘 자리였을 것으로 강하게 의심됐지만, 4명 중 누군가 입을 열지 않는 이상 밀실에서 오간 논의를 당시엔 알 수 없었습니다. 법사위에서 진실공방이 길어지자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왜 만났는지 다 밝혀지겠지요. 세상에 비밀이 없습니다"라고 다음을 기약했습니다.
 
그로부터 1년 7개월이 흐른 2026년 6월 22일. 박 전 장관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삼청동 안가회동의 실체를 소상히 밝혔습니다. 비상계엄 유지에 실패한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범죄 혐의 수사에 대응방안을 마련할 것을 지시해 이들 4명이 모인 자리라는 겁니다.
 
12월 3일 윤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비화폰 통화 등 타임라인은 그간 법정B컷에서도 여러 번 소개해드렸는데요. 오늘은 계엄 다음 날, 범죄 흔적을 지우려는 이들의 숨가쁜 행적을 살펴보겠습니다.(이하 직함 생략)
 

"안가회동은 윤석열 지시…내란수사 대비 목적"

▶2026.6.22. 박성재 1심 판결문 속 2024.12.4 주요 인물 연락 일지
09:45 이완규 법제처장 → 김주현 민정수석 통화 (7분 41초)
11:18 윤석열 대통령 → 김주현 민정수석 통화 (5분 56초)
13:06 이상민 장관 → 윤석열 대통령 통화 (4분 3초)
13:35 이상민 장관 → 대통령비서실 부속실 선임행정관 통화 (30초)
13:36 대통령비서실 부속실 선임행정관 → 이상민 장관 통화 (22초)
13:37 이상민 장관 → 이완규 법제처장 통화 (2분 48초) *안가회동 제안 연락
13:45 윤석열 대통령 → 이상민 장관 통화 (3분 10초)
13:50 이상민 장관 → 박성재 장관 통화 (58초) *안가회동 제안 연락
14:00 당·정·대 회의 시작
14:03 김주현 민정수석 → 이상민 장관 문자메시지 발송
14:43 야권 6개당, 윤석열 탄핵소추안 제출
15:30 당·정·대 회의 마침

15:28 박성재 장관 → 법무부 검찰국 검찰과장 통화 (6분 31초)
15:41 박성재 장관 → 심우정 검찰총장 텔레그램 통화
15:56 박성재 장관 → 법무부 형사기획과장 통화 (55초)
 
*파란색 글씨는 흐름 이해를 위해 기자가 삽입

이상민은 '전날 비상계엄 선포 후 이완규에게서 연락이 왔는데 받지 못해 4일에 통화하면서 저녁식사를 제안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이상민이 4일 이완규에게 처음 전화한 건 오후 1시37분. 윤석열과 그를 수행하는 선임행정관과 몇 차례 통화한 이후였습니다.
 
또 이상민과 박성재는 4일 오전 여러 차례 문자메시지와 전화통화를 주고받았고, 오전 11시 20분경에는 함께 국무위원 간담회에 참석했습니다. 사퇴하는 마당에 아쉬움이 남아 저녁자리를 제안하려 했다면 이때도 기회가 있었을 텐데, 윤석열과 전화한 후에야 안가회동이 추진된 겁니다. 즉, 제안자는 이상민이나 장소를 예약한 김주현이 아니라 윤석열이라는 게 재판부의 시각입니다.
 

당·정·대 회의서 구체화…박성재, 계엄 두둔논리 작성 지시

같은 날 오후 2시부터 3시30분까지 진행된 이른바 당·정·대 회의에는 국민의힘(한동훈·추경호·김기현·나경원), 정부(한덕수·박성재 등), 대통령실(정진석·김주현·신원식·홍철호) 인사들이 참여했습니다. 당시 야권 6개당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황에서 당·정·대는 '윤석열의 하야, 탄핵 등 임기 중단은 안된다', '국민에게 사과할 것은 하고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밖에 없었던 사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대통령실 내부적으로 논리를 구성해 오늘 자정까지 윤석열에게 보고하겠다'고 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이튿날(5일) 윤석열은 재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할 계획이었습니다.
 
박성재는 당·정·대 회의를 마칠 무렵인 오후 3시 28분 법무부 검찰과장에게 전화해 "입법권 남용, 탄핵소추권 남용, 예산심의권 남용"이라고 목차를 불러주면서 문건을 작성하도록 지시했습니다. 법무부 청사로 복귀한 후엔 공공형사과장으로부터 내란죄 구성요건 등에 관한 검토 문건을 보고받았고, 안가회동에 가기 위해 퇴청할 무렵인 오후 5시49분에는 검찰과장으로부터 앞서 지시했던 문건을 보고받은 후 텔레그램으로 '권한남용_관련수정.pdf' 파일을 전송받았습니다.
 
파일을 확인한 박성재는 "'예산심의권 남용' 목차에서 '검찰의 본질적 기능인 국민 보호를 위한 필수적인 수사경비 전액 삭감' 부분을 삭제하라"고 족집게 수정 지시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대외 불확실성으로 엄중한 상황', '글로벌 산업 경쟁 심화', '마약범죄, 딥페이크 등 민생침해 범죄 대응에도 큰 차질을 초래할 것이 우려된다'는 등의 내용을 추가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또 "수정할 수 있도록 한글 파일로 보내달라"고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이같은 요구사항이 반영된 '권한남용_관련.hwp파일을 텔레그램으로 받은 후 박성재는 안가회동에 참석했습니다. 비슷한 시각 이상민은 '비상계엄은 대통령의 통치행위'라는 내용이 포함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대비 자료를 보고받고 이를 빨간색 문서철에 넣어 소지한 채 삼청동 안가회동으로 향했습니다.
 
재판부는 "대통령실 논리구성 실무는 김주현과 한정화 법률비서관이 담당했고, 이들이 참석한 안가회동에서 그런 논의가 이뤄졌다고 봄이 합리적"이라고 밝혔습니다. 당초 안가회동 참석자는 4명뿐으로 알려졌지만, 추후 한정화의 참석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 2026.6.22. 박성재 1심 판결 재판부 설명자료
김주현은 이 사건 안가모임을 마친 직후 홍철호에게 전화하여 통화하였고, 이후 윤석열은 그다음 날로 계획한 대국민 담화 일정을 당일 23:00경으로 앞당겼다가 계획을 철회한 뒤 김주현에게 전화하여 통화 하였음. 여기에 홍철호가 한동훈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을 더하여 보면, 김주현이 이 사건 안가모임에서 논의된 내용을 홍철호를 통해 윤석열에게 보고하였고, 윤석열이 그 논의 내용에 따라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기 위해 일정을 앞당겼다가, 홍철호 등으로부터 내용 보강 및 담화 시점에 관한 의견을 받고 계획을 철회한 뒤 그 사유 등을 김주현에게 알려준 것으로 봄이 합리적임.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박성재가 검찰과장에게 작성을 지시한 문건이 수정 가능한 파일 형태로 한정화, 김주현을 거쳐 윤석열에게 보고되었고, 윤석열이 2024. 12. 8. 그 내용과 관련하여 한정화에게 전화한 것으로 봄이 합리적임. 

결국 윤석열의 지시와 더불어 당·정·대 회의에서 '탄핵은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모여 계엄 정당화 대응논리 작업에 나섰고, 박성재는 이를 자신의 하급자를 시켜 하게 한 겁니다.
 
박성재는 특검 조사에서 "국회의원들이 당·정·대 회의에서 '계엄을 잘 설명해야 한다'고 말해서 검찰과장에게 '탄핵, 법률안 재의, 법무부 예산에 대한 문제를 정리해 달라'고 말한 것"이라는 취지로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박성재가 해당 문건 작성을 지시하면서 평소와 달리 그 사용목적을 밝히지 않았고, 이에 검찰과장과 해당 과의 검사가 장관이 국회 등 말씀자료 작성을 지시했다고 생각해 초안을 작성한 정황을 눈여겨봤습니다. 실제로 해당 검사는 최초 문건 파일 제목을 검찰국 소관 사무인 '서울중앙지방검찰청검사장 탄핵소추' 관련으로 쓰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박성재가 첨부를 지시한 별첨 파일들은 대부분 법무부 소관 법률안이나 국회 법사위 소관 법률안이 아니라 다른 고위공직자에 대한 탄핵소추 상황이나 재의요구 현황 등을 포함하고 있었습니다.
 
앞서 살펴본대로 '권한남용_관련수정' 문건에선 오히려 법무부 소관사무와 관련있는 수사경비 전액 삭감 대목을 삭제하고 '대외 불확실' '글로벌 산업 경쟁 심화' 등 법무부와 무관한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재판부는 "박성재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일반적 직무권한을 남용해 검찰과장에게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판단했습니다.
 

한덕수보다 2년 더…박성재 '징역 25년'의 의미

윤창원 기자윤창원 기자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했던 재판부는 박성재에겐 2년 더 형량을 늘려 징역 25년을 선고했습니다. 내란특검 구형(20년)보다도 5년 많습니다.
 
12·3 내란사태 당일은 물론 그 이후로도 법무부 장관 박성재가 국민의 편이 아닌 권력의 편에 서서 적극적으로 내란 상황을 이어가려 했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입니다.
 
박성재는 2024년 12월 3일 저녁 7시 41분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용산 대통령실로 향했습니다. 가는 길에 그는 법무부 검찰국 공공형사과장에게 전화해 몇 시간 전 창원지검에서 구속기소한 정치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사건에 대해 물었고, 공공형사과장이 재차 전화해 보고를 했습니다.
 
재판부는 윤석열이 박성재를 대통령실로 부르면서 명태균 사건 사실관계 파악도 지시했을 것으로 봤습니다. 특히 명태균이 증거인멸교사가 아닌 증거은닉교사로 구속기소 됐다는 점에서 이른바 '황금폰'의 행방을 물었을 것으로 의심했습니다.
 
▶ 2026.6.22. 박성재 1심 판결문 각주6
공공형사과장은 이 법정과 특검 제2회 조사에서 "명태균이 구속기소되자 그 변호인이 '이 사건은 검찰이 아니고 특별검사가 수사해야 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하여 피고인 박성재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느냐'고 물어보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런데 명태균이 구속기소 이전부터 특검 수사를 주장해온 것으로 보이는 점, 당시 명태균이 증거인멸교사가 아닌 증거은닉교사로 구속기소되었다는 언론보도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윤석열은 이른바 '명태균 황금폰'의 행방이 궁금하여 피고인 박성재에게 그 파악을 지시하였다는 의심이 든다.

이 대목은 박성재가 계엄의 위헌·위법성을 인식할 수 있었느냐와 연관돼 중요한 대목입니다. 박성재는 대통령실에 도착한 후로도 윤석열로부터 "나라가 이래서 되겠느냐. 바로잡아야 한다"며 명태균 공천개입사건을 언급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비상계엄의 선포 목적이 헌법과 계엄법에 명시된 것과 전혀 다르다는 것을, 김용현 국방부 장관을 제외하면 어느 국무위원보다 빨리 알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박성재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헌법과 계엄법을 찬찬히 짚으며 윤석열에게 맞서거나 설득하는 건 물론이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저항방법을 찾지도 않고 그저 윤석열의 지시를 따랐습니다.
 
▶ 2026.6.22. 박성재 1심 판결 재판부 설명자료
피고인 박성재는 당시 법무부가 비상계엄 상황에서 취해야 할 조치가 무엇인지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보임. 그럼에도 피고인 박성재는 아래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이
배상업(법무부 출입국본부장)에게 출국금지팀 대기를,
신용해(법무부 교정본부장)에게 서울 구치소 등 수용 여력 확보를,
법무부 검찰과장 등에게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의 검사 등 인력 파견 요청 협조
각각 지시한 반면, 법무부 소관 소년보호 시설로서 구금시설에 해당하는 소년원 및 소년분류심사원에 대하여는 별다른 지시를 하지 않았는바, 윤석열로부터 지시받은 사항만을 그대로 이행한 것으로 봄이 합리적임.

박성재는 자신은 모르는 국가비상사태와 관련한 상황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주장도 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에게 '비상계엄 관련 구체적인 정보보고라도 있는 것이냐' 물었을 때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것을 박성재도 지켜봤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법무부 장관과 대통령이 접근할 수 있는 정보 수준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국정원장마저 모르는 정보를 대통령만 알고 계엄을 선포했다고 믿었다는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만약 계엄이 해제되지 않고 유지됐다면, 박성재 장관의 지시대로 출근한 법무부 출국금지대기팀에 의해 주요 인사들의 출국이 금지되고, 조절석방 등으로 마련된 구치소 수용공간엔 '폭도'라는 이름으로 시민들이 갇혔을 수 있습니다. 계엄합동수사본부에는 검사들이 파견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야권 정치인 등에 대한 강제수사가 즉시 진행됐을 가능성이 큽니다.
 
재판부는 "피고인 박성재는 법무부 간부회의에서 12.3 내란의 위헌·위법성에 관한 여러 의견이 제기 되었음에도 이를 끝내 묵살했다"며 "박성재가 수행한 임무는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요구안이 의결된 후에도 계속하여 이행 되었는바, 그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무엇보다 박성재·이상민·이완규·김주현·한정화의 삼청동 안가회동에서 마련된 비상계엄의 정당성과 불가피성에 대한 논리는 탄핵소추를 앞둔 윤석열이 12월 12일 대국민 담화에서 활용했고, 이후 탄핵심판에서도 무기로 삼았습니다.

재판부는 "이에 동조해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가벼이 여긴 채 자신의 정치적 입장만을 강요하는 사람들이 일으키는 사회적 갈등과 분열은 앞으로 쉽사리 봉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그 후유증을 치료하는 데 족히 25년은 걸릴 것이란 계산이 판결에 녹아든 것 아닐까요.

0

0

실시간 랭킹 뉴스

오늘의 기자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