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2천 헥타르 규모 초원에서 양 3천 마리를 돌보면 월급 8천위안(약 178만 원)을 드립니다." 중국 북부 네이멍구 초원에서 일할 양치기 2명을 뽑는 채용 공고에 700명 넘는 지원자가 몰리면서 중국의 청년 취업 문제가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네이멍구자치구 시린하오터의 한 목장주가 지난 4월 말 올린 양치기 2명 채용 공고에 700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렸다. 이번 채용에서는 농장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1980년대생 부부 2쌍이 고용됐다.
2천 헥타르 규모의 초원에서 양 3천 마리를 돌보는 일로, 월급은 8천위안(한화 약 178만 원)이다. 이는 민간 기업의 전국 도시 평균 임금인 약 6천 위안(한화 약 133만 원)보다 높은 금액이다. 부부가 함께 일하면 한 달에 1만 6천위안(한화 약 357만 원)을 받을 수 있다.
해당 광고는 중국판 엑스(X・구 트위터)인 웨이보에 올린 후 몇 시간 만에 조회 수 5900만 회를 기록하고, 2만 1천개의 댓글로 토론이 열리며 큰 화제를 모았다.
실제로 구인 광고를 보고 상하이와 충칭 등 대도시 사무직 직원부터 중국 전역의 공장 노동자, 대학 졸업생 등이 지원했다.
목장주 쭤샤오용은 "이렇게까지 입소문이 날 줄 몰랐다"며 "지원자의 10분의 1은 대학을 갓 졸업한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양치기 채용에 다양한 직종과 연령대의 구직자가 몰린 데에는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와 고용 시장 위축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의 공식 실업률은 5%를 약간 웃도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불완전 고용이 늘고 있으며 지난 10년 동안 민간 부문 소득이 경제 성장률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또한 목장주는 지원자의 절반이 1990년대생이라고 했는데, 1990년대생은 이른바 '35세의 저주'에 해당한다. 중국에서는 신규 채용 시 35세 미만 연령 제한을 두거나 35세 이상은 퇴직시키는 게 관행처럼 여겨진다. 이처럼 1990년대를 외면하는 현상이 청년층을 취업 시장 밖으로 내몰고 있다.
열악한 노동 환경 역시 문제로 꼽힌다.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 근무하는 이른바 '996' 문화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란 전쟁으로 기업의 비용 부담 상승에 더해 인공지능(AI) 도입이 빠르게 진행되며 고용 시장은 더욱 얼어붙을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올여름 사상 최대 규모인 1천 270만 명의 대졸자가 취업 시장에 쏟아지며 향후 몇 달은 노동 시장이 악화할 것으로 예측했다.
ING의 중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린송은 "이번 공고를 둘러싼 반응은 경쟁은 치열하고 보상은 적은 중국 노동시장의 현실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시"라며 "도시 일자리는 점점 매력이 사라지고, 일자리도 희소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