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사상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서울 송파구에서 6·3 지방선거 본투표가 종료되기 몇 시간 전부터 '용지가 부족할 것 같다'는 우려가 수차례 제기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전에 문제를 인지했음에도 선거관리위원회가 적절한 대응 조치를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이 5일 공개한 송파구와 선거관리위원회 공무원 카카오톡 단체대화방 내용에 따르면 지난 3일 오후 2시를 넘어서부터 투표용지 추가 배부 문의가 이어졌다. 단체대화방에는 투표소 사무에 투입된 송파구청과 관할 동 주민센터, 송파구 선관위 소속 공무원들이 들어가 있었다.
송파구와 선관위 공무원들이 참여한 단체대화방 내용. 전공노 제공
대화방에서 잠실2동 서기는 오후 2시 17분쯤 "용지가 부족 우려에 대한 연락이 오는데, '선관위에서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답변만 하고 있다. (용지를) 추가로 수령할 것이라는 확답을 못 하고 있다"며 "투표소별로 몇% 정도 남아야 용지 추가 수령 여부를 알려주느냐"고 물었다.
선관위 소속 선거1계장은 오후 2시 19분쯤 "사전투표율을 고려해 투표율 60% 기준으로 추가 배분을 해주고 있다"고 답했다.
잠실4동 간사는 오후 2시 25분쯤 "7투표소에 용지가 35매 남아 있고 대기도 많다"고 우려를 나타냈고, 가락2동 서기도 오후 2시 37분쯤 "3투표소와 7투표소의 용지 추가 수령이 가능하냐"고 문의했다.
송파구와 선관위 공무원들이 참여한 단체대화방 내용. 전공노 제공
오후 4시 이후부터는 투표가 중단됐다는 보고가 잇따랐다. 오후 4시 41분쯤 "잠실7동 2투표소 투표 중단"이라는 메시지가 올라왔다. 오후 4시 48분에는 "가락2동 3투표소 중단 상태"라는 보고가 올라왔다.
오후 4시 50분에는 "가락2동 3투표소 부정선거 의혹 등 항의가 엄청 심하다", "잠실4동 5·6·7투표소 중단" 등의 메시지가 올라왔다. "투표용지 관련 부정선거 의심 민원이 생겨 진행을 못 하고 있다", "경찰 지원 요청하는데 불러도 되냐. 현장 고충이 너무 심하다"는 말도 나왔다.
대화가 이뤄진 6·3 지방선거일, 결국 서울 송파구 12개 투표소와 강남구·광진구 각 1개 투표소 등 14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모자라 유권자들이 투표하지 못하고 현장에서 대기하거나 투표를 포기하고 돌아가는 상황이 발생했다.
단체대화방에서 가장 먼저 투표 중단 보고가 올라온 잠실7동 2투표소는 이날 오전 시위대에 대한 경찰의 강제 해산 절차가 진행된 곳이다. 투표함은 투표 마감 35시간 만에 반출돼 개표가 진행 중이다.
전공노는 이날 성명을 내고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사건"이라며 "국민의 참정권이 선관위의 안일한 행정과 예측 실패로 유린당했다"고 밝혔다. 이어 선관위가 선거 때마다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을 선거사무에 동원해 왔다며 "기본적인 투표용지 수급 관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해 현장 공무원들을 부정선거 의혹의 중심에 내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선관위의 미숙한 선거 업무와 현장 공무원을 경시하는 행태가 반복된다면 (공무원을) 더 이상 선거사무의 희생양으로 남지 않을 것"이라며 "재발 방지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앞으로 치러질 모든 선거사무 동원을 전면 거부하겠다"고 덧붙였다.
전공노는 구체적으로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송파구 공무원을 포함한 현장 공무원들에 대한 공식 사과' 등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