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검색
  • 댓글 0

실시간 랭킹 뉴스

'AI 가짜 목소리' 피해 크지만 삭제·처벌은 머나먼 길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핵심요약

■ 방송 : CBS 라디오 [시사매거진 제주] FM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 (17:00~17:30)
■ 방송일시 : 2026년 6월 8일(월) 오후 5시
■ 진행자 : 류도성 아나운서
■ 대담자 : 김정은 변호사(법무법인 결)

[시사매거진 제주-아이엠 오피니언]
김새론 목소리 AI 조작…'반의사불벌죄' 가해자 면죄부 우려
'법정 최고형 징역 7년' 현실은 벌금·합의…온라인 명예훼손 처벌 허점
피해는 실시간·삭제는 하세월…플랫폼 책임 공백이 2차 피해 키워
국가 인정 역사적 진실도 공격…4·3 유족 제도적 보호 절실

법무법인 결 김정은 변호사 제공법무법인 결 김정은 변호사 제공
◇류도성> 요즘 유튜브나 SNS를 보다 보면 정말 자극적인 내용들이 많잖아요. 그런데 최근에는 단순히 말로 하는 수준을 넘어서 AI 기술까지 동원해 허위 사실을 퍼뜨리는 사건이 일어났는데, 변호사님도 주목하셨죠?
 
◆김정은> 저도 굉장히 충격을 받은 사건입니다. 가로세로연구소 김세의 대표 이야기인데요. 배우 김수현 씨와 관련해서 AI로 故 김새론 씨의 음성을 조작하고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올해 5월에 구속됐습니다. 구속적부심도 기각됐고요. 이 사건이 왜 주목받느냐면, 단순히 말이나 글로 거짓말을 퍼뜨린 게 아니라, AI 기술로 실제 존재하지 않는 목소리를 만들어서 마치 사실인 것처럼 유포했기 때문입니다.
 
◇류도성> AI로 목소리를 조작했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요? 법적으로 더 심각한 건가요?
 
◆김정은> 훨씬 심각합니다. 기존의 허위 사실 유포는 '이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더라' 수준이었는데, AI 딥페이크 기술을 쓰면 실제로 그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들리는 가짜 음성이나 영상을 만들 수 있거든요. 그러니까 듣는 사람은 진짜라고 믿을 수밖에 없고, 피해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집니다. 게다가 이미 세상을 떠난 분의 목소리까지 조작했다는 점에서 도덕적으로도 용납하기 어려운 행위입니다.
 
◇류도성> 그러면 이 사건을 법적으로는 어떻게 보면 되나요?
 
◆김정은>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에 해당합니다. 온라인에서 허위 사실로 남의 명예를 훼손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AI 조작이라는 수단이 더해지면 죄질이 더 나쁘다고 볼 수 있어요. 그런데 저는 오늘 이 처벌 규정이 현실에서 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가, 이 부분을 좀 짚어드리고 싶습니다.
 
◇류도성> 처벌 규정이 있는데도 피해자들이 제대로 구제받지 못한다는 말씀이시죠. 왜 그런 건가요?
 
◆김정은> 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처벌이 현실에서 너무 약하게 작동한다는 것, 그리고 피해자가 구제받는 절차가 너무 복잡하고 느리다는 겁니다. 처벌 문제부터 말씀드릴게요. 법에는 7년 이하 징역이라고 적혀 있지만, 실제로 명예훼손으로 실형을 받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대부분 벌금이나 집행유예로 끝나고요. 무엇보다 명예훼손죄는 반의사불벌죄입니다.
 
◇류도성> 반의사불벌죄, 어떤 의미인가요?
 
◆김정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면, 즉 합의를 하면 처벌이 안 된다는 뜻입니다. 가해자 입장에서는 '어차피 나중에 돈으로 합의하면 된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구조가 되는 겁니다. 수백만 명에게 허위 사실을 퍼뜨려 유명세와 수익을 챙긴 다음, 피해자와 합의만 하면 형사 처벌을 피할 수 있다는 건데요. 피해의 규모는 사회 전체에 미쳤는데, 피해자 한 사람과 합의하면 끝이라는 구조 자체가 문제입니다.
 
◇류도성> 그럼 피해자 입장에서는 어떤 방법으로 대응할 수 있나요?
 
◆김정은> 형사 고소와 민사 손해배상 청구를 병행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두 가지 다 현실적인 장벽이 있어요. 형사 고소를 해도 수사부터 기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 사이에 영상은 계속 온라인에 돌아다닙니다. 민사 손해배상은 이겨도 배상금이 실제 피해 규모에 비해 턱없이 적은 경우가 많고요. 그리고 가장 시급한 문제인 영상 삭제도 쉽지 않습니다.
 
◇류도성> 영상 삭제는 어떻게 하나요?
 
◆김정은> 유튜브에 직접 신고할 수 있는데, 유튜브가 자체 기준으로 판단해서 삭제 여부를 결정합니다. 언론중재위원회는 언론사가 직접 운영하는 채널이 아니면 적용이 안 되고요. 결국 법원에 영상 삭제 가처분 신청을 하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인데, 이것도 비용과 시간이 상당히 듭니다. 피해는 실시간으로 퍼지는데, 법적 구제는 몇 달, 길면 몇 년이 걸리는 구조입니다.
 
◇류도성> 플랫폼인 유튜브는 책임이 없나요?
 
◆김정은> 아니면 원칙적으로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피해자가 삭제 요청을 해도 즉각 대응하지 않으면 그때부터 일정한 책임을 질 수 있다는 논의가 있긴 하지만, 법이 아직 명확하지 않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반드시 법으로 정리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류도성> 변호사님, 온라인 명예훼손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제주에서 특히 마음이 무거운 부분이 있다고 하셨어요.
 
◆김정은> 온라인 명예훼손의 피해가 특히 심각하게 느껴지는 곳 중 하나가 바로 4·3 유족분들입니다. 재심을 통해 무죄를 회복하고, 국가로부터 희생자로 공식 인정받은 분들의 가족인데도, 온라인에서는 지금도 '빨갱이 후손'이라는 식의 댓글이나 영상이 만들어지고 있거든요.
 
◇류도성> 국가가 공식적으로 잘못을 인정한 사건인데, 왜 이런 일이 계속되는 건가요?
 
◆김정은>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온라인 공간의 특성입니다. 익명성 뒤에 숨어서 아무 말이나 할 수 있고, 자극적인 콘텐츠일수록 더 많이 퍼지는 알고리즘 구조가 있거든요. 다른 하나는 역사 왜곡에 대한 처벌 규정이 우리 법에 아직 없다는 겁니다. 4·3 특별법 개정 논의에서 왜곡·폄훼 행위에 처벌 조항을 넣자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아직 입법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류도성> 그런데 역사 해석에 대한 처벌은 표현의 자유 문제와 충돌하지 않을까요?
 
◆김정은> 바로 그 지점이 핵심입니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근간이고, 역사에 대한 다양한 해석은 학문적으로 논쟁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역사에 대한 의견 표현'과 '허위 사실로 특정 집단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는 다릅니다. 국가가 공식 보고서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한 사건에 대해, 아무런 근거 없이 피해자와 유족을 '빨갱이 가족'이라고 낙인찍는 건 의견 표현이 아니라 허위 사실 유포입니다. 이미 법원도 이런 행위가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고요.
 
◇류도성> 그렇다면 현재 법으로도 대응이 가능한 건가요?
 
◆김정은> 가능하긴 합니다. 현행 명예훼손법으로 고소하고, 민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유족분들, 대부분 어르신들이신데, 법적 절차를 직접 감당하시기가 쉽지 않습니다. 저는 4·3과 관련한 명예훼손은 단순한 개인 간의 분쟁이 아니라, 국가가 인정한 역사적 진실에 대한 공격이라고 봅니다. 그 무게에 걸맞은 제도적 보호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류도성> 오늘 이야기를 들으면서, 법은 있는데 현실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드는데요. 변호사님은 어떤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보세요?
 
◆김정은> 세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 번째는 반의사불벌죄 적용을 온라인 명예훼손에서는 제한해야 한다는 겁니다. 수백만 명에게 허위 사실을 퍼뜨렸는데 피해자와 합의하면 처벌이 면해지는 구조는 가해자에게 너무 유리합니다. 피해의 규모가 크고 공공성이 있는 사건에서는 합의 여부와 무관하게 수사와 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류도성> 두 번째는요?
 
◆김정은> 플랫폼의 신속 대응 의무를 법으로 명확히 해야 합니다. 피해자가 삭제 요청을 하면 플랫폼이 일정 시간 안에 반드시 조치를 취하도록 의무화하는 겁니다. 특히 AI 조작 영상처럼 피해 확산 속도가 빠른 경우에는 더욱 빠른 대응이 필요합니다. 지금처럼 플랫폼이 자체 기준으로 느슨하게 대응하는 구조로는 피해를 막을 수 없습니다.
 
◇류도성> 세 번째는요?
 
◆김정은> 피해자 지원 창구가 필요합니다. 지금은 명예훼손 피해를 입어도 고소장 작성부터 증거 수집까지 피해자 혼자 감당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4·3 유족분들처럼 법적 절차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피해를 당하고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거든요. 법률 지원과 심리 지원을 연계한 피해자 지원 체계가 갖춰져야 합니다.
 
◇류도성> 오늘 말씀을 정리해보겠습니다. AI 기술로 가짜 목소리를 만들어 허위 사실을 퍼뜨리는 새로운 유형의 명예훼손이 등장했는데, 처벌 규정은 있어도 반의사불벌죄 구조와 느린 절차 때문에 현실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그리고 4·3 유족에 대한 온라인 명예훼손은 개인 간 분쟁이 아니라 역사적 진실에 대한 공격이다. 이런 말씀이시죠?
 
◆김정은> 그렇습니다. 표현의 자유는 소중한 권리입니다. 하지만 그 자유가 AI 기술까지 동원해서 허위 사실을 퍼뜨리고 사람을 공격하는 방패가 되어선 안 됩니다. 법이 피해자 편에 서려면 지금보다 훨씬 빠르고 실질적인 구제 수단을 갖춰야 합니다. 그리고 역사의 피해자들은, 사후에라도 제대로 보호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0

0

실시간 랭킹 뉴스

오늘의 기자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