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화·웹툰 창작자 10명 중 7명가량은 현 조건에서 자신의 작품을 생성형 인공지능(AI) 학습에 활용하는 데 동의할 수 없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만화가협회는 지난 5월 회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AI 학습 활용 관련 작가 의향 조사' 결과, 응답자의 67.7%가 현재 조건에서는 AI 학습 활용에 동의할 수 없다고 답했다고 9일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활용 범위와 보상 조건이 제도화될 때까지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응답이 36.6%, "원칙적으로 반대한다"는 응답이 31.1%였다. 반면 "조건 없이 동의한다"는 응답은 2.4%에 그쳤다.
다만 창작자들이 AI 학습 자체를 전면적으로 거부하는 것은 아니었다.
응답자의 81.1%는 공식적인 옵트인 시스템이 마련될 경우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반드시 참여하겠다"는 응답은 42.7%, "아마 참여할 것 같다"는 응답은 38.4%였다.
협회는 이 결과에 대해 창작자들이 AI 기술 자체보다 동의 없는 데이터 활용, 불투명한 절차, 보상 체계 부재를 문제로 보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AI 학습 거부 방법에 대한 정보 부족도 확인됐다. 응답자의 90.2%는 자신의 작품이 AI 학습에 활용되는 것을 거부하는 방법을 모른다고 답했다. 거부 절차를 알고 있다는 응답은 9.8%에 그쳤다.
협회는 창작자와 플랫폼, AI 기업, 정부 사이에 정보 비대칭이 크다며 제도적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AI 생성 이미지 한국만화가협회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창작자 동의 없는 AI 학습은 허용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협회는 "창작자의 작품은 단순한 데이터가 아니라 작가의 시간과 노동, 개성, 세계관이 축적된 창작물"이라며 "AI 산업 발전이 필요하더라도 창작자의 동의 없이 작품을 학습 데이터로 활용하는 방식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밝혔다.
정당한 보상 체계 마련도 요구했다. 협회는 작품이 어떤 범위에서, 어떤 방식으로, 어떤 대가를 전제로 사용되는지 창작자가 알 수 있어야 한다며 AI 학습 데이터 활용에 대한 라이선스 구조와 보상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국회에는 창작자의 동의권, 거부권, 보상권을 명확히 보장하는 입법과 정책 논의를 촉구했다.
권혁주 한국만화가협회장은 "이번 조사 결과는 창작자들이 AI를 막겠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작품이 어떻게 쓰이는지 알고 싶다는 가장 기본적인 요구를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창작자의 동의 없이 작품을 학습하는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협회는 AI 학습 거부 방법을 담은 가이드를 제작해 회원들에게 배포하고, 창작자 의견을 추가로 듣기 위한 공청회도 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