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주 기자[앵커]
지난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더 기가 막힌 건, 선거를 총괄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이 비상 상황을 투표가 종료되기 직전까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이 사안 취재한 사회부 김태헌 기자 연결해서 자세한 내용을 들어보겠습니다.
김 기자. 먼저 투표 당일 상황을 정리해주시죠.
[기자]
네. 중앙선관위가 서울 송파구의 용지 부족 사태를 공식적으로 처음 인지한 시점은 선거일 오후 4시25분 이었습니다. 그런데 현장에선 이상 신호가 그보다 훨씬 전부터 감지됐습니다.
민주당 양부남 의원실이 확보한 선관위 내부 자료를 보면요. 선거 당일 오전 11시 40분, 송파구 선관위가 서울시 선관위에 "투표용지가 부족할 것 같다"며 대책을 묻습니다. 정확히 18분 뒤에 오금동 투표소 현장에서도 용지가 모자란다며 SOS를 보냈습니다. 이미 오전부터 경고음이 요란하게 울린 겁니다.
이후에도 용지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무번호 투표용지 사용 등을 일선에서 서울시 선관위에 문의했지만 서울시 선관위는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고 심지어 중앙선관위에도 이런 상황을 공유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중앙선관위가 사태를 파악한 건 내부 보고망이 아니라, 투표를 못 하고 화가 난 유권자의 항의 전화를 받고 서였습니다. 최초 현장 경고 후 무려 5시간 가까이 선관위 내부 보고 체계가 완전히 '먹통'이었던 셈입니다. 중앙선관위가 관련 내용을 파악하고 수습에 나선 게 오후 5시쯤이니까, 투표가 종료되기 1시간 전까지 상황을 몰랐던 겁니다.
[앵커]
답답한 상황이네요. 애초에 투표 용지가 왜 이렇게 부족하게 된 겁니까?
[기자]
중앙선관위가 이번에 바꾼 지침 때문이었습니다. 투표용지 인쇄 하한선을 '전체 유권자 수의 50%'로 뚝 떨어뜨린 건데요. 기존에는 이 수치가 60% 밑으로 내려온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더 황당한 건 이렇게 인쇄 비율을 낮게 결정한 공식적인 회의가 없었다는 건데, 향후 진상 규명 과정에서 주요 현안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지연 서울동부지방법원 부장판사와 관계자들이 10일 오후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잠실7동 제2투표소였던 서울 송파구 우성아파트 노인정의 현장 검증을 위해 현장에 진입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앵커]
사법부와 수사 기관도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는데, 법원이 오늘 현장 검증에 나섰죠?
[기자]
네. 서울동부지법이 조금 전인 오후 3시 이번 사태의 도화선이 된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서 현장 검증을 벌였습니다.
하지만 법원의 현장 검증은 20여분 만에 끝났습니다. 투표용지 보관 상자 등 보전할 증거물이 이미 현장에서 다 사라졌기 때문인데요. 실제 저희 취재진이 들어가 보니까 투표소로 사용된 흔적 자체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원래 노인정 모습으로 정리가 다 돼 있었습니다.
[앵커]
검찰과 경찰의 합동수사본부 움직임도 바빠지겠죠?
[기자]
네, 현장의 다급한 보고를 받고도 5시간 넘게 사태를 방관하거나 묵살한 서울시 선관위 관계자들이 고의로 보고를 누락했거나, 해야 할 임무를 방치했는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전망입니다.
합수본은 송파구와 서울시 선관위의 유선 통화 녹취록과 내부 메신저, 보고 문건을 전수 확보해 분석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황당한 가짜뉴스가 퍼지면서 애먼 피해자도 발생했다고요?
[기자]
네. 개표소 시위에 투입된 경찰관을 마스크를 쓰거나 머리가 길다는 이유로 '중국 경찰'이라며 조롱을 한 건데요.확인 결과, 전혀 사실이 아닌 100% 가짜뉴스였습니다. 실제 조롱과 욕설 피해를 입은 한 경찰관은 어제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추락한 인권과 자존심을 회복해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시위대가 핸드볼경기장 출입을 통제하면서 대한체육회 등 건물 입주사 직원들 역시 며칠째 출근을 못하고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시위 참가자 내부에서조차 직원들을 보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인데요. 현장 음성을 한번 들어보시죠.
[인서트/집회 현장]
"당신들이 하고 있는 일들이 폭도 폭도가 하는 짓이에요. 알아요?"
"들어가면 안 돼요!"
대한체육회는 내일 아침 기자회견을 열고 업무 정상화를 위해 출근길을 열어달라고 시위대를 향해 호소할 예정입니다.
9일 서울 종로구 명륜동 성균관대학교 학생회관 앞에 성대신문 등 교내 언론사 학생들이 작성한 '투표용지 부족사태' 관련 중앙선관위 규탄 대자보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앵커]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대학가까지 들썩이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서울 주요 대학을 시작으로 전국 대학가에서 시국선언이 연달아 발표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공정한 선거 관리라는 헌법적 가치가 무참히 밟혔다"며 선관위 지휘부 사퇴와 근본적 개혁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김 기자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