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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로비 쏟아부은 쿠팡에 '과징금 철퇴'…통상 불씨 번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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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위 '역대 최대' 6246억 과징금 부과 이후 '후폭풍' 우려

한미 통상 협상 시기와 맞물리며 여파 주목
쿠팡, 美 정관계 상대로 전방위 로비 전개
USTR, 한국 겨냥 301조 조사 진행 중
정부 "美 기업 차별 아닌 법 집행" 설명 주력

정부가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일으킨 쿠팡에 역대 최대 규모인 624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업계에서는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최근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정부가 강력한 제재로 경종을 울렸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미국계 기업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가 향후 통상 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공교롭게도 쿠팡 사태가 한미 통상 협상 시기와 맞물리면서 미국이 이번 과징금을 문제 삼아 관세 압박 수위를 높이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美 정가 비호 받는 쿠팡에 역대급 과징금…정부 "원칙 따라 제재"

연합뉴스연합뉴스
14일 정부에 따르면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 10일 전체회의를 열고 3755만명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쿠팡에 과징금 6246억 8100만원 부과 등을 의결했다. 이는 단일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부과된 과징금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한 기업의 여러 위반 행위에 대해 부과된 과징금으로 따져도 가장 많다.

이를 두고 유통업계에서는 과징금 규모가 예상보다 무겁다는 평가가 나왔다. 기존 역대 최대였던 SK텔레콤 과징금(1348억원)의 4배를 넘는 규모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쿠팡 사태가 한미 통상 협상 시기와 공교롭게 맞물리면서 정부로서도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정·관계에서는 노골적으로 쿠팡을 비호하며 한국 정부의 제재를 문제 삼아 왔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지난 3일 미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공화당 의원이 쿠팡 문제를 제기하자 한국과의 대화에서 미국 기술기업에 대한 불공정 대우 문제도 함께 논의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공화당 의원들은 주미 한국대사관에 '쿠팡 차별 규제를 중단하라'는 내용의 서한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측근인 빌 해거티 공화당 상원의원은 지난달 미셸 스틸 박 주한 미국대사 후보자 인준 청문회에서 쿠팡 사태를 언급하며 "일부 미국 기술기업이 한국에서 차별받는 듯한 모습이 우려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스틸 후보자는 한국 내 미국 기업들이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지난 2월에는 미 하원 법사위원회가 해럴드 로저스 쿠팡 한국 임시 대표를 상대로 비공개 조사를 실시하는 등 한국 내 미국 기업 차별 여부를 조사했다.

미국의 이 같은 쿠팡 비호는 전방위적인 로비의 영향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외신 등에 따르면 쿠팡의 모회사 쿠팡Inc는 올해 3월까지 미 백악관과 행정부, 의회 등을 상대로 한 로비 활동에 109만달러(약 16억원)를 투입했다. 로비 대상은 JD 밴스 부통령을 비롯해 백악관 대통령비서실과 국무부, 재무부, 무역대표부(USTR) 등으로 광범위했다. 쿠팡의 대규모 로비로 한 기업의 문제가 한미 양국 간 주요 현안으로 비화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2월 국회에 출석해 "쿠팡이 자사 이익과 주주 보호를 위해 대응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로비가 이뤄지고 있다고 본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개인정보위는 원칙에 따라 제재 수위를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송경희 개인정보위원장은 브리핑에서 "쿠팡이 위반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사실과 증거, 조사 결과에 집중해 결론을 내렸다"며 "국내 기업인지 해외 기업인지, 또 이를 둘러싼 외부 요인은 고려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쿠팡, 통상 협상 도중 도마에 오르나…"美에 차분히 설명할 것"

정부는 이번 쿠팡 제재가 통상 현안으로 부상하지 않도록 물밑에서 미국을 설득할 방침이다. 쿠팡이 기본적인 안전관리 의무를 소홀히 해 국내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했고, 한국 정부는 이에 따라 정당한 법 집행을 했다는 취지다.

통상업계에서는 미국의 무역법 301조 조사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미 USTR은 한국을 겨냥해 강제노동과 공급과잉 등을 문제 삼아 관세를 부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미 강제노동과 관련해서는 12.5%의 관세를 예고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쿠팡 사안이 추가 관세 압박의 명분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게 통상업계의 시각이다.

이미 앞서 일부 쿠팡 투자자들은 USTR에 쿠팡에 대한 한국의 규제가 불공정하다며 무역법 301조에 따른 조사를 요구한 바 있다. 관세 부과의 근거인 301조는 타국의 무역 관행이 미국 상거래에 부담을 주거나 협정 위반으로 판단될 경우 대통령이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강력한 조항이다. 투자자들은 이후 해당 청원을 철회했지만 향후 통상 협상 국면에서 쿠팡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301조는 제조업 분야의 공급과잉 등을 주제로 한 것이고 쿠팡과는 관련이 없다"며 "미 측에 쿠팡 사안은 개별 기업의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법 집행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외교부 관계자도 지난 11일 기자들과 만나 "쿠팡을 포함한 미국 디지털 기업에 대한 비차별 정책과 관련한 내용이 한미 정상 합의사항인 조인트 팩트시트에도 담겨 있다"며 "비차별 원칙을 견지하면서 쿠팡 처분의 배경과 내용을 미국 측에 차분히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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